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10년간 내리막길..이제 비상해야 할때"(인터뷰)

4년만에 정규 11집 '폴 투 스카이' 발매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4.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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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사진=드림팩토리


무대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던 공연의 신. 곱상한 외모에 타고난 미성을 소유한 어린 왕자. 1000회 이상 콘서트를 연 라이브의 황제. 사운드계의 파이오니어(Pioneer). '25년 음악인생' 이승환(49)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그의 묵직한 커리어만큼 다양하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이승환을 만났다. 전날에도 기자들과 라운드 형태의 인터뷰를 가진 후였다. 그는 "어제 처음 (이런 인터뷰를) 해보고 어색했는데 10분 정도 지나니까 괜찮아졌다"고 웃었다.


이승환이 26일 낸 11집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보다 실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노래들이 많다. 이번 앨범은 2CD로 발매되는 11집의 전편. 10집 '드림마이저'(Dreamizer)를 낸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우리나이로 50세가 됐지만 여전히 세련된 감각을 갖추고 있었다.

"기대가 많이 됩니다. 완성도도 높고, 어느 때보다 후회감이 들지 않네요. 스스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언제부턴가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이 잘 되서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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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사진=드림팩토리



이승환은 1990년대 가요계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장본인 중 하나다.

1989년 1집 'B.C 603'으로 데뷔한 그는 발라드와 록의 경계를 오가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음반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 '덩크슛', '천일동안', '심장병', '그대가 그대를'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음악시장으로 전환되며 그 역시 상승세가 멈췄다.

"그래도 창의력과 추진력에서 있어서는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고 '추억 팔이'에 의지해서 가는 음악이라면 너무 불행할 거라 생각했죠. 이제는 비상해야 될 때라 스스로도 도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면, 그의 날개는 음악이다. 앨범 타이틀 명을 '폴 투 플라이'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비상을 위한 추락. 이승환은 이제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최근 10년 동안은 앨범을 내면서 불행했었거든요. 나오자마자 3일이면 차트에서 사라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살아졌죠.(웃음) 녹록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죠. 결연한 의지로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소리'에 대한 고집은 여전했다. 미국과 영국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녹음 및 마스터링을 진행하는 등 사운드 완성도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순수 녹음비용만 3억8000만원. 앨범이 완성되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사운드에 한해서는 장인이 되고 싶은 목적이 있어요. 훗날에는 성원을 받을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있죠. 물론 '자뻑'도 있어요.(웃음) 마스터링만 6번 정도 거쳐 며칠 전에 아슬아슬하게 작업이 끝냈어요. 개인적으로 사운드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앨범이라 자부합니다."

참여진도 풍성하다. 배우 이보영을 비롯해 가수 이소은, MC메타, 유성은, 보컬그룹 러쉬,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팝재즈 가수 바우터 하멜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돈스파이크는 편곡, 시인 도종환은 작사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는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소은이 귀국해 피처링에 참여한 곡이다. 청량감 넘치는 브라스 사운드와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그는 "봄바람에 어울리는 느낌을 떠올리다 적합한 목소리를 찾았다"며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신나는 느낌의 대중적인 사운드가 포인트다"고 말했다.

이보영이 피처링에 참여한 곡 '쏘리'(Sorry)에 대해서는 "원래 요조씨가 불렀던 노래"라며 "원래 제 팬인 것을 알고 이보영씨에게 무턱대고 연락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셨다. 물결 같은 목소리에 감탄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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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사진=드림팩토리


이승환이 나이를 먹는 동안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도 나이를 먹었다. 공연장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이끌고 오는 '아줌마' 팬들도 부쩍 늘었다. "관객들도 관절에 압박을 호소하기 때문에 공연 시간을 줄였어요. 이젠 두 시간 가량을 앉아서 합니다. 최근엔 동료가수 이소라가 왜 그렇게 의자에 집착하게 됐는지 절실하게 깨달았죠. 하하."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은 대선배 가수가 됐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는 "우대받거나 헌정이라는 얘기가 아직은 어색하다"며 "누구나 그렇듯 언제나 현역 가수로서 20대 아이들과 같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오래 산 것에 대한 느낌은 있다고 했다. 난생 처음 겪는 미세먼지와 일본발 방사능 사태를 보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승환은 실제 사회적인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용산 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 MBC 노조 파업 지지 공연 등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던 그였다.

이번 앨범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곡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를 마지막 트랙에 실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이승환의 남다른 애정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는 현재 노 전 대통령을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도 제작 중이라고 했다.

이승환은 "이 노래는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이 아닌 좋고 싫음에 대한 문제"라며 "이곡 때문에 어떤 정치적인 공격을 받는다면 정말 희망이 없고 공정하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6년 음악인생을 살아온 그는 대중가요계에 남다른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로서 음악소비주기가 빨라진 현 가요계에 씁쓸한 부분도 많았단다. 공들여 만든 좋은 음악도 금세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였다.

"음악이 소장이 아닌 소모와 소비의 의미로 바뀌어 가는 현실이 너무 아쉽죠. 그래도 현실을 마냥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그런 시대의 흐름 안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도 여자 아이돌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하하."

세월이 지나도 꾸준히 트렌드를 유지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 이번 앨범으로 얻고 싶은 성과가 뭐냐는 질문에 "오타쿠나 철딱서니 없는 중년이 아닌 내 성향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전의 음악에 답보되어있거나 혹은 담보되어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해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현하는 가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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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사진=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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