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다른 드라마에 다 있지만, '모두 다 김치'에는 없는 것?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4.10.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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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김치' / 사진제공=MBC


예전의 MBC 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당시 주인공이었던 박시은이 "예나 선정이 딸이예요"라고 말하자,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란 박동빈(도준 역)은 한 모금 마셨던 주스를 그대로 컵 속으로 주르르 흘렸다. 그 장면은 '주스 리액션'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화자 될 만큼 유명하다. 그 후, '사랑했나봐'의 작가, PD는 올 봄에 '모두 다 김치'에서 다시 만났고, '김치 따귀'를 만들어내며 우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아침드라마에서 1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모두 다 김치'는 31일 132회로 종영했다.

'주스 리액션'에 이어 '김치 따귀'를 만들 만큼 개성 있는 대본과 독특한 연출 뿐 만 아니라, 132회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스피디한 전개와 등장인물들 간의 꼬이고 꼬인 관계들이 시청률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모두 다 김치'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제작진, 내공을 지닌 주연배우들, 웃음을 담당한 조연배우들까지 모든 것들을 다 갖췄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없는 것이 있다.

◆그 흔한 '실장님'이 없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그것이 의학이건, 추리물이건, 법정물이건 상관없이, 남녀의 로맨스가 기본 바탕으로 깔려있다. 그리고 그 로맨스의 중심에는 항상 멋진 남자 주인공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실장님'으로 불린다. 다만 시간대에 따라서, 여자 주인공이 청순하고 가난한 여자이거나 뽀글거리는 파마머리 아줌마이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늘 어려움에 처한 여자주인공에게 구원투수처럼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남자주인공은 흐트러짐 없는 깔끔한 매무새와 샤프한 매력을 지닌 '실장님'이다.


현실에선 거의 실현 불가능한 재벌가 후계자인 실장님들과의 만남이 드라마에선 100% 성사된다. 실제로 재벌가 근처, 비싼 세단에 부딪혀 교통사고가 날 경우, 재벌가 아들과 사랑에 빠질 확률보단 운전기사와 사랑에 빠질 확률이 더 높은 현실인데도 말이다. 드라마는 현실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켜주는 세계가 되어서, 여주인공과 '실장님'이 꼭 잘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두 다 김치'에는 그 흔한 '실장님'이 없다. 남자 주인공은 유기농 배추사랑에 빠진 배추사장, 김호진이다. 물론 후반부에 회장님의 아들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살짝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건 초반 캐릭터 구축할 땐 전혀 나오지 않았던 스토리였다. 때문에 여주인공이나 시청자들은 '실장님'이어서 빠진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한 배추사장이어서 애정이 생겼다. 배추사장은 저녁 찬거리 사러 나갔다 만날 것 같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평범한 남자여서 각종 음모에 휘말리면서도 해결할 힘이 없었다. 다른 '실장님'들처럼 원하는 대로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소시민이었다. 우리는 열심히 사는 소시민, 배추사장에게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청순하고 연약한 '여주인공'이 없다!

'실장님'이 없다보니, '모두 다 김치'에는 다른 드라마에 있는 청순하고 여리 여리한 '여주인공'도 없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어려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억울하게 당할 때마다 슈퍼맨처럼 짠~하고 등장하는 '실장님'이 대신 싸워주기 때문에, 여주인공은 항상 실장님의 등 뒤에 곱고 아련하게 숨어 있다.

하지만 '모두 다 김치'에는 억울하게 당하고 못 살고, 따질 일 있으면 두 팔 걷어 부치고 싸우는 억척스런 아줌마가 있을 뿐이다. 억척스런 아줌마는 밤이고 낮이고 구분하지 않는다. 자기 아이나, 가족, 사랑하는 남자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뛰어나간다. 해결을 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전에, 먼저 몸부터 반응해서, 일단 큰 소리로 따지고 본다. 그것이 꼭 우리네 아줌마들과 닮았다. 내 아이,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본인이 당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일단 부딪히는 아줌마들 말이다.

그래서 '모두 다 김치'의 주인공이 꼭 나 같고, 우리 엄마나 언니 같고, 우리 옆집 아줌마 같아서 정감 있었다. 결론적으로, '모두 다 김치'에는 소시민 배추사장과 동네 아줌마가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열혈한 응원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모두 다 김치'는 버라이어티한 드라마! 원영옥 작가와 김흥동 PD가 함께하는 후속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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