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조성하 "제가 '국민사위'래요!"(인터뷰)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고민중 역 배우 조성하 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4.02.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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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 /사진=최부석 기자


"나라면?"

아마 "끔찍하다"는 게 대다수 아닐까.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 제작 드림이앤엠)을 보는 대한민국 사위들은 섬뜩하다. 장모는 사업에 실패했다고 구박하고 아내는 소싯적 '미스코리아' 경력에만 매달려 본체만체 무시한다. 기껏 이혼하고 첫사랑 찾아갔더니 옛 장모가 전처까지 동반하고 찾아와 다시 결합하란다. 이러지도 저리지고 못하고 고민만 늘어갈 뿐이다. '처월드'(며느리의 시집살이를 의미하는 '시월드'에 대응해 사위의 처가살이를 의미하는 신조어)가 유행이라더니 그 '처월드'의 극치가 '왕가네 식구들' 속에 있다. '처월드'에서 장모에게 구박받는 가슴 절절한 사위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조성하(48)를 만났다.


1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하는 밝은 얼굴이었다. 지난 10일 충남 태안의 한 바닷가에서 마지막회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12일 마무리 촬영만 남은 상황. 6개월간 장기 레이스를 이제 막 마치려는 순간,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아 행복하다"고 했다. '왕가네 식구들'은 지난 9일 48회가 48.3%(닐슨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무려 49.9%다. '꿈의 시청률'이라는 시청률 50%가 바로 코앞이다.

그 중심에 조성하가 있다. 조성하는 극중 고민중 역을 맡아 구박 받는 사위 연기로 '국민사위'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제목은 '왕가네 식구들'이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이는 고가(家) 고민중이다.

◆"그런 남편하고 살아서 좋겠다고 한대요."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당장 집사람도 주변에서 난리가 아니라고 얘기해요. 그런 남편하고 살아서 좋겠다고 하더래요. 아내는 특별히 잘 한다 못 한다 얘기는 안해요. 요즘 제가 좀 말라보였는지 밥은 잘 챙겨줘요. (웃음). 그리고 집에 대본을 가져가면 항상 나보다 먼저 집사람이 대본을 봐요. 애들도 그렇고. 대본을 보고나면 정작 방송이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재미있대요. 심지어 올해 열두 살짜리 둘째 아들은 집에 가면 항상 '왕가네 식구들'을 보고 있을 정도에요. 네 번을 본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성하는 "집에서 어렸을 때 엄마한테 받은 사랑 이후 처음으로 큰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왕가네 식구들'은 종영을 앞두고 첫사랑 오순정(김희정 분)과 전처 왕수박(오현경 분)사이에서 갈등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처월드' 속 구박 받는 사위 연기에 막판까지 오순정과 왕수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연기가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고민중이 극 초반부터 워낙 복잡한 상황 속에 놓였고 감정 기복이 심한 표현들이 많았어요. 일단 제가 제일 못하는 연기가 감정연기입니다(웃음). 여태까지 한 다른 작품들 속 연기는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감정을 숨기고, 중심을 잡고, 냉철한 이런 역할들이었죠. 이번에는 눌렀던 감정을 다 털어내는 표현을 많이 했어요. 눈물 연기도 많았고, 처음 만나는 고민중의 감정 세계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성하는 "고민중은 사업이 망하면서 집사람(왕수박)과 장모 앙금(김해숙 분)으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았는데, 갑자기 뜨거운 열탕에서 아주 급속도로 냉탕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을 접하고 화들짝 놀라는 인물이 아니라 안에서 그걸 정화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인물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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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 /사진=최부석 기자


◆"나라면 질질 끌지 않아..오순정 택했을 것"

조성하가 느끼는 고민중의 '처월드'는 어땠을까.

"어디선가 '이런 비련의 남자주인공은 처음 본다'고 글을 봤어요. 그런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저야 뭐 작가 선생님이 써주시는 대로 연기하는 건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미가 추종되던 우리 사회에서 '당하는 사위'의 모습이 낯설었을 거예요. 우리 사회가 그렇잖아요. 남자들은 웬만해서는 당하지 않고, 늘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런데 고민중은 그에 비하면 굉장히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눈물도 많은 남자니. 아이러니 하다고나 할까요."

