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구' LG 루카스, 박수 받아 마땅했던 투혼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7.08 22:19
  • 글자크기조절
image
LG 루카스. /사진=OSEN





7회까지 108구를 던졌다. 하지만 8회에도 등판했고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히 잡은 뒤 교체됐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에게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LG 트윈스 루카스 하렐은 8일 잠실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7번째 맞대결서 승리보다 값진 투혼을 선보였다. 7⅔이닝 동안 121구를 던지며 3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듬직한 모습을 잃지 않고 야수들을 이끌어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루카스는 사사구가 많은 투수였다. 뛰어난 구위에도 불구하고 코너워크를 과도하게 의식해 볼이 많았다. 자연히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많아졌다. 투구수도 당연히 늘어났고 수비 시간도 길어졌으며 소화 이닝은 줄었고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6월 들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에 적응을 해가는 과정이었는지 점차 마운드에서 의연한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2일에는 자신에게 3패를 안겼던 천적 두산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었다.


의젓한 모습은 이날까지 이어졌다. 실책이나 폭투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도 흥분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던 모습도 사라졌다. 감정 노출을 자제하며 침착함을 좀처럼 잃지 않았다.

3회초 2사 2, 3루, 4회초 2사 1, 3루 위기를 모두 삼진으로 탈출했다. 6회초에도 선두타자를 내보내 1사 3루 절체절명의 고비에 몰렸으나 최준석을 삼진으로 처리했고 박종윤을 2루 땅볼로 잡아 실점하지 않았다.

6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는 이미 101개로 교체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7회에도 올라왔고 강민호, 오승택, 김대륙 세 타자를 공 7개로 요리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김대륙에게 빼앗은 삼진은 이날 10번째 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신기록을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루카스의 임무는 여기까지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8회초에도 등판했다. 108구를 던진 상태에서 이우민 마저 삼진으로 잡았다. 110구가 넘었지만 오히려 구속이 빨라졌다. 149km/h까지 찍으며 마지막 힘을 쥐어짰고 아두치까지 삼진 처리했다. 개인 최다 12K. 그리고 좌타자 김문호 타석에 윤지웅과 교체됐다.

7⅔이닝 121구 12탈삼진 무실점 투구는 올 시즌 최고 피칭이었다. 이렇게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이 남겠지만 루카스는 승리보다도 값진 투혼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1루를 메운 LG 팬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루카스를 연호했다.

결국 LG는 11회말 오지환의 끝내기안타로 승리하며 루카스의 역투를 헛되지 않게 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