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앵그리맘' 뿔난 김희선, 오히려 사랑스러워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5.03.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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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어라? 저런 모습이 있었어?'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무릎 나온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콩나물값 100원에 희비가 엇갈리는 억척 아줌마. 동네에서 만나는 수많은 아줌마들의 흔하디흔한 모습이지만, 여배우가 이렇게 변신하는 순간 긍정적인 반응들이 뒤따른다.


왠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여배우였는데, 사소한 일에도 욱, 하고 반응하는 억척 아줌마의 모습이 너무나 친근하다. 심지어 귀엽다. 동네 아줌마 그룹에 영입하고 싶을 만큼 동지 의식마저 생기게 만든다. 그래서 평소 우아하고 고급스러웠던 여배우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아줌마로 변신하면서 성공한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억척 아줌마 변신에 MBC '앵그리맘'으로 김희선이 합류했다. 제목처럼 김희선은 '맘'이다. 뽀글 파마머리에 여고생 딸의 트레이닝을 입고, 생활전선에서 억척같이 일하는 엄마. 우리 옆집, 윗집, 아랫집에서 만나는 엄마가 학교폭력에 피해를 입은 딸을 위해 정의의 여인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미모의 김희선이 아줌마로 변신한다는 소식만으로 기대감이 들었다. 유부녀지만, 전혀 유부녀 같지 않은 그녀가 엄마로, 그것도 여고생 딸을 둔 엄마로 나온다니 그럴 수밖에. 그리고, 드디어 '앵그리맘'이 개봉박두, 했다. 자, 이쯤 되면 궁금한 것, 시청률이다.


결과적으로는 공중파 3사 수목 드라마 중에서 2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첫 회 시청률보다 2회 시청률이 더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경쟁작인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시작하자마자 상승곡선을 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회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의 경우엔 첫 회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경우는 많다. 왜? 일단 화제가 되니, 궁금하니까. 하지만, 진짜 중요한 시청률은 2회다. 첫 회는 궁금해서 보지만, 그 순간 다음 회를 볼까, 말까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회 상승세를 탔다는 건 '앵그리맘'이 일단 시청자들 마음을 사로잡는 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는 얘기다.

'앵그리맘'에서 일단 김희선의 변신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억척 아줌마인데도 불구하고. 그랬던 이유는 그녀가 예뻐서? 뭐, 맞다. 워낙 미모가 되니까 뽀글머리 아줌마가 되도 그 미모 가려지지 않는 거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김희선의 연기다.

여기선 학교 폭력으로 상처입은 딸을 위해, 피끓는 모성애가 발동한 엄마다. 딸의 아픔에 눈물 흘리고, 딸의 폭력에 주먹을 휘두르는 엄마. 김희선이 진짜 엄마여서 그랬을까? 그녀의 눈물이, 그녀의 주먹이, 엄마 시청자의 가슴을 흔들어 놓으니 말이다.

사실 요즘 학교폭력, 아이들의 왕따 문제, 학부모라면 다들 걱정하는 부분이다. '만약 내 아이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이것이 학부모들 가슴 한켠에 자리한 걱정거리다. 그래서 내 아이가 겪는 문제는 아니어도, '앵그리맘'에서 아이를 위해 활극을 펼치는 김희선은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내 아이가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때 대신 싸우고 싶은 엄마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했으니까.

'앵그리맘' 연출자가 '엄마면서 여고생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는 김희선이라 캐스팅에 한 달을 공들였다'고 했다. 공들인 그 한 달, 아깝지 않다고 단언하련다. '앵그리맘'이 김희선에게 딱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만약 김희선이 똑같은 아줌마라도 남편의 외도 사실에 흥분한 아줌마였다면? 그건 또 느낌이 달랐으리라.

그녀가 가진 재기발랄함은 상간녀를 혼내주는 것보단 학교에서 더 잘 어울리기도 하니까. 여기에 더 하나. '앵그리맘'의 엄마 연기를 보면서, 여배우가 진짜 엄마가 됐을 때 연기력이 깊어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해졌다.

'앵그리맘'에서 김희선의 액션 활극도 활활, 연기력도 활활 타오르게 되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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