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미친년 소리, 맞나 싶어 고민해봤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3.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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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사진=이동훈 기자


2012년. 영화계에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김고은. '은교'로 신고식을 치른 그녀는 매력이 수도꼭지 틀 듯 넘쳐흘렀다. 쌍꺼풀 없는 눈, 오종종한 입, 높지 않은 콧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외모는 외려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백지처럼 느껴졌다. 영화계는 대형신인에 열광했다.

그리고 2년. 혜성 같은 신인은 유성처럼 사라진 듯 했다. 연극과 단편영화에 출연했다지만 대중과는 몇 광년쯤 떨어져 있었다. 그랬던 김고은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미친년이다. 김고은은 13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감독 황인호)에서 동생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미친년으로 등장한다. 이 미친년은 기묘하다.


모자란듯하면서도 악다구니를 쓰고, 언제는 동생을 찾아 나섰다가 새롭게 만난 꼬맹이에 넋이 나가 새로운 동생 삼기에 여념 없다. 미친년이라고 하기에는 광기가 부족하고, 괜찮다고 하기엔 살짝 맛이 갔다. 무엇보다 귀엽다. 이건 김고은이기에 가능했다. 김고은은 혜성도 아니고, 유성도 아니고, 그냥 별이었나 보다.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몬스터'는 독특하다. 스릴러라고 하기엔 코미디가 강하고, 사회성도 짙고. 김고은이 맡은 복순이 역할도 포장은 연쇄살인범을 쫓는 미친년이라고 돼 있지만 새로운 동생 찾기에 더 정신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워낙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역할이다. 동생이 없으면 죽는다고 하지 않나. 그게 삶의 이유고.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으니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찾은 것이다.


-'은교' 이후 2년 지나 '몬스터'를 차기작으로 선보였다. 스릴러가 하고 싶을 때쯤 '몬스터' 제의를 받아서 했다고 했는데, 그게 전부인가.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보통 스릴러에선 여자들이 당하기만 하잖나. 화가 난다. 무섭기도 하고. 여자도 화나고 무서워지면 난리가 날 텐데. '몬스터'에서 다른 걸 다 떠나서 끌렸던 것은 나와 생각했던 게 같다는 점이었다. 맞서서 싸우는 여자라는 점.

-'은교' 이후 많은 제의가 들어 왔을 텐데. 2년이 지나 왜 '몬스터'였나. '몬스터' 이후 출연작인 '협녀'야 이병헌 전도연이 출연하는 무협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협녀'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그 다음 들어온 게 '몬스터'였다. '은교' 이후에 그렇게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은교' 때는 정말 즐기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다.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고. 그런데 막상 '은교'가 개봉하고 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니 나도 사람인지라 영향을 받았다.

내가 이런 관심 때문에 곧바로 다음 작품을 하면 '은교' 때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욕심이 앞서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관심에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왜요? 아니요. 책임감도 들었지만 연기를 길게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한 학기 복학을 해서 공연이랑 단편영화도 찍었다. 즐기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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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사진=이동훈 기자


-'몬스터'는 스릴러인데도 코미디가 강하다. 코미디 상당부분을 김고은이 떠안고 있고. 촬영장에서 헷갈리지는 않았나.

▶복순이는 유쾌한 해 같은 느낌이다. 반면 이민기 선배가 맡은 연쇄살인범 태수는 어둠 같고. 촬영하면서도 스릴러와 겹쳐지면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했다. 완성본을 보니 감독님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

-김고은이 맡은 복순이를 미친년으로 포장해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미친년이라고 마케팅을 할 때 속으로 이게 맞나 싶었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왜 이 단어를 택했을까 고민해봤다. 왜 친구들끼리 "이 미친년아"라고 귀엽게 이야기할 때도 있고, 영화 마지막에는 광기를 드러내지 않나. 그런 두 가지 의미를 같이 담은 게 아닌가 싶다.

-내내 빨간 조끼를 입고 뱅뱅 몸을 돌리던데.

▶빨간 조끼는 여러 의상 중 하나였는데 감독님이 보시고 매번 그 걸 입자고 하셨다. 그 조끼를 입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나왔다.

-맛이 간 것 같기도 하지만 귀엽고, 귀여우면서도 천연덕스러운 모습이었는데.

▶복합적인 광기를 담으려고 했다. 마치 빨간 단추를 누르면 폭발하듯이. 감독님이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바보처럼 보이도록 줄타기 하듯이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영화에서 빠르더라. 실제 빠른지는 잘 모르지만 '추격자' 하정우처럼 어떻게 하면 빠르게 보이는지 정확히 알고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던데.

▶실제로 빠르다.(웃음) 영화에서는 복순이처럼 달리려고 조금 느려졌다. 속도를 느끼도록 잘 표현한 건 맞는 것 같다.(웃음)

-몸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의 선이 다 드러나는 연기를 선호한다고나 할까. '은교'나 '몬스터'도 그랬고, 차기작인 '협녀'도 그렇고. 몸을 쓰면서 감정을 같이 담아내는 연기를 하는 여자배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신선한데.

▶꼭 그런 것 아닌 것 같은데. '협녀' 한다고 기사 났을 때는 한참 무술을 배우고 있었긴 하지만. 저도 예쁘고 사랑받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매니지먼트사들 사이에선 김고은이 소속사를 나온다, 어디랑 만난다더라는 이야기가 제법 많이 돈다. 요즘 업계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랄까.

▶그렇지 않다. 지금 소속사와 계약기간 많이 남았다. 소속사 대표님이 학교 선배라 선후배로서 티격태격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방향점을 놓고 초반에는 내 고집이 많았었다. 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꼭 잘한다고 좋은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이나 CF 같은 걸 놓고 정말 대표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런 소문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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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사진=이동훈 기자


-'은교'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를 했지만 '몬스터'에서는 온전히 홀로 이야기를 책임져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더 자유로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 만큼 위험하고 신중해야 했다.

-위험을 즐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은교'는 하면서는 즐거웠지만 하기 전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은교'를 하고 나니 두려움이 없어지더라. 실패를 해도 지금은 젊은데 뭐, 이런 생각도 있고.

-'은교'는 김고은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몬스터'는.

▶'은교'는 이 직업에 대해 간절하게, 더 진지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몬스터'는 또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영화다.

-'협녀' 촬영은 끝났고. 다음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있는데. 센 걸 좋아하나 싶던데.

▶(웃음)보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어바웃 타임' 같은 일상적인 걸 하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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