조성하는 "제가 그런 장모와 아내 상황이라면 우이독경, 복지부동, 납작 엎드려서 꿋꿋하면서도 묵묵하게 대꾸 안하고 살았을 것 같다"라며 "그런데 고민중은 그 와중에도 장모와 아내한테 살갑데 대하고 계속 상황을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생각할 수록 긍정적인 인물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종영을 2회 앞두고 앙금과 왕호박(이태란 분)의 오해가 풀리는 등 고민중-오순정-왕수박 관계를 제외하고 거의 갈등 해소를 마친 상황이다. 이제 시청자들의 관심은 고민중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다. 극중 고민중은 첫 사랑 순정이를 택한 것 같으면서도 또 처갓집은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등 그 최종 선택을 가늠하기 힘든 행동을 하고 있다.

"고민중에게 오순정은 안식이자 여백이죠. 그런데 왕수박은, 비록 부정을 저지른 걸 알았지만 그래도 자기 아이들의 엄마잖아요. 여기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책임감이 강한 남자로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고 자기를 다 버리고 자식과 집안의 화목과 평화를 위해 모든 걸 다 버렸어요. 그런데 결국은 그 사람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은 자기보다도 내 아이들을 위한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안정도 찾고 내 마음의 안식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거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남자들은 그런데 대부분 그런 여자를 찾지 않을까요. 내 마음을 편히, 쉽게 맡길 수 있는 여자요."

"그런 식으로 '이중플레이'를 하면 고민중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순정이에게 너무 모진 것 아니냐"고 하자 "순정으로서는 시원스럽지 않은 고민중의 행동이 충분히 오해를 불러올만하다. 답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고민중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상처를 안주고 모든 걸 혼자서 봉합하려고 하는, 한마디로 모질지 않은 인물이죠. 어떻게 보면 또 잘 삐치는 것 같기도 해요, 부부싸움 하면 무조건 먼저 나가잖아요. 어찌나 잘 나가는지(웃음)."

조성하는 "나는 고민중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며 "오순정과 왕수박 사이에서 그렇게 갈등하기 보다는 오순정을 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민중이 심사숙고하고 모든 걸 고려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알지만 저라면 그렇게 길게 선택을 끌지 않을 거예요. 이미 오랫동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수박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줬잖아요. 저였다면 그 상황에서 굉장히 민첩하게 사안을 정리했을 겁니다. 딱 잘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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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 /사진=최부석 기자


◆"'왕가네'는 의미 있는 드라마..시청률 50% 넘겼으면"

조성하는 16일 마지막회에서 꼭 시청률 50%를 넘기길 갈망하고 있었다. '왕가네 식구들'이 전국 기준으로 시청률 50%를 넘기면 2011년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역사'에 남게 된다.

"문영남 작가가 50% 못 넘으면 제 책임이래요. 그렇게 부담을 주시네요. 50% 가까운 시청률로 저 때문이기보다는 훌륭한 선배, 동료 배우들이 만든 거죠. 전 문 작가님의 필력이 시청률 50%를 넘기게 할 것이라고 봐요."

조성하는 "설사 50%를 못 넘기더라도 '왕가네 식구들'은 제게 분명 의미 있는 드라마로 남을 것"이라며 "'왕가네 식구들'은 결코 잊지 못할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번에 이 작품을 하면서 닉네임을 또 하나 얻었어요. '국민사위'라고 해주시는데 감사하죠. 이전까지 '꽃중년', '꿀성대' 등 닉네임들을 얻었었는데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얻는 게 쉽지 않잖아요.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요. 한참 기다리면 '국민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웃음). 조성하가 정말 작은 단역부터 출발해서 어려운 길을 걸어온 배우로서 그런 수식어를 얻어 정말 영광스럽죠."

조성하는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에 부친의 전화가 뜸하다고 했다. 그의 부친에게 배우는 무조건 TV에 많이 나오면 최고라고.

"출연한 영화가 개봉했어도 TV에 안 나오면 '언제 TV에 나오냐'고 늘 전화로 성화셨어요. '언제 방송 나오냐'고 타박하시죠. 그런데 요즘은 전화를 통 안하시네요. '왕가네 식구들' 6개월 하면서 큰 효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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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 /사진=최부석 기자


문완식 기자 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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