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렉스도 제친 뿔공룡 대세, 왜 주연감일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1.27 17:05 / 조회 : 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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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부터 MBC '1억년 뿔공년의 비밀', 영화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 영화 '디노타샤:공룡대탐험' 스틸컷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운다. 지금에야 뼛조각 몇 개로 겨우 남아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처지지만, 2억5000만년 전 이 땅을 쿵쿵거리며 다녔던 거대한 생명체들은 늘 형언할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들도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특히 뿔공룡이 대세다. 공룡 하면 떠오르는 포악한 사냥꾼 티라노사우르스 대신 아름다운 뿔을 가진 듬직한 초식 공룡들이 속속 주인공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옛 대세는 흔히 T렉스로 불리는 티라노사우르스. 백악기 북미에서 주로 살았던 13~14m의 대형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는 전통의 인기 공룡이다. '폭군 도마뱀'이란 뜻의 이름에 걸맞게 뿌리까지 30cm에 이르는 이빨이 촘촘히 박힌 거대한 입, 강력한 꼬리 같은 살벌한 비주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포악한 악당 이미지에다 기동성이 떨어져 시체를 주로 먹었으리라는 최근 학설 등이 더해지며 주가가 다소 하락했다.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에서는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운 벨로시렙터 무리에게 가장 강력한 포식자의 자리를 내줬다. 2011년 국내에서 개봉한 사랑스러운 일본 애니메이션 '고 녀석 맛나겠다'에서는 알에서 깨어난 붙임성 만점 초식공룡 '맛나'(자라면 웬만한 육식공룡도 겁나지 않은 갑옷공룡 안킬로사우르스가 되는 녀석이다!)를 키우느라 육식을 포기하다시피 한 티라노사우르스가 등장했을 정도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아시아를 주름잡은 거대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르스가 인기를 모았다. 북미 대륙에서 주로 살았던 티라노사우르스와 달리 타르보사우르스는 몽골, 중국, 한국에 걸쳐 아시아 대륙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MBC 공룡다큐 '공룡의 땅'에서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EBS 다큐멘터리를 거쳐 그해 극장판으로 개봉한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의 주인공 역시 타르보사우르스다. 홀로 살아남은 어린 점박이의 성장기를 담은 '점박이:한반도의 공룡'은 당시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참, 극중 점박이가 사나운 티라노사우르스와 대결하는 장면은 100% 상상력에 기반한 것. 앞서 설명했듯 둘은 종류가 비슷해도 사는 곳이 너무 멀어 만나 싸우기가 여간 쉽지 않았던 사이였다.

최근 들어선 뿔공룡의 강세가 돋보인다. 지난해 연말 개봉해 약 6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의 주인공은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어린 파키리노사우르스 '파치'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코와 눈 사이에 두꺼운 혹이 있고 머리 부분에 짧은 프릴과 뿔이 달린 백악기 후기의 초식 뿔공룡이다. 파키케팔로사우르스처럼 혹을 부딪치며 싸웠을 것이라는 학설을 동생 공룡이었던 파치가 무리의 우두머리인 형과 싸우는 장면에서 차용했다. 악당으로는 파키리노사우르스처럼 공룡계 인기 변방에 있던 거대 육식공룡 고르고사우르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다른 공룡 애니메이션 '디노타샤 : 공룡대탐험'에서도 뿔공룡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룡을 탐구한다는 자연 다큐멘터리 콘셉트의 '디노타샤' 6개 에피소드 가운데 어린 트리케라톱스의 이야기가 당당하게 한 챕터를 이루고 있다. 코와 이마에 세 개의 뿔을 지닌 트리케라톱스는 뿔공룡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종. 8~9m의 거대 초식공룡으로서 오랜 시간 진화하며 공룡시대 최후까지 살아남았다.

27일 오후 11시15분 MBC에서 선보이는 '1억년 뿔공룡의 비밀'은 뿔공룡을 아예 제목으로 내세웠다. 주인공인 뿔공룡은 다름 아닌 한반도의 첫 공룡으로 기록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2009년 경기도 화성 시화호 주변에서 온전한 뼈화석이 처음 발견됐다. 사실 '1억년 뿔공룡의 비밀'은 2009년 다큐 '공룡의 땅'을 잇는 작품이다. 당시에는 독립된 종으로 인정받지 못해 '공룡X'로 불렸던 화석이 그 사이 연구성과가 더해져 '코리아케라톱스'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몸길이 1.8m, 몸무게 70kg의 이 소형 뿔공룡은 공룡계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가졌다고.

'1억년 뿔공룡의 비밀'에서는 방송인 샘 해밍턴이 프레젠터로 나서 1,2부에 걸쳐 1억년 전 뿔공룡이 살았던 시대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공룡물의 주 시청층인 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늦은 방송 시간이 아쉽지만, 1년 가까이 공들인 실감나는 비주얼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보는 맛이 쏠쏠할 것이라고 제작진은 귀띔했다. 기존 HD 영상보다 4배나 해상도가 높은 4K 카메라로 공룡시대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담았다.

뿔공룡의 활약은 한 발짝 더 나간다. 다음달 KBS 2TV에서 첫 방송을 앞둔 '꾸러기케라톱스 코리요'는 코리아케라톱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한국 TV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일본 TV애니메이션 '공룡킹 어드벤처'처럼 시리즈를 거듭하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 한가지, '공룡킹 어드벤처'에서도 주인공의 동반자인 공룡 캐릭터가 가부라는 이름의 뿔공룡 트리케라톱스였다는 사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 왜 뿔공룡이 대세가 됐을까. '공룡의 땅'의 연출자이며 '1억년 뿔공룡의 비밀'도 다시 만든 MBC 이동희 PD의 설명을 되새겨볼 법 하다.

"공룡이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수많은 종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죠. 공룡하면 떠오르는 대표인 티라노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는 모두 1억년 넘게 번성하고 진화해 온 종입니다. 공룡시대 자체를 대표하기도 하고요. 특히 뿔공룡은 유형이 다양한데다 현재의 동물과는 전혀 다른 신비롭고 돋보이는 비주얼을 지니고 있어요. 더욱이 집단생활을 하는 종이라 여러 드라마도 가능하지요. 힘을 모을 수 있으니 'T렉스와 한판 붙었다' 이런 상상도 할 수 있고요. 이러저러한 점을 따졌을 때 공룡 세계에선 주연감이 확실한 셈입니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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