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전지현·이정재·하정우, 제 몫 해낸 ★★★★★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7.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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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사진=스틸컷


최동훈 감독의 영화답게 '암살'(제작 케이퍼필름)은 배우 보는 맛이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는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무대로 친일파 암살 작전에 나선 독립군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살인청부업자 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전지현을 필두로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이경영 김의성 김해숙 조승우 등 화려한 배우군단이 시선을 붙든다. 이들을 모으는 것 자체부터 대단한 작업이지만, 그 하나하나에 매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최동훈 감독의 진정한 재능이다.

특히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세 명의 주연 배우들은 전혀 다른 선상에서 출발해 격돌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며 시선을 붙들었다.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 또한 흥미진진하다. 역시 제 몫 하는 스타들이다.


전지현은 이대로 최동훈의 페르소나에 등극할 기세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의 상큼한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로 부활을 알렸던 전지현는 '암살'에 이르러 영화 전체를 책임지기에 이른다. 만주 이청천 한국 독립군 제 3지대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은 그녀는 두 말 할 것 없는 '암살'의 원톱 주인공이다. 일제강점기의 독립군 전지현의 안옥윤에게 예니콜이나 '별그대' 천송이의 톡톡 튀는 매력을 기대하는 건 당연히 무리다. 긴 머리를 자르고 '엽기적인 그녀'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녀는 시크하고 당찬, 친일파 암살작전의 대장으로 든든히 제 몫을 해낸다. 가녀린 몸으로 장총과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액션 역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누가 전지현 아니랄까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안 쉬고 예쁘다.

이정재는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으로 분했다. 김구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이지만 꿍꿍이가 따로 있는 사내다. 그 역시 최동훈 감독과는 '도둑들'에 이어 다시 만난 사이. 얼굴만 뻔지르르 했지 경박한 도둑 뽀빠이에서 시작된 그의 캐릭터 변신은 '암살'에서도 이어진다. 생명력으로 기가 질리게 하는 그의 캐릭터는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더욱 의미심장하다. 15kg을 감량해 완성한 60대의 모습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안 멋진 적이 없었던 배우 이정재의 반전이자 각오다. 1911년 데라우치 총독 암살 작전에 나선 염석진의 모습을 담은 도입부 청순한(!) 이정재로 '안구 정화'는 미리 하시길.

뜻밖에 하정우는 영화 시작 후 시간이 꽤 흘러서야 등장한다. 비중은 적지만 영화를 보면 왜 그가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긴 스웨이드 코트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유유자적하는 그는 '암살'의 상남자 매력남 담당이다. 300달러면 누구나 죽여준다는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그의 몫. 오달수와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비장해져만 가는 이야기에 숨 쉴 틈을 불어넣던 그는 조금씩 베일을 벗으며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간다.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도 더욱 실린다. '베를린'에서 어색한 부부로 등장했던 전지현과의 미묘한 관계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변변한 먹방 하나 없어도 하나도 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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