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엘사-'위키드' 엘파바 공통점은? 박혜나(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02.20 09:44
  • 글자크기조절
image
박혜나/사진=홍봉진 기자


'겨울왕국' 얼음여왕 엘사와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의 공통점은?

미국이라면 이디나 멘젤을 꼽을 것이다. 이디나 멘젤은 '위키드'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엘파바를 맡아 토니상을 수상했다. '겨울왕국'에선 엘사를 맡아 우리에게도 익숙한 '렛 잇 고'(Let it go)를 불렀다.


한국에선 뮤지컬 배우 박혜나(32)를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박혜나는 '겨울왕국'에서 '렛 잇 고' 한국어 더빙 '다 잊어'를 불러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혜나는 지난해 11월 개막한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에선 옥주현과 함께 엘파바로 낙점돼 뮤지컬계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아니, 박혜나는 신데렐라라기보단 엘사와 닮았다. 9년여의 오랜 무명 시절을 딛고 목소리와 연기를 단련해 마침내 우뚝 일어났다. 박혜나는 "기회는 바란다고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한국에서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덕인지 요즘 박혜나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인터뷰 제의가 부쩍 늘어났으며, 이래저래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미 뮤지컬계, 적어도 '위키드'를 본 관객들에겐 박혜나는 반가운 선물 같은 존재다. 박혜나가 '위키드'에서 대표곡인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려 하늘로 날아오르면 여지없이 객석에서 환호가 터진다.

뮤지컬계 여왕으로 자리 잡은 옥주현과 더블 캐스팅이 됐을 때, 초반에는 당연히 옥주현 공연에 관객이 더 몰렸다. 지금은 비슷비슷하다. 엘파바와 엘사의 마법 덕인지, 그녀의 오랜 준비 때문인지, 관객은 박혜나에 갈채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박혜나는 연기자 준비생이 아니었다. 점수에 맞춰서 가려던 대학에 떨어진 뒤 재수를 하다가 기분 전환하려 들었던 뮤지컬 워크샵이 그녀의 운명을 바꿨다. "재수가 꿈이 없던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 같다"는 박혜나는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갔고, 대학에서 뮤지컬을 올렸고, 그걸 눈여겨 본 공연제작사 파파프로덕션 이현규 대표에 의해 2006년 창작뮤지컬 '미스터마우스'에 앙상블로 데뷔했다.

앙상블로 시작해 '싱글즈'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여러 뮤지컬에서 내공을 쌓아온 그녀에게 2013년은 기회의 한 해였다.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 오디션에서 주인공 엘파바로 뽑혔다. 누군가에겐 신데렐라 탄생이겠지만, 박혜나에겐 8년 무명 세월 끝에 찾아온 기회였고, 그녀는 기회를 잡았다.

image
박혜나/사진=홍봉진 기자


박혜나는 '위키드'로 정신없던 시간을 보내던 중 '겨울왕국'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녹음을 많이 해서 사실 '겨울왕국' 오디션도 정보 없이 찾아갔어요. 오디션인지도 모르고, '다잊어'를 불렀었죠. 준비를 많이 못해서 다른 분이 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급하게 연락이 와서 녹음을 했어요. 목소리 톤이 이디나 멘젤과 닮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겸손이다. 박혜나가 부른 '다잊어'는 이디나 멘젤의 '렛 잇 고'와 더불어 한국에서 여러 가수들이 커버한 곡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건 노래에 감정을 마디마디 담아 부른 뮤지컬 배우였기에 가능했을 터다. 박혜나는 "노래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소리보다는 감정 전달에 더 주력한다"고 말했다. "노래가 부족한 걸 아니 매일 연습을 한다"는 말이 뒤따랐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세계 각국 엘사들이 부른 25개국 버전 '렛 잇 고'에도 박혜나 목소리는 실려 있다. 박혜나는 "그분들 중에는 엘파바를 하신 분들이 많다"며 "내 목소리가 그들과 같이 실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웃었다.

'겨울왕국'을 당연히 더빙 버전으로 봤다는 박혜나는 "엘사 성우를 하신 소연 목소리와 제 노래 목소리가 너무 닮아서 무척 놀랐다"며 "정말 전문적인 영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성우가 참여한 '겨울왕국' 흥행으로 앞으로 전문 성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손톱에 녹색물이 든 채 마주 앉은 박혜나는 "'위키드'와 '겨울왕국'으로 같이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한 나날이다. 공연이 끝나고 사인을 할 때도 '겨울왕국' 노래 너무 잘 들었다고 해주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올해는 갚아야 하는 해인 것 같다"는 박혜나. 박혜나는 '위키드' 오디션을 볼 때 엘파바를 바랐지만 희망은 있어도 확신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희망은 확신이 되고, 운명이 됐다.

엘사와 엘파바의 마법이 박혜나를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데려다줄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