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맞춤형 캐스팅이 通한다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04.15 10:42 / 조회 : 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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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에이 수지, 보아, B1A4 진영,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사진=스타뉴스


아이돌 출신 배우, 넓게는 가수 출신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는 것이 사실이다. 팬이라면 반가울 수 있겠고,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는 사람이라면 혹여나 미숙한 연기로 다된 영화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것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무작정 유명 아이돌을 캐스팅해 시원찮은 결과를 얻은 작품들을 관객들은 그간 여럿 목격했다. 과도기를 거쳐 이제는 아이돌 캐스팅도 제법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맞춤형 캐스팅 연기돌,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

◆ '건축학개론' 수지

수지가 멜로영화 '건축학개론'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남성 팬들은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KBS 2TV '드림하이'에서 보여준 수지의 연기에 실망한 사람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우려에도 보란 듯이 '건축학개론'은 흥행에 성공했고, 그 중심에는 수지가 있었다.

수지는 연기력보다는 이미지에 맞춘 캐스팅이 성공한 케이스. 당시 명필름은 스무살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던 중 수지에게 눈을 돌렸다. 청순한 외모와 당돌함을 동시에 가진 수지의 이미지가 적격이었던 것. 그간 수지가 연기한 어떤 역할 보다 '건축학개론'의 서연은 수지에게 맞춤옷 같은 캐릭터였다.

◆ '메이크 유어 무브' 보아

'스텝업'을 목표로 하는 댄스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는 보아를 위한, 보아에 의한 맞춤형 영화다. KBS 2TV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브라운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영화의 주인공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2011년 촬영한 작품이니 사실상 '메이크 유어 무브'가 보아의 첫 연기 도전인 셈이다.

데뷔 전부터 영어와 일본어를 철저히 준비했던 보아는 '메이크 유어 무브'에서 3개 국어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미 정평이 나 있던 춤 실력은 스크린에서도 빛났다. 아무리 춤 깨나 춘다는 배우더라도 영화 속 퍼포먼스를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의 재미는 관객들이 평가할 부분이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이라는 설정과 춤을 사랑하는 아야가 보아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

◆ '변호인' 임시완

지난 해 최고의 연기돌은 단연 임시완이 아닐까 싶다. 첫 스크린 도전작인 '변호인'으로 아이돌 최초로 1000만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 만해도 영광인데,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 신인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기까지 했다. 눈에 보이는 수치 뿐 아니라 관객들의 눈도 달라졌다.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임시완이 아닌 배우 임시완으로 보는 시선도 꽤 되는 듯하다.

'변호인' 속 진우도 임시완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만큼 부산 출신인 임시완에게는 사투리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평소 보여주던 진중한 모습도 작품 속 부산대에 재학하며 독서모임을 가지는 진우 역할에 부합했다. 여기에 단정하고 마른 외모도 한몫했다.

임시완은 '변호인'에 임하며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감정신을 찍는 날이면 하루 종일 굶으며 마음을 잡았다. 단 한 번도 송강호에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임시완이지만 이미 관객들에게는 그의 노력이 충분히 전해졌다.

◆ '수상한 그녀' 진영

20대~30대 관객들에게 B1A4의 진영은 익숙한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한 같은 그룹 멤버 바로가 대중들에게는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B1A4에서 진영이 맡고 있는 포지션을 생각해보면 '수상한 그녀'의 반지하 역에 왜 그가 캐스팅됐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상한 그녀'의 반지하는 인기 없는 반지하 밴드의 리더이자 밴드의 곡을 담당하는 인물. 노랗게 탈색한 머리를 휘날리며 새하얀 메이크업을 하고 독특한 노래를 부른다. 진영은 실제로도 B1A4의 대부분 곡을 작곡하고 있다. 히트곡인 '이게 무슨 일이야', '론리' 등도 그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극을 이끌어 가야 할 만큼 큰 배역이 아니었다는 것도 진영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처음부터 주연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조연부터 차근차근 밟아 가겠다는 것이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영이 한걸음 더 나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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