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더빙판 안나가 바로 나..대박 실감나요"

'겨울왕국' 안나 목소리 연기에 노래까지..성우 박지윤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2.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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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박지윤 / 사진=홍봉진 기자


성우 박지윤(36). 그녀의 얼굴이나 이름이 생소할지 몰라도 그녀의 목소리는 더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녀가 청량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같이 눈사람 만들래~"를 노래하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출 것이다. 맞다. 700만, 800만을 향해 가며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 씩씩한 공주님, 안나에게 사랑스런 목소리를 덧입힌 주인공이 바로 그녀다.

성신여대 성악과 출신인 박지윤은 안나의 목소리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까지 직접 소화한 재주꾼. 이미 '공주와 개구리'의 샬롯, '라푼젤'의 라푼젤 목소리를 연기하며 디즈니 공주님 전문 성우에 등극한데다, 팬들 사이에서는 '갓지윤'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안나는 정말 하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겨울왕국'은 처음 영상 클립을 봤을 때부터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죠. OST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도 몰랐어요. 늘 해오던 일을 한 건데, 같은 일을 하고 사랑받으니 기분 좋네요."

박지윤 성우는 지난해 유비저균 감염으로 작고한 탤런트 고 박용식의 딸이기도 하다. 2005년 KBS 31기 공채 성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참여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이 셀 수 없을 정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외에도 TV애니메이션 '딸기가 좋아'의 딸기, '닌자고'의 니야, '클로이의 요술옷장'의 클로이 등의 목소리를 맡았다. 귀엽고 맑은 목소리로 정평이 났지만 사실은 육아에 정신없는 두 아이의 엄마. 남편은 KBS 32기 성우 출신인 정형석 씨다.

"지난해가 참 힘들었어요. 4월에 둘째를 출산했는데 100일 때 아버지가 쓰러지셨고, 8월에 돌아가셨죠. 설상가상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한 해에 그런 일을 겪으니 제 몸도 좋지 않더라고요. 제 평생 가장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해였어요. 그러던 지난해 11월에 '겨울왕국'을 만났죠."


디즈니와 인연 깊은 박지윤 성우지만 '겨울왕국'에도 정식 오디션을 거쳐 참여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먼저 발탁된 뒤 노래 오디션에도 참여, 배역을 따냈다. 성악을 전공했던 그녀에게 더욱 의미있는 기회였다. '라푼젤'에서도 일부 노래를 불렀지만 아쉬움이 있던 차였다.

"제가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겨울왕국'은 오디션용 영상 편집본을 받았을 때부터 꼭 하고 싶었어요. 5분짜리 클립이었는데도 너무 재밌었거든요. 공주가 막 코를 골고 하는데, 뭐 이런 공주가 다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오디션에 붙고 스튜디오 감독님이 '지윤씨, 노래 오디션도 볼래?' 하시기에 바로 '네!' 그랬어요. 오디션도 엄청나게 열심히 봤어요. 다른 때도 열심히 보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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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안나 / 사진=스틸컷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사랑스러운 안나 공주의 목소리요, 한번만 들어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노래들이다. 박지윤 성우가 부른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태어나서 처음으로(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사랑은 열린 문(Love Is An Open Door)'은 오리지널 뺨치는 완성도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팬들,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가 나올 때, 엘사와 안나가 같이 노래를 부르며 문이 열리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녹음 때 네 곡을 하루에 하느라 다섯 시간을 내리 노래했는데, 그 때는 어떤 에너지로 불렀는지 모르겠을 정도예요. 돌이켜보면 저도 이 작품을 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노래 잘못 하면 성우가 바뀌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그녀의 걱정은 기우였다. '겨울왕국' 더빙판은 그 어떤 때보다 큰 호응을 받는 중. 노래 역시 히트곡이 됐다. 떨리는 마음에 시사회 직후부터 각종 댓글과 평가를 뒤졌던 박지윤 성우 역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시간이 지나며 주변에서 자꾸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어느 날은 오빠가 '니가 영화인 검색 순위 1등 했어' 그러더라고요. '다른 박지윤 아니야' 했어요. 가끔 출연료도 잘못 들어가고 그러거든요.(웃음) 이제는 조금씩 실감이 나요. 연락 안했던 사람들한테서 연락이 오고요. 성우란 일을 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좋아요. 공주 전문 성우요? 평소엔 공주로 못 사는데 작품에서나마 공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영화와 노래의 인기 덕에 디즈니는 원래 계획에도 없던 한국어 버전 OST 출시까지 결정했다. 영화는 이미 650만을 훌쩍 넘긴 상태. 혹시, 성우에게 추가 수입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없네요. 러닝 개런티 같은 거 없어요.(웃음) 하지만 음반이 나온다니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얼마만이에요. 또 더빙이 관심을 받는 게 얼마만이에요. 사실 성우는 항상 무대 아래, 수면 아래에 있는 직업이잖아요. 선망해 온 성우 선배님들이 농담으로라도 칭찬해 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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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박지윤 / 사진=홍봉진 기자


그녀 역시 요즘 들어 성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쉽다. 최근 화제가 됐던 '셜록'에 대해서도 물었다. KBS 2TV에서 영국 BBC 인기 드라마 '셜록' 시즌3을 더빙해 내보내면서 '자막판을 봐야 하네, 더빙판을 봐야 하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터다. 일부 우려와 달리 더빙판 역시 캐릭터와 어우러지며 인기몰이를 했다.

"저희끼리도 '셜록'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더빙판이 보기 싫으면 쉽게 자막을 구해서 보실 수 있잖아요. 어떤 분이 '더빙은 싫다고 하는 것도 지적 오만'이라고 하셨는데, 성우로서 공감했어요. 오리지널의 매력도 있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된 것을 듣는 게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렇게도 더빙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신 게 좋더라고요. 재밌는 시리즈 많잖아요. 저도 멋지게 몇 달씩 해보고 싶어요."

그렇기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은 '겨울왕국'의 더빙판이 더욱 소중하고 뿌듯하다는 성우 박지윤. "성우가 나의 천직이라 생각한다"는 그녀는 청량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처음 성우가 됐을 때 서혜정 선배님이 그러셨어요. 성우는 아이들과 동심의 세계에 있어서 영혼이 맑다고. 그땐 그 말이 무슨 얘기인가 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겨울왕국'이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썼다는데, 그게 저 때문만은 아니지만 제 인생에서 그런 작품을 했다는 게 뜻깊네요. 앞으로도 가늘고 길게, 성우로서 살아가고 싶어요."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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