'절대 권력' 김성근표 야구, '인간미' 찾아야 할 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4.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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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차갑고 혹독했다.


지난 8일이었다. 한화-NC전이 열린 마산구장. 경기에 앞서 한화 선수 6명이 마산구장 인근 용마고에서 실시하는 특별 훈련에 참가했다. 한화의 올 시즌 첫 원정 특타 훈련이었다. 타자는 4명. 그런데 투수도 2명 포함돼 있었다. 송창식과 김재영이었다.

이들에게는 '특타'가 아닌 '특투'였다. 통상적으로 특별 투구 훈련에 참가할 시, 100여개의 공을 뿌린다. 송창식은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날인 9일. 송창식이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4실점. 투구수는 69개. 팀은 1-10으로 완패했다. 송창식은 패전을 떠안았다.

14일 두산-한화전. 많은 팬들이 느끼기에 안쓰러운 상황이 나왔다. 송창식. 전날(13일) 두산을 상대로 ⅔이닝(1실점) 동안 15개의 공을 던진 송창식이 1회 2사 만루 기회서 구원 등판했다. 그러나 나오자마자 오재일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점수는 0-5가 됐다.


송창식은 2회에도 김재호에게 홈런, 양의지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0-8. 3회에는 몸에 맞는 볼, 폭투를 묶어 2점을 더 내줬다. 0-10. 그런데 이상했다. 한화 불펜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송창식은 정수빈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정근우의 실책까지 겹치며 0-13이 됐다. 4회엔 김재환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5회엔 민병헌이 좌중월 투런포를 먹였다. 점수는 2-16이 됐다. 6회가 돼서야 송창식의 투구가 끝났다. 투구수 90개. 4⅓이닝 9피안타(4피홈런) 2볼넷 12실점(10자책). 시즌 평균자책점은 13.11까지 치솟았다.

경기 후 이른바 '벌투' 논란이 크게 일었다. 팬들로서는 비정함과 냉혹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김 감독의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날 경기 도중 5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경기 중 감독석이 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이 경기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 20분 전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누워 있었다. 기침도 심하고 몸살 기운도 있었다. 어지럼증도 있어서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한화 측은 "김성근 감독이 어지럼증과 관련한 검사와 함께 혈압 검사도 받았다.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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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단.





시즌 전 한화 선수단과 프런트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우승 후보'라는 주위의 평가도 한몫했다. 하지만 LG와의 개막전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김성근 감독은 다급해진 모양새를 노출했다. 2번 타순에 계속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는가 하면, 1사 1루에서도 번트를 대며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2승 9패. 최하위. 선두 두산과의 승차는 5.5경기 차. 최하위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베테랑' 김경언이 특타를 하면서도 2군행 지시를 받았다. 그렇다고 김경언을 대신해 올라온 선수들이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모양새가 됐다. 끊임없는 '대타 작전'도 승부수라기보다는 기존 선수들을 향한 '믿음의 부족'으로 느껴졌다.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최진행과 정근우도 승부처가 되면 가차 없이 교체됐다.

지금 한화 선수들은 과연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는가? 행복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를 펼치고 있는가? 팀 '케미스트리(chemistry)'는?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 스프링캠프 때부터인가. 아니면 지난해 후반기부터인가. 지금 한화 선수들은 상당히 지쳐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활기가 없고, 경기장에서 큰 부담감에 짓눌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선수들은 언제 교체될 지 몰라 불안해한다.

지금까지 추구했던 스타일이 통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꾀하는 게 순리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내 방법이 옳다는 것을 끝까지 증명해 보이겠다'라고 밀어붙인다면 '팬심'의 커다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변해야 한다. 리더부터 변해야 한다. 야구는 혼자 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주위에는 뛰어난 코치들이 있고, 또 전국에서 날고 기었던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에게 기회를 줬다면, 설령 잠시 부진하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주는 여유를 보고 싶다. 그래야만 선수들도 과정을 통해 성장할 것이고, 언젠가는 신임에 보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실패하면 한국야구에 변화를 가져 올 기회 자체가 내게 더 없어진다"고 밝히며 배수진을 쳤다. 야구 인생 막바지에 모든 것을 한화에 건 김 감독이다.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한화 선수들이 지난해 전반기 보여줬던 '불꽃 투혼'은 여전히 한화 팬들의 가슴 깊은 곳에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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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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