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김지호는 '고잉'!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강동옥 역 김지호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04.02 08:49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김지호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김지호(40)를 만난 날은 벚꽃이 흐드러진 날이었다. 원래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서 사진 촬영 예정이었지만, 김지호는 "벚꽃이 너무 예쁜데, 벚꽃길에서 찍자"고 인근 아파트로 향했다. 벚꽃길에 다다른 김지호는 마냥 신난 듯 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마흔 살 김지호'와 '8살 동옥'이 오버랩 됐다.

김지호는 현재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출연 중이다. 어릴 적 큰 사고로 지능이 8살에 멈춘 강동옥 역을 연기 중이다. 엄마(윤여정 분)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는 맑고 순수한 캐릭터다. 드라마는 지난 2010년 SBS '여자를 몰라' 이후 4년만이다. 2012년 영화 '부러진 화살' 이후 햇수로 3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오랜만에 연기에 복귀했다"는 말에 김지호는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영화 '부러진 화살'을 찍었는데, 지금 그 딸이 4학년이 됐다. 정말 오랜만이기는 하다"며 웃었다.

김지호는 1999년 신승훈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이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세련된 도시 미녀'로서 이미지를 쌓았다. 김지호가 '참 좋은 시절'에서 8세 지능의 '바보'로 등장한다고 했을 때 그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지호가 바보라니.

"저도 그랬어요. 오랜만의 연기 복귀인데다 그 전까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잖아요.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죠. 주위에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제일 반대한 사람은 제 딸이에요. 엄마가 바보로 나오는 게 싫다고 하더라고요. 딸에게 엄마는 늘 예쁘고 세련되게 등장하는 사람이길 바랐나 봐요."


김지호는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대본을 여러 번 읽으며 나만의 동옥이를 상상했다"라며 "읽고 또 읽다 어느 순간 동옥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피하지 말고 도전하자 김지호!'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다보니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극중 동옥은 어린 시절 똑똑하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쌍둥이 동석(이서진 분)과 함께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한 나무에서 두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점쟁이의 말을 기억한 할아버지(오현경 분)는 더 많이 다친 동옥 대신 '아들' 동석만을 안고 병원으로 달리고, 결국 동옥은 사고 후유증으로 8살 지능에서 멈추고 만다.

"사연 많은 바보 동옥이를 어떻게 연기해야하나 고민했어요. 고민이 많아지니 버겁더라고요. 그런데 이경희 작가가 바보를 바보처럼 연기하지 말아 달래요. '지호씨 바보같이 연기하지 말고 맑고 순수하게만 연기해주세요'라고만 부탁하셨어요."

image
배우 김지호 /사진=홍봉진 기자


김지호에게 이번 동옥 역할은 '바보'라는 캐릭터도 고민이었지만 '사투리'도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겼다. '참 좋은 시절'의 배경은 경북 경주. "아버지가 경남 마산 출신이신데 사투리는 안 쓰셨거든요. 부랴부랴 부산에 사시는 지인에게 사투리 강습을 받았어요."

사투리를 배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김지호가 '참 좋은 시절'에서 해야 하는 것은 사투리가 아닌 '사투리 연기'였기 때문이다. '참 좋은 시절'은 배경은 경북 경주지만, 이경희 작가의 부탁으로 경남 사투리를 표준으로 배우들이 연기 중이다.

"경상도 출신 연기자분들은 사투리 연기를 해도 맛깔나게 하세요. 그 뉘앙스를 아시는 거죠. 말끝만 경상도 사투리 흉내 낸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가뜩이나 '응답하라 1994'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나와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흉내만 냈다가는 욕만 먹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따로 사투리 연기 선생님을 모셔 배웠더니 조금이나마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 같더라고요."

김지호의 동옥이는 안방극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김지호는 바보 아닌 바보, 맑고 순수한 영혼의 동옥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엄마가 바보 연기한다니 별로 좋아하지 않던 딸이 요즘에는 그래요. '엄마 오늘 잘했어'라고요. 딸에게 칭찬 받는 기분 아세요? 하하."

image
배우 김지호 /사진=홍봉진 기자


극중 동옥은 조만간 '러브라인'으로 접어들 예정. 서울에서 경주 보건소로 온 의사 우진(최웅 분)이 동옥을 마음에 두고, 동옥도 그간 닫혔던 마음을 서서히 열면서 시쳇말로 '썸싱'이 있을 전망이다. 극중에서도 우진이 동옥보다 연하남이지만 실제로도 김지호와 최웅은 열두 살 차이가 난다. '띠동갑 로맨스'인 셈이다.

"연하남과 로맨스니 저야 행운이죠. 하하. 그런데 극중 우진은 동옥을 여자로서 생각하기보다는 사고로 숨진 누나의 모습을 동옥에서 느껴요. 동옥의 로맨스가 설레기는 하지만 아픈 로맨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김지호와 인터뷰를 하면서 동옥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참 좋은 시절' 속 동옥은 늘 엄마의 말을 되새기는 '정적인 인물'이었다면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김지호는 똑 소리 나는 '워킹우먼'의 느낌이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한 나이가 있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연기를 쉬었죠.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고요. 제게 있어서는 혼자만의 시간들이었는데, 취미생활도 하고 일종의 '브레이크타임'이었죠. 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늘 초조하고 불안했어요. 뒤쳐지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고요. 이제는,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편안하게 연기한다고나 할까요."

김지호는 "나이에 맞게 연기도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제야 내 나이에 맞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옥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많이 배워요. 우리는 늘 많이 계산하고, 많이 고민하고, 사서 걱정하며 살잖아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요. 그런데 동옥이는 지능이 8살에 멈췄기 때문에 미래를 고민하지 않아요. 그런 단순함이 때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문완식 기자 munwansik@mt.co.kr

image
배우 김지호 /사진=홍봉진 기자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