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투자한 피츠버그, 강정호 바라보는 속내는?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4.12.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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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와 30일간 독점협상을 진행하게 된 강정호. /사진=뉴스1







강정호(27)의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 2015달러를 적어낸 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의외다. 비교적 돈이 많지 않은 피츠버그에게 500만 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피츠버그는 내야진이 꽉 찬 팀이다. 강정호로서는 험난한 경쟁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어떤 가능성을 봤다는 뜻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가 한국의 강정호의 포스팅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제 피츠버그는 30일간 이 거포 내야수와 독점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지난 20일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이 500만 2015달러라는 사실이 전해졌을 때, 과연 어느 팀이 승자가 됐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구체적인 팀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피츠버그가 승자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의외라는 반응이 다수다. 기본적으로 피츠버그는 조디 머서(28)라는 주전 유격수를 보유한 팀이다. 머서는 올해 149경기에서 타율 0.255, 12홈런 55타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유격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1명뿐이다. 게다가 1986년생으로 강정호보다 불과 1살이 많을 뿐이며, FA까지 4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이다.


2루와 3루도 꽉 차 있다. 2루는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스타 닐 워커(29)가 버티고 있고, 3루는 페드로 알바레즈(27)가 1루로 이동할 예정이지만, 조시 해리슨(27)이라는 또 다른 주전 카드가 있다. 워커는 올해 타율 0.271, 23홈런 76타점, OPS 0.809를 기록하며 리그 2루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타율 0.270-20홈런-OPS 0.800을 동시에 달성한 2루수는 워커가 유일했다. 여기에 3루수 해리슨은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타율 0.315, 13홈런 52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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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로 뛴 조디 머서. /AFPBBNews=뉴스1







이런 상황에서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금전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피츠버그에게 500만 달러는 큰돈이다. 올해 팀 총 연봉(약 7700만 달러)의 6.5%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강정호가 과거 미네소타와 계약했던 니시오카 츠요시(당시 3년 925만 달러) 수준의 계약만 맺어도 14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강정호에게 쓰게 된다. 이는 올해 기준으로 워커(575만 달러)-해리슨(51만 3000달러)-머서(51만 5500달러)의 연봉을 합한 금액보다 많은 돈이다. 현재 강정호의 에이전트는 연평균 5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현재의 가치 혹은 미래의 가치 등을 감안해 확신이 있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피츠버그가 거액을 투자했다. 이는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가능성이나 효용 가치를 봤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강정호의 파워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우선 강정호가 머서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머서는 2013년 103경기 타율 0.285 8홈런, OPS 0.772를 기록한 뒤 올해 2014년 149경기 타율 0.255 12홈런, OPS 693을 기록했다. 홈런은 늘었지만 타율-출루율-장타율은 모두 떨어졌다. 공격력에서 아쉬움을 느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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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3루수 조시 해리슨. /AFPBBNews=뉴스1







혹은 3루수로 쓸 가능성도 있다. 강정호를 3루수로 쓴다면 해리슨이 외야로 빠지게 된다. 해리슨은 올해 3루수로 가장 많은 72경기를 뛰었지만, 외야수로도 50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물론 해리슨이 3루수로 뛰면서 타율 0.344, OPS 0.922의 탁월한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이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수 있지만, 강정호가 3루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변경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외에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는 워커의 트레이드를 대비한 선택일 수도 있다. 피츠버그는 돈싸움에서 유리한 구단이 아니다. 올해도 러셀 마틴(31, 토론토와 5년 8200만 달러 계약)을 놓쳤다. 2년 뒤 FA가 되는 마틴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꽤 높다. 앤드류 매커친(28)처럼 싼 가격(6년 515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강정호를 백업으로 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백업이 탄생하는 셈이 된다.

물론 모든 가능성의 출발점은 강정호의 실력과 성적이다. 강정호가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아야 유격수든 다른 포지션이든 꿰찰 수 있다. ESPN은 이번 피츠버그의 선택을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강정호가 피츠버그의 도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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