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 로저스 영입, 과연 '오버페이'일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5.08.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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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5시께 입국한 로저스가 대전으로 이동,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을 만나 두 손을 맞잡았다. /사진=뉴스1





한화가 '가을 야구'를 향한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새로운 외국인 투수인 에스밀 로저스(30)의 영입. 현역 메이저리거를 직접 미국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 영입 비용에 대해 다소 과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새 외국인선수로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연봉 70만달러(약 8억2천만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우완 '파이어볼러' 로저스는 한화 이적 직전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현역 메이저리거다.

그런데 미국 CBS스포츠 존 헤이먼 기자는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록 한국서 다소 적은 금액으로 발표될 수 있지만) 로저스가 한국으로부터 100만달러(한화 약 11억7천만원)를 받는다"고 적었다.

더불어 미국 스포츠 에이전시인 MDR스포츠도 같은 날 트위터에 "로저스는 한화 이글스와 연봉 100만달러에 계약을 맺었으며 인센티브 조항도 넣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와 이적료 등이 비공개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서 알려진 내용의 신뢰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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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활약 당시의 에스밀 로저스 모습. /AFPBBNews=뉴스1


한화는 2일 경기서 KIA에 2-3으로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리즈 스윕패. 48승47패를 올리며 승패 마진이 '+1'로 줄었다. 리그 순위는 5위를 지켰으나 공동 6위인 SK와 KIA에 반 게임 차로 쫓기게 됐다.

위기다. 한때 승패 마진 '+6'을 찍었던 한화는 다시 5할 승률을 위협받게 됐다. 외국인 투수 유먼의 방출과 안영명의 어깨 부상 공백, 이용규의 종아리 부상 등으로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이다. 한화는 올 시즌 탈보트-유먼-안영명-배영수-송은범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꾸렸다. 그러나 유먼과 안영명이 빠지면서 선발진의 무게가 상당히 얇아졌다. 배영수와 송은범도 분전했으나 기복이 컸다. 다행히 어깨 통증을 겪은 안영명이 2일 경기서 돌아와 무난한 복귀전(5이닝 3실점)을 치렀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천군만마' 로저스가 합류했다. 로저스는 2일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오후 9시 30분께 대전으로 이동,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김성근 감독과 환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김성근 감독은 로저스에게 "팀에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 기대가 크다. 2일에 온 만큼 시차 적응도 필요하니 하루 이틀 정도 몸 상태를 보고, 컨디션을 맞춰 훈련을 진행했으면 한다. 아시아에 처음 온 만큼 음식도 잘 챙겨먹길 바란다"고 전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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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좌)과 로저스. /사진=뉴스1





지난 2003년 콜로라도에 입단한 로저스는 2009년 9월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최고의 강점은 평균 구속이 150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빠른 볼이다. 또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할 줄 안다.

로저스는 지난 7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210경기에 출전해 19승 22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2014 시즌 도중 양키스로 이적한 뒤 올 시즌에는 양키스 불펜 투수로 뛰면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27을 올렸다.

한화는 시즌 종료까지 49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여러 가지 적응 문제와 등록 절차 등을 감안하면 로저스는 이르면 이번 주말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로저스에 대해 "중간 계투나 2군 투구 없이 곧바로 선발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럴 경우, 올 시즌 10~11경기 정도를 뛸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사실 하나. 한화가 10~11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를 위해 70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한화로는 약 8억2천만원. 즉, 10경기를 선발 등판한다고 가정할 때, 1경기당 8200만원의 돈을 받고 공을 던지는 것이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70만달러는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피가로의 '계약금 및 1년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다. 또 같은 팀 외국인 타자인 폭스의 연봉(12만달러·약 1억3천만원)보다 무려 6배나 많다. 그렇다면 과연 로저스의 영입 비용은 적정선을 넘어선 '오버페이'일까.

한화 이글스는 최근 7시즌 동안 '5886899'라는 순위를 찍었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6시즌 중 5시즌 동안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 한화가 올 시즌 계속해서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KBO리그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히 '한화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매일 시청률과 PC로 보는 시청자 수는 타 구단 경기의 2~3배를 거뜬하게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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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시즌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OSEN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붐빈다. 벌써 18번째 홈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2008년 KBO 공식 집계 이후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을 넘어섰다(종전 2012년 14회).

무더위 속에서도 한화 팬들은 대전 매표소 앞에서 진을 치고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린다. 올 시즌 입장 수입을 비롯해 유니폼 판매 등 각종 마케팅 사업을 통해서도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프로 구단의 운영 목적으로 홍보와 사회 환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수익 사업이다. 돈을 벌어들였으면 팬들을 위해 그 돈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도 중요하다. 구장 리모델링과 선수 영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제 한화 팬들은 지난 7시즌 간의 설움에서 벗어나 간절하게 '가을야구'를 염원하고 있다.

한화가 올 시즌 팬들의 뜨거운 사랑 덕에 많은 수익을 올렸다면, 돈을 쓰는 것 또한 마땅히 해야할 일 아닐까. 선수 영입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좋은 선수들을 향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LA다저스. 또 이번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에서 툴로위츠키와 프라이스를 영입한 토론토. 이들 모두 성적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성적, 그리고 바로 구단의 팬들이다.

한화 이글스. 올 시즌 많은 우여곡절 끝에 전반기를 44승40패의 성적으로 마쳤다. 지난 시즌 전반기 승패 마진 '-20'였던 팀이 1년 만에 '+4'를 찍는 등 '환골탈태'했다. 여전히 순위 싸움은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목표는 단, 하나. 바로 '가을야구'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은 지난 2007년. 이제 8년 만의 다시 가을야구를 꿈꾼다. 한화 팬들이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는 가을야구다. 이를 위해 한화는 최근 2년 간 대형 FA 영입에 이어 올 시즌에도 두 차례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모든 것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더욱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사 결정 속도가 과거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해졌다. 그리고 이번 외국인 투수 영입에 있어서도 한화 팬들을 위해 또 한 번 김 감독과 한화 프런트가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만약 로저스가 좋은 성적을 거둬 한화가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면. 또 가을야구에서도 탈보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뛰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다면, 또 우승까지 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부가 가치 등을 생각한다면, 이번 투자가 꼭 '오버페이'로 볼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 하나는, 한화가 팬들이 원하는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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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파크에서 한화를 응원하는 홈 팬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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