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화가·가수..구혜선씨, 못하는게 뭐예요?(인터뷰)

구혜선 두번째 뉴에이지 앨범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 발매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5.06.13 09:00 / 조회 : 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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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또 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혜선(31)이 두 번째 앨범을 내놨다. 한 두곡 재미로 만든 수준이 아니다. 수록곡 13곡 전곡을 작사 작곡 한 진짜 본인의 앨범이다. 그래서 구혜선에게 물었다. "구혜선씨는 못하는게 뭐예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구혜선을 만났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가수로서 또 서른이 넘은 한 여자로서 구혜선의 속 이야기를 들었다.

구혜선은 지난 2009년 9월 발매한 소품집 '숨'에 이어 약 6년 만에 새로운 뉴에이지 앨범을 들고 나왔다. 못하는게 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구혜선은 쑥스러워하며 사실 잘하는게 없다고 답했다. 구혜선은 오래전부터 만들고 준비한 곡을 정리해서 내놓은 것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못하는 거요? 혼자 놀기는 잘하는데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혼자서 그림 그리고 작곡하고 그런 걸 좋아해서 이렇게 앨범도 내게 됐어요. 지금은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5년 전에 만든 음악도 하고 있고, 3년 전에 만든 음악도 있어요. 예전에는 불같이 타올랐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작업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어요. 요즘은 많이 걸러내고 선별해서 괜찮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계속 하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 할 수 있을 때 계속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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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 사진=김창현 기자



구혜선은 이번 앨범의 전곡을 프로듀싱 했다. 작사 작곡은 물론, 직접 노래도 부르고 피아노도 쳤다. 앞서 영화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고, 화가로서 그림을 그려냈던 구혜선은 뮤지션으로서도 수준급 실력을 보여주며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따로 작곡 공부를 하지는 않았어요. 디지털로 작곡했기 때문에 프로듀서와 이야기하면서 작업했죠.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쳐서 은연중에 소리에 대한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호기심이 많았거든요. 그 호기심을 꼭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직접 만지고 부딪쳐야 했어요. 제가 호기심을 가지고 했던 것은 그림이나 피아노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런 기억이 제 안에 남아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같은 구혜선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질투의 시선으로 악플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 배우가 연기를 하면 되지, 왜 다른 것들을 하냐는 식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속상한 마음이 들진 않을까.

"그런 말을 신경 안 쓸 수는 없죠. 그런데 서른이 넘어서 느낀 것은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잘한 일이 되기도 하고 잘한 일이 잘못한 일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타인의 기쁨에는 같이 즐거워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까보면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것도 없거든요.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망했다'라고 자책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위화감 느껴지고 그런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속사정을 모르고 메이킹 한 모습만 보여지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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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혜선 / 사진=김창현 기자


4차원, 신비주의 등의 수식어를 가진 구혜선이지만 그는 사실 허당기가 넘쳤다. 원래 이렇게 웃긴 사람이냐고 물으니, 나이가 들어서 그렇단다.

"어릴 때는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감정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런데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좀 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자연스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땐 좋다고, 행복할 때는 행복하려고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여지는 것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은 어색하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좀 마음도 열리는 것 같아요."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세를 탄 구혜선은 지난 2002년 TV CF를 통해 공식적으로 데뷔, 벌써 데뷔 13년차 배우가 됐다. '꽃보다 남자' 속 금잔디는 어느새 영화연출가로, 또 가수로 변해 있었다. 20대에서 30대가 된 그의 내면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물었다.

"저는 원래 감정 기복이 좀 큰 스타일이었어요. 예를 들어 6월 달에는 기분이 좋고 활발하다가도, 점점 세상에서 멀어져서 8월쯤에는 우울해지는 스타일이에요.(웃음) 김기덕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길, 집에만 있다가 점점 집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떨 때는 매일 매일 기분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혹시 '내게 우울증이 있는건가' 생각하고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런게 별거 아니고, 다들 그렇더라고요. 배가 고프거나, 속이 안좋거나 그런 작은 상황에도 감정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잘 먹고 잘 싸니까(?) 기분이 풀리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런 자연스러운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이제는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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