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트 여사의 숨길수없는 비밀', 비웃을 수 없는 음치를 위하여

[리뷰]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3.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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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포스터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 젠킨스(1868~1944)의 이야기를 아시는지. 미국 대부호의 딸로, 사교계의 유명인사이자 대단한 자부심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그러나 '들어줄 수 없는 목소리'라는 악명으로 더 유명했다. 지금도 남아 회자되는 레코딩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직접 주최했던 카네기홀 공연은 그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이들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 영화같은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랑스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Marguerite, 감독 자비에 지아놀리)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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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스틸컷



1920년대 프랑스 파리. 거대한 저택에서 자선 음악회가 열린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이는 후원자이자 자택의 여주인인 남작 부인 마가렛트(까뜨린느 프로). 공작새의 깃털을 머리에 꽂은 그녀가 등장하자 청중들은 환호하고, 마가렛트는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그러나 그녀가 부르는 '마술피리' 속 아리아 '밤의 여왕'은 형편없다. 그러나 노래가 끝난 뒤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환호한다. (그녀의 노래를 4분 가까운 풀버전으로 선보이는 짓궂음이라니!)

열정과 돈만 있던 여가수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몰랐다. 사람들은 그녀의 순수한 열정과 엄청난 재력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에 음악회를 찾았던 기자 루시앙(실뱅 디유에드)이 대문짝만한 농반진반의 호평을 쓰면서 일이 커진다. 마가렛트 여사가 진짜 청중을 모아 공연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며 몰래 바람까지 피우던 남편 뒤몽 남작(앙드레 마르콩)의 근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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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스틸컷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위선 속의 순수"란 대사가 딱 어울리는 흥미진진한 풍자극이자 희비극이다. 수많은 거짓말로 만들어진 환상 속에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망 하나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중심 축. 동시에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점점 불어나는 거짓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담는다. 영화는 고풍스럽고도 재기발랄한 블랙코미디로 시작해 꽤 묵직한 드라마로 술술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느덧 마가렛트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주변 사람들, 마가렛트가 그토록 노래에 집착하는 이유를 그려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켜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거짓말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주인공 마가렛트 역을 맡은 까트린느 프로는 우스꽝스럽지만 결코 비웃을 수 없는 다층적인 여인을 능청스럽고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녀는 이번 작품으로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7번의 도전 만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 없이는 129분 내내 흥미를 잃지 않는 희비극을 상상할 수 없다.

3월 17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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