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 권재영PD "가수 갱생+발굴 프로NO"(인터뷰)

KBS 2TV '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의 권재영PD

김성희 기자 / 입력 : 2014.01.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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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의 권재영PD/사진=이동훈 기자


'전설', '경연', '신동엽' · · ·

시청자들이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하면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다. '불후'는 2011년 탄생한 프로그램으로 가요계 전설들의 명곡을 후배가수들이 재해석 한다. 음악과 예능의 만남으로 출발했다면 이제는 전 세대가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특집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최근 '불후'의 연출을 맡고 있는 권재영(44)PD를 여의도 KBS신관에서 직접 만났다. 권PD는 인터뷰 전날 설 특집 녹화 일정이 있었고 장시간 녹화에 피곤했을 법 했지만 차근차근 '불후'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짚었다. 권PD는 '불후'에 대해 가수 갱생 프로도 아니며, 신인발굴의 장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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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의 권재영PD/사진=이동훈 기자


'불후'? 처음엔 수명 1년 예상


권PD는 2011년 '불후'의 초창기 연출을 맡은 주인공. 그는 지난해 시트콤 '일말의 순정' 이후 가을 개편을 맞아 다시 돌아왔다. 곧바로 두 개의 기획 아이템을 선보였다. 바로 '추남특집', '더 라이벌'이었다. 권PD는 일각에서 '불후'를 놓고 소재고갈이라고 제기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났다. 그는 제작진도 잘 알고 있음을 밝혔다.

"이 부분은 중요한 게 시청자들이 '불후' 전설 다 소진된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일정 부분은 맞아요. 그렇지만 2가지 측면에서 돌파구가 있어요. 2011년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때 못 본 시청자들이 유입될 수도 있고 음악이란 건 누가 편곡하고 가창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소재고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설을 인물로만 국한시킨다면 한계가 있겠지만 노래로 확장하면 달라져요. 저희가 제일 피해야 하는 건 단조로움이에요. 2주 정도 경연하고, 기획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는데 아직도 모시고 싶은 분들은 많아요."

'불후'는 동시간대 MBC '무한도전', SBS '스타킹'이라는 큰 산을 넘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도래했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불후'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떨까. 권PD는 기획당시 프로그램의 수명을 1년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초과달성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음악프로그램이 예능 포맷으로 나왔을 때 과연 장수 할 수 있을까 싶긴 했어요. 생각해보니 '불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융통성과 규칙입니다. 1회 때 규칙이 지금과 같아요. 주위에서는 변화를 주라고 하지만 확고한 원칙이 있어요. MC 신동엽이 공을 뽑는 것, 점수 공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가수들을 어떻게든 섭외하는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김종서씨 출연을 기대해 주세요."

권PD와 한창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음악 자문단이었다. 이들은 실제 음악평론가 등으로 구성됐다. 권PD는 컴백 후 한 번 위기상황을 겪었다. 전설로 어니언스를 초대했지만 노래를 완벽하게 다 알진 못했다. 이때 음악 자문단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

"저희 음악 자문단은 음지에서 점조직으로 활동합니다. 하하. 제작진 중에 저만 40대 초반이고 바로 밑 후배가 36살이에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로 구성됐어요. 그래서 예전 노래를 찾는데 있어 한계가 드러나요. 이때 음악자문단이 딱 집어주세요. 우리 프로그램은 젊은 가수를 보려는 팬층, 추억을 느끼려는 장년층까지 다양해요. 제작진은 각자의 부모님을 표본으로 방송 모니터를 합니다."

