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1 '내부자들'-독과점 '검사외전'-반칙개봉 '데드풀'..무너진 극장질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2.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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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극장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돈 놓고 돈 먹기인 정글의 법칙이 횡횡하고 있다.


1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6일 전야 개봉한 '데드풀'은 9만 5713명을 동원해 '검사외전'에 이어 2위로 출발했다. '데드풀'은 당초 개봉일이 수요일인 17일이었지만 전야 개봉이란 명목으로 화요일인 16일 개봉했다.

'데드풀'은 앞서 개봉한 미국에서 흥행성적이 좋고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자 지난 13과 14일 유료시사회를 열어 사실상 개봉을 앞당겼다. 변칙개봉이자 반칙개봉이다.

'데드풀' 수입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 코리아는 지난 2014년에도 '혹성탈출2'를 개봉일을 갑자기 앞당겨 한국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받았었다. 당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이십세기폭스에 개봉변경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상도의가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공식성명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런 전례가 있는데도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데드풀'을 유료시사에 이어 전야 개봉까지 강행하면서 돈벌이에 나섰다.

한국영화 기대작도 흔히 하는 전야 개봉 역시 반칙 개봉이긴 마찬가지다. 작은 규모 수입사와 제작사, 배급사가 개봉시킨 영화들에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목요일인 개봉일을 수요일로 앞당기는 것도 시장질서를 흐리는 변칙이다. 한 영화가 개봉일을 하루 앞당기면 같은 날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도 날짜를 당길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수요일 개봉 효과를 보는 영화 외에는 다른 영화들은 주말 스크린수와 상영회차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목요일에 개봉하면 첫 주말까지는 어느 정도 보장된다.

'데드풀'이 더 큰 문제인 건 변칙에 변칙을 더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12일 개봉한 '데드풀'은 애초 한국 개봉일을 수요일인 17일로 잡았다. 통상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 한다. 테스트 마켓인데다 관례적인 개봉일이 미국은 금요일이지만 한국은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한국에선 '검사외전'을 피해 17일로 개봉을 확정했다. 할리우드 영화는 대개 목요일에 개봉하지만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는 수요일로 앞당긴다. 여기까지는 합리적인 개봉 전략이다.

'데드풀'이 날짜를 옮기면서 같은 날 개봉하려 했던 '좋아해줘' '동주' 등 다른 영화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17일로 조정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데드풀'은 여기에 더해 화요일 전야 개봉까지 감행했다. '데드풀'은 일반시사회도 아닌 유료시사회로 사실상 기습 개봉을 한 데 이어 반칙 개봉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관객이 원하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관객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올 극장가는 변칙이 난무하고 있다.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내부자들'은 확장판 '디 오리지널'을 9대1의 부율로 개봉시켰다. 통상 한국영화는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극장 수입금을 55대 45로 나눈다. 극장요금을 만원으로 치면 투자배급사가 5500원을, 극장이 450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죠.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이걸 극장이 9000원을, 투자배급사가 1000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제안했다. 자연스럽게 극장에선 신작들보단 확장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 더 많은 스크린을 몰아줬다. 그 탓에 다른 영화들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 밀려 제대로 스크린을 잡기가 어려웠다. 일종의 덤핑이다.

설 극장가를 강타한 '검사외전'은 스크린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총 2400여개인 한국 스크린 중 70% 가까운 1800여개에서 상영됐다. 1월 관객수가 전년 대비 600만명 이상 줄어들자 극장들이 앞다퉈 돈이 되는 '검사외전'을 틀어댄 탓이다. '쿵푸팬더3' 예매를 취소시키면서까지 '검사외전'을 상영했다. 일종의 독과점이다.

'데드풀'은 유료시사회와 전야 개봉 등 변칙개봉을 감행했다. 한국영화, 미국영화 가릴 것 없이 메이저 배급사들과 극장들의 합작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런 사례들이 계속 용인되면 작은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관객들로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결국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된다.

규제만이 답이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질서를 지킬 수 있는 한계는 넘어섰다. 덤핑과 독과점, 변칙이 횡횡하는 시장에선 규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규제라는 채찍과 극장요금 인상이란 당근을 병행해 시장질서를 세워야 한다.

이대라면 한국영화 시장은 무너진다. 이대로라면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시장은 무너진다.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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