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최민수-동생 김장훈이 함께 노래하던 날

[기자수첩]22일 홍대거리 지하 공연장서 깜짝 동반 무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2.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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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록 기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22일 밤 서울 합정동 홍대거리에 위치한 트라이브 바가 북적였다. 노란 백열등 몇 개를 켜고 촛불로 겨우 빛을 밝힌 20평 남짓 지하 바가 사람으로 가득 찼다. 더러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 있기도 했다. 그날 밤,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배우이자 밴드로도 활동하는 최민수, 그리고 가수 김장훈이 함께했다.

최민수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자신이 이끄는 블루스 밴드 36.5℃와 함께 이 곳에서 공연을 한다. "그냥" 노래하는 최민수가 좋았던 김장훈이 무작정 이 곳을 찾아와 최민수를 만난 것이 불과 몇 달 전. 두 사람은 곧장 형님 동생을 맺었고, 김장훈이 지난해 11월 나온 36.5℃ 최민수의 자작 앨범의 매니저를 자처할 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오는 25일 미국 출국을 앞둔 김장훈이 '나도 한 자리 해도 되겠냐'며 이날의 공연이 성사됐다.


진달래밴드에 이어 최민수와 밴드 36.5℃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제페토'를 시작으로 '마포대교' 등 호소력 충만한 낮은 음성으로 부르는 최민수의 노래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틈을 노린 김장훈의 인터셉트. "형, 노래 하나가 25분이야? 3곡 하는데 40분 걸렸어!" 밴드 보컬이 된 최민수가 느낌이 가는 대로, 노래 길이마저 마음대로 늘렸다 줄여가며 무대를 장악했다면, 통기타 하나 들고 무대를 넘겨받은 김장훈은 유쾌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말 끝날 때마다 폭소가 터졌다. 뒤질세라 최민수가 이어받았다. 격의 없는 이야기였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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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록 기자


"제가 좋아서 찾아갔죠. 그래도 사람이 50살 가까이 되다 보면, 또 첫 만남이고 하면 존댓말은 해 주잖아요. 그런데 민수 형님은 보자마자 '야 장훈아'.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이건 뭐 10년 만난 사람도 아니고…. 형, 그리고 다 좋은데 (노래) 끝나는 건 확실히 해줘. 이게 언제 끝나는 지 알 수가 없잖아. 배우가 취미로 밴드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보다 연습량이 많아요. 그럼 노래합니다. 제가 두 곡을 하든, 세 곡을 하든 민수 형 한 곡보다 안 길 거예요."(김장훈)


"장훈이는 노래는 짧게 하는데 '썰'이 길어요. 우리가 서로 욕을 잘해 친해졌다고 하는데 사실 욕을 하되 상스럽지가 않아요. 장훈이는 우아한 사람이거든요. '독도가 왜 니네 거야' 이런 거, 보통 사람들은 자기일 아니니까 안 해요. 모든 게 자유라지만 우리는 그런 거 관심 안 두고, 편집된 자유에서 삽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내 동생은 딴 이유가 없어요. 아닌 건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살아왔죠. 그래서 나는 김장훈은 우아하다고 말하고 싶어요."(최민수)

김장훈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스탠 바이 미'를 연이어 불렀다. 노래 중간 최민수가 갑자기 끼어들어 드럼을 치고, '나와 같다면'을 따라 부르던 관객들에게 김장훈이 패기있게 한 옥타브를 올릴 것을 주문한 데 이어, 기어이 진달래 보컬 최한초까지 끼어들어 세 사람이 '골목길'을 부르고 마지막 최민수의 히트곡(!) '헛웃음'까지. 쉬었다 달렸다 멈췄다 휘몰아치는 애드리브가 난무한 끝에 이날의 공연이 마무리됐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버스 타고 지하철 타기 애매한 시간까지 공연이 이어졌지만 아른거리는 촛불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 최민수와 김장훈의 얼굴 또한 그랬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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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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