'불후' 이전에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있었다. 지금은 '나가수'가 폐지됐고 '불후'가 생존했다. '불후'를 탄생시킨 권PD에게 '나가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불후'는 어쩌면 '나가수'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를 부인하고 싶진 않아요. 모티브를 됐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차별화를 주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으니까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댓글을 보면 저 가수는 '나가수 급'을 종종 봐요. 그런데 '나가수' 안 나간다고 실력 없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는 '나가수급', 누구는 '불후급'으로 나누는 게 아쉬워요. 오히려 가수 입장에서는 노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게 전부인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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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곡' 권재영PD/사진=KBS 2TV '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조장혁의 고맙다는 말, 남진의 모습..힘을 얻었다

권PD는 최근 경합에 참여한 가수 가운데 조장혁을 언급했다. 조장혁의 경우 'LOVE', '중독된 사랑'등으로 사랑받았지만 어느 순간 음악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권PD는 조장혁이 어린 후배들과 경합하고 판정 받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조장혁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조장혁 형이 저에게 '불후'는 인생을 바꿔준 프로그램이기에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라고 했어요. 조장혁 형이 들려준 얘기는 가수를 그만두려고 하던 찰나에 저희 섭외가 왔대요.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가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고 이제는 노래로 살아 갈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고 해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가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힘을 얻었습니다."

프로그램이 갖는 힘은 엄청났다. 초창기 전설 섭외를 위해 제작진이 직접 전설과 만나 고군분투 했다면 이제는 '왜 이제 전화했어'라고 반겨주는 전설들이 많다는 것. 권PD는 기억에 남는 전설로 가수 패티김, 송창식, 남진을 꼽았다.

"이분들이 노래로는 다른 이들과 대체 불가해요. 남진 선생님의 경우 정말 본받고 싶을 정도로 인품이 엄청 나세요. 여유로움과 후배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내 노래에 대한 자부심, 후배들과 함께 하려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제작진에게 '내가 뭐 도와줄까?'라고 늘 말씀해주셨어요, 처음 섭외가 어렵지 다들 흔쾌히 도와주세요."

권PD는 정말 함께하고 싶은 가수로 이미지, 조용필, 서태지를 꼽았다. 그 중에서 서태지는 1990년대의 문화대통령이자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권PD는 입사 전 광고회사에서 광고음악 전문 PD로 있었다. 그는 당시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광고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했다. 권PD는 서태지와의 남다른 인연도 언급했다.

"1995년쯤에 서태지씨가 여러 광고를 찍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모 백화점 광고였어요. 마침 제작할 때 사진만 쓰기로 하고 목소리는 협의되지 않았어요. 우연한 계기로 업계 사람들과 컴백홈을 불렀는데 제 목소리가 서태지씨와 닮았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그 광고에 제 목소리가 쓰였어요. 나중에 제가 입사 후 연출 맡았던 '스펀지'에도 나왔었어요. 그러고 보니 전 음악과 연관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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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의 권재영PD/사진=이동훈 기자


"MC 신동엽 없었으면 큰일 날 뻔"

'불후'하면 가수들의 재조명도 빼놓을 수 없다. 초창기 시절의 씨스타 효린, 다비치 강민경을 비롯해 허각, 알리, 정동하, 문명진 등이 탄생했다. 신인가수 발굴에 대해 어려움을 털어놨다.

"요즘 보면 신인가수 발굴이 어려워요. 원인을 생각해보니 제작진과 시청자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효린, 강민경, 에일리, 알리는 프로그램 성장기, 정동하와 문명진은 안정기에 나왔어요. 이제는 웬만한 실력으론 시청자를 충족시키진 못해요. 문명진은 실력도 있고 인지도도 없었던 특이 케이스에요. 신인 발굴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고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에요."

'불후'의 트레이드마크인 MC 신동엽을 빼놓을 수 없다. 신동엽은 오프닝에서부터 '불후'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방송에는 안 나가지만 실제 녹화 할 때는 가수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노래 사이마다 명곡판정단과 소통한다. 역할이 엄청나다.

"처음에 MC 섭외 당시에 고민 많이 했어요. 가수들을 쥐락펴락해야 하고 명곡판정단을 잡을 수 있어야 했어요. 프로그램 첫 녹화라 가수들도 예민했고 저 역시 긴장했어요. 그래서 신동엽씨가 과연 잘 해낼지 싶었는데 웬걸요. 없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가수들을 노련하게 다루면서 분위기를 완전 장악했어요. 그리고 우리 대기실 MC들인 문희준, 정재형도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김성희 기자 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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