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스윗 "10편의 짧은 에세이..불안한 청춘 노래"(인터뷰)

2년4개월만에 2집 '너의 세계'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03.27 10:51 / 조회 : 3388
  • 글자크기조절
image
랄라스윗 / 사진=해피로봇레코드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겨 묻는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2년 4개월여 만에 2집 '너의 세계'를 발표한 여성듀오 랄라스윗(김현아 박별)은 이번 신곡에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천진난만했던 어릴 시절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한다.

음악 속에서 이들이 말하는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2008년 '대학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들의 노래는 조용하고 나지막이 나누고 싶은 공감을 끌어낸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 타이틀곡 '오월'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의 자전적인 내용을 공감 섞인 가사로 풀어냈다.

2집에서 김현아의 보컬은 한층 선명해지고, 가사의 표현력은 더욱 섬세해졌다. 박별의 키보드 연주를 필두로 한 사운드는 한껏 풍성해졌다. 전작에 비해 음악적 색깔을 확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다.

뮤지션으로서 한 단계 더 진일보한 홍대신의 두 소녀, 랄라스윗을 만났다.


-2년 4개월 만에 앨범이다.

▶(김현아)우리끼린 많이 들었던 노래들인데 이제 모든 사람들이 듣게 된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리고 긴장된다. 1집 때와 기분이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것 같다. 대중의 피드백이 어떨지 궁금하다.

▶(박별)오랜 시간이 지나 나오는 것이니만큼 많은 고민을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설렌다.

-어떤 고민을 했는가.

▶(김현아)우린 여성 2인조인데 하고 싶은 것은 밴드 사운드다. 어떻게 하면 그런 괴리감 없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번 앨범은 랄라스윗의 색을 더 명확하고 짙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박별)독보적인 색깔을 갖고 싶었다. 랄라스윗하면 가사와 보컬이 예쁘고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이번에 그 두개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노랫말을 적을 땐 최대한 참신한 단어를 써보려 했고, 보컬도 좀 더 선명하고 크게 잡으려 했다. 스스로 아이덴티티(identity)를 확고하게 하려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전작과 차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박별)1집은 당시 하고 싶었던 취향들을 쏟아낸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것들을 앞에 내세웠다. 전에는 사랑에 대한 불안, 미련을 많이 다뤘는데 이번엔 삶속에서 다양한 얘기들을 담으려 했다.

-앨범 명이 '너의 세계'다.

▶(김현아)곡 작업을 하기 전부터 타이틀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했다. 어떤 주제를 넣어도 '너의 세계'라는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둘의 대한 얘기와 자전적인 것도 많이 실었다.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별)10곡을 다 들었을 때, 10편의 짧은 에세이를 읽은 듯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곡을 쓸 때 주로 일기장에서 많이 소스를 얻는 편인데 멤버 둘 다 지금은 20대를 지나 다가올 30대를 준비하는 시기라 그런 날들을 되짚어보며 곡들을 만들었다.

-가사에 시적인 표현들을 많이 넣는 것 같다. 주로 어떻게 쓰는가.

▶(김현아)최대한 많은 비유를 넣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참신한 표현을 찾으려 시도 읽어보고, 유의어 사전을 펴놓고 빈 곳에 여러 단어를 넣어보기도 한다. 발음이나 흐름상 어떤 게 느낌이 좋은지를 비교한다.

▶(박별) '천공' '비척거리다'라는 등의 말은 잘 안 쓰지 않은가. 흔하게 쓰지 않는 단어들이 가사에 잘 묻어날 때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image
랄라스윗 / 사진=해피로봇레코드


-타이틀곡 '오월'은 어떤 곡인가.

▶(김현아)5월에 태어난 한 사람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요즘 조카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축복 속에서 태어났을 텐데 그런 축복이나 기대감에 부응하며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생일이 5월인데 그래서 그런지 5월이 되면 그런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하게 되더라. 한창 열심히 살다가 그동안 뭐하면서 살았지 돌아보게 되는 나이인 것 같다.

▶(박별)누구나 듣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멜로디가 드라마틱해서 말하고자 하는 느낌이 더 잘 살아나는 것 같다.

-둘의 얘기를 담은 노래도 있다는데.

▶(박별)수록곡 '컬러풀'에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과거 (김)현아와 통화했던 내용을 담겨있다. 예전엔 우리도 컬러풀(Colorful)했는데 무채색처럼 돼버렸을까 생각하면서 나눴던 대화다. 현아와 나는 16~17살 때 음악학원에서 밴드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꿈을 접어야했다. 현아는 입시를 준비를 할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문득 이렇게 살려고 했던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둘 애기지만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김현아)랄라스윗을 하면서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수록곡 '앞으로 앞으로'는 그랬던 상황을 배가 부서져서 계속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 빗대어 적어봤다. 그땐 힘들었지만 앞으로 가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한 노래다.

-랄라스윗의 음악 색깔은?

▶(김현아)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소녀의 그림을 늘 그린다. 나이가 먹어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소녀의 불안함과 여린 감성들을 노래에 많이 담고 싶었다. 노래 자체는 밝지는 않지만 전작에 비해 덜 무거워 지려 했던 것 같다.

▶(박별)우리 둘 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기보다는 끊임없이 뒤돌아보고 불안해하는 성향이 있다. 나이가 들어도 적응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그런 고민들을 노래에도 많이 담긴 것 같다.

image
랄라스윗 / 사진=해피로봇레코드


-'랄라스랏'이란 배는 앞으로 어떻게 갈 것 같은가.

▶(김현아)우리가 탄 배가 갑자기 모터보트로 바뀌진 않는다고 생각한다.(웃음) 우리 공연을 봐주러 와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배에 비유하면 구멍이 났다가 메우기도 하고, 바람에 밀려 잠시 뒤로 갈수도 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으면 좋겠다.

▶(박별)랄라스윗의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음원차트 결과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간절한 소망은 아니다. 꾸준히 음악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오래오래 하고 싶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