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류현진, '200이닝'보다 왼어깨가 중하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3.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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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28, LA 다저스)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AFPBBNews=뉴스1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의 왼쪽 어깨가 탈이 났다. 큰 부상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 시즌 개막을 부상자명단(DL)에서 맞는 것이 확정됐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과연 얼마나 부상이 심각한지, 장기적으로 문제는 없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류현진에게 이상의 증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스프링 캠프 초반이다. 지난달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 백 랜치에서 다저스의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후 두 차례 불펜피칭을 한 뒤 등과 허리부위에 통증이 찾아온 것이 첫 위험 신호탄이었다. 이로 인해 이틀 정도 훈련을 걸렀을 때 류현진 본인과 단 매팅리 감독은 모두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류현진은 “이 때문에 시즌 시작이 늦어지진 않을 것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매팅리 감독도 “등 통증은 오늘 있다가 내일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류현진은 휴식 후 돌아와 모든 훈련을 차질 없이 소화한 뒤 지난 12일 첫 시범경기 등판에서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2이닝동안 탈삼진 2개를 곁들인 퍼펙트 피칭을 보였다. 특유의 부드러운 모션으로 전혀 무리하지 않고 공을 던졌음에도 빠른 공은 평균 시속 90~91마일, 최고 93마일까지 찍혀 마치 시즌 한창일 때와 버금가는 위력이 있었다. 이 등판으로 부상의 우려는 말끔히 사라진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에서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류현진의 빠른 볼 스피드가 첫 등판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다. 3이닝동안 46개의 공을 던지며 3안타와 볼넷 1개로 3실점(2자책점)했는데 사실 실점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3회 내야의 엉성한 수비로 인해 3점을 내줬으나 타구가 단 하나도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냥 수비불안에 따른 불운 정도로 생각됐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의 빠른 공 구속이 첫 등판 때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빠른 공 구속이 시속 87~88마일대로 들어왔고 한두 번 91마일을 찍었으나 1차전에 비해선 현격하게 스피드가 떨어졌다. 1차전이었다면 파울볼이었을 타구가 내야 강습 땅볼이 됐다. 이날 두 이닝동안 거의 완벽한 피칭을 보이다가 3회에 고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 시범경기에서 경기에 따라 빠른 볼 구속에서 다소의 차이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시속 3~5마일씩 떨어진 것에 대해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시즌을 앞두고 점차 어깨에 걸리는 부하를 키우는 시점에서 오히려 후퇴한 것이기에 뭔가 찜찜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등판 후 다음 이틀 동안 류현진에 대해선 별다른 소식이 없었기에 그냥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갑자기 류현진이 왼쪽 어깨 통증으로 인해 소염주사(Anti-inflammatory injection)을 맞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시범경기 등판 하루 뒤에 통증이 느껴져 그날 맞은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었다. 이 경우는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MLB닷컴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난해 어깨통증과 비슷한 정도지만 아픔의 정도는 훨씬 덜하다”면서 “1에서 10까지로 기준으로 보면 4 정도”라고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애써 큰 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투수가 어깨통증을 느끼는데 걱정이 안 될 수는 없다. 말은 그렇게 해도 류현진 자신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통 소염주사를 맞게 되면 바로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으며 사흘정도 지나면 염증이 사라져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한다. 류현진 역시 주사를 맞은 뒤 바로 어깨가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나흘째인 23일 다시 캐치볼을 시작하면서 통증은 바로 돌아왔다. 간신히 공을 토스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훈련을 마친 뒤 트레이너 방에서 치료를 받은 류현진의 안색은 그답지 않게 어두웠다. 매팅리 감독은 “평소 류현진의 얼굴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곧바로 류현진을 LA로 보내 팀 닥터인 닐 엘라트라치 박사에게 정밀 검진을 받도록 했고 류현진이 최소한 시즌 초반기엔 뛸 수 없을 것으로 가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설사 검진 결과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온다고 해도 추가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등판은 어렵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다저스의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달여 정도 빨리 훈련을 시작했다. 올 시즌 목표로 정한 200이닝 돌파를 위해 시즌 출발부터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류현진은 캐멀 백 랜치에 전지훈련 트레이닝캠프를 차린 LG 트윈스 선수단에 합류, 몸만들기를 시작했고 다저스 캠프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수차례 불펜피칭을 마쳤다. 몸 상태와 준비상황도 좋아보였고 메이저리그에서 3년차에 접어든 경험과 여유가 곁들여져 최고의 시즌을 맞을 준비가 끝난 듯 했는데 뜻밖의 부상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시즌을 DL에서 시작하게 되면서 200이닝 도전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되게 됐다.

사실 류현진에게 200이닝 도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도약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5년 만에 750이닝 이상을 던지면 프리에이전트(FA)로 나설 수 있는 권리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해 192이닝을 던졌지만 지난해는 3차례나 부상으로 전열에서 빠지면서 15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던 류현진은 올해 특히 200이닝 돌파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산된 것이 아쉽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류현진은 무엇보다도 이번 부상에 대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미 통증을 느꼈던 어깨부위에 또 다시 통증이 찾아온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부상 부위가 어깨라는 사실도 문제다. 팔꿈치 부상에 비해 어깨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큰 부상일 경우 치료도 팔꿈치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MRI(자기공명이미지)를 통한 진단에도 한계가 있다. 의사들에 따르면 MRI도 부상정도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부상 정도가 한두 달이면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 류현진으로선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길게 보며 완벽하게 회복된 후에 돌아오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서두르다 부상을 악화시킨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왼손투수 류현진에게 왼쪽 어깨란 절대 무리하거나 도박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좋은 소식이 나오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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