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말' 지진희 "별거 제안, 정말 현명한 선택"(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4.03.03 15:25 / 조회 : 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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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진희 /사진=최부석 기자



"오랜만입니다."

지난해 2월 만난 이후 거의 1년 만이었다. SBS 드라마 '대풍수' 촬영을 마치고 다소 피곤했던 기색이 느껴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진희는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 제작 HB엔터테인먼트, 이하 '따말')에서 불륜으로 인해 결혼 생활에 위기를 맞게 되는 남자 유재학을 연기하며 섬세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진희를 3일 오전 서울 신사동 모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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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진희 /사진=최부석 기자


◆ "유재학의 마지막 제안,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지진희는 이번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이번처럼 촬영을 마치고 나서 개운하고 후련했던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따말'의 결말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것 같고 파트너 복도 컸다. 충분히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에 임하고, 마치는 순간까지 그에게 아쉬운 감정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불륜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나름대로 아슬아슬했던 선을 지켜냈던 것이 너무 좋았어요. 어찌 보면 결말이 애매하게 끝난 것일 수는 있지만 최소한 여운은 남겼다고 생각해요."

지진희는 특히 "요즘 드라마가 그려지는 이야기가 비슷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지적하며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3'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진영 심사위원이 샘김의 연주를 듣고 했던 심사 중에 '언젠가부터 요즈음 음악에 간주가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나요. 그 말인즉슨 음악이 점차 비슷해지고 패턴이 정해지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 거 같은데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라고 봤죠. '따말'은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보고 나면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결혼한 지 오래된 중년 부부부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까지 모든 세대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따말'의 주요 이야기는 유재학과 나은진(한혜진 분)의 불륜에서부터 시작됐다. 엄연히 자녀를 가진 남편이자 아내였기에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 만했다.

"촬영 중에는 계속 유재학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유재학은 자신이 행동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죄책감도 가지고 있고 아내 송미경(김지수 분)이 처한 위치와 그녀만의 삶을 알게 되면서 부딪치는 모습 등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기도 했죠. 이에 대해서 유재학은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해왔어요. 그것이 유재학 스타일이었던 거죠."

불륜이 들통 나 이혼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건넨 유재학의 마지막 제안은 '별거'였다. 이혼을 보류하는 대신 잠시 다른 거처에서 살며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유재학 입장에서는 송미경에게 자신이 잘못을 깨달았다는 걸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특히 유재학이 송미경에게 건넨 마지막 제안에 대해서 "정말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이혼을 했다면 후회가 밀려왔을 거예요. 지금 함께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도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다는 점에선 분명 의미가 있죠."

유재학과 지진희는 여러모로 닮아있었다. 취미가 클라이밍과 레고 조립 등이었다는 것도, 아내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도 그랬다.

"실제로도 운동하는 것을 즐겨 해요. 레고 조립 등 저만이 가지고 있던 취미를 실제 유재학의 모습에 담아내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고요. 아내한테도 이성적으로 대하는 편이에요. 좀 더 좋고 싫은 건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이고요."

그렇다면 실제 아내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유재학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며 상대적으로 송미경에게 많은 공감(?)을 하진 않았을까.

"글쎄요.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부부인데 서운하게 느낄 순 있겠죠.(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아내가 제 성격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저도 노력 많이 해요. 지나가는 말로라도 '사랑한다', '예쁘다' 등 기분이 좋아지는 말들을 자주 하려고 하죠."

그는 이어 "아내 입장에서 너무 의지하려고만 하는 것도 꼭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뭔가 의미심장했다.

"결혼을 저 혼자 한 게 아니잖아요. 부부로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 거죠. 물론 스스로 가끔 제가 전하는 말들이 영혼 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하고 안 하고의 차이도 분명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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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진희 /사진=최부석 기자


◆ "연기력, 세월 지나면 나아지기 마련..반듯한 이미지 장점 많다"

다수의 작품에서 많은 연기를 선보인 지진희. 이 쯤 되면 스스로에게 연기력에 대해서 후한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연기력이라는 것은 세월이 지나면 나아지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연기의 장점에 대해 더 많이 바라보게 되고 아무래도 주변으로부터 힘이 될 수 있는 조언들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지적이나 비판에 대해서는 적잖게 상처를 받게 되니까요."

지진희의 작품 안에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대체적으로 반듯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가끔은 용맹스러운 장군이 되기도, 때로는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지질하게 사는 남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지진희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주된 모습은 아니었다.

"제가 가진 반듯한 이미지는 어찌 보면 코믹한 캐릭터, 악랄한 캐릭터 등 비범한 모습을 더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진희는 자신에게 매우 이기적인 배우였다. 자신을 아끼고 배우로서 모습을 완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고서 어떻게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겠어요.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고만 하고 착한 모습만 보이려 하는 것 같아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의 배우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온 그에게서 또 어떤 이미지의 인물이 탄생할 지 지켜볼 일이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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