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소수 이사 "길환영 사장 사퇴하라"(성명서전문)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4.05.16 15:21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KBS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등 KBS 소수 이사가 길환영 KBS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KBS 이사는 16일 오후 "길환영 사장! 깨끗이 KBS를 떠나라"라며 성명서를 발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4인의 KBS 이사는 성명서에서 "길환영 사장! 당신은 더 이상 KBS 사장 자격이 없다.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또한 "길환영 사장! 깨끗이 KBS를 떠나라. 그것만이 당신이 30년 이상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며 "만일 당신이 질질 시간을 끌며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 흐리기와 청와대 눈치 보기를 통해 자리보전을 시도한다면 우리 4인 이사는 KBS이사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무에 따라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고 밝혔다.

KBS는 세월호 침몰 사고 부실 보도로 내부적으로 반발이 거셌다. 최근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임 및 사장의 퇴진 요구, KBS기자협회의 제작 거부 보도국장 사퇴, KBS 언론노조가 보도 공정성을 주장했다.


<다음은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KBS 이사 성명서 전문>

길환영 사장은 즉각 결단하라!

공영방송 KBS가 좌초 위기에 처해있다.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국민의 방송, 국가기간방송, 국가재난 주관방송으로서 역할과 임무를 포기하고 정권 안위를 위한 권력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유족의 슬픔이나 국민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쩌다가 수신료를 받는 '국민의 방송' KBS가 이렇게까지 타락했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5월 9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입을 통해 그 이유가 명백하게 밝혀졌다.

길환영 사장!

당신은 더 이상 KBS 사장 자격이 없다.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

공영방송 KBS 몰락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난 4월16일 이후 세월호 취재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반성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지금 KBS를 향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덩어리는 KBS 내부의 무너진 원칙과 컨트롤타워 부재의 결과"라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이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주범이 길환영 사장이라고 폭로했다.

김 전 국장에 따르면 길 사장 당신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식견도 없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 길 사장 당신에 의해 '국민의 방송'이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운데 시청자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으로부터 '소중한' 수신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길 사장 당신은 청와대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KBS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길 사장 당신이 지난 2012년 10월 사장 면접장에 나타났을 때부터 최근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던 그 순간까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제도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그 때마다 당신은 "이미 KBS에는 보도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당신은 지난 2012년 11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보도 등에 '사사건건 개입'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짓밟아 왔다. 방송법 제4조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KBS사장, 대통령 아니라 그 누구도 KBS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KBS사장은 KBS 업무를 총괄하지만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편성책임자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방송 내용은 편성책임자와 일선 기자, PD들이 '편성규약'에 따라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김 전 국장의 계속되는 폭로 내용은 당신이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방송법 제105조에 따르면 부당하게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

사태가 엄중하다. 그럼에도 길 사장 당신은 김 전 국장이 기자회견을 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BS 내부의 이런 저런 자리에서 김 전 국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리 4인 이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사실 확인과 추후대책 등을 듣기 위해 5월 15일 임시이사회에 길 사장과 김 전 국장이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당신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신이 '측근들'에게 말하듯이 그렇게 결백하다면 지금 당장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신의 주장을 입증하라. 그리고 부당하게 길 사장 당신과 공영방송 KBS의 명예를 실추시킨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즉각 파면하고 고발하라.

길 사장 당신의 주장대로 김 전 국장의 폭로에 과장이 있거나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당신은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당신이 임명한 보도국장이 KBS는 사실상 '청와대 방송'이라고 전 국민에게 '공표'함으로써 공영방송 KBS의 존재근거와 신뢰성, 구성원의 명예와 자존심이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길 사장 당신은 공영방송 KBS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리더십조차 없다는 사실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길환영 사장! 깨끗이 KBS를 떠나라. 그것만이 당신이 30년 이상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만일 당신이 질질 시간을 끌며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 흐리기와 청와대 눈치 보기를 통해 자리보전을 시도한다면 우리 4인 이사는 KBS이사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무에 따라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2014년 5월 16일

KBS이사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