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컴백' 비 "2014년은 구설수 없길..마음 비웠다"(인터뷰)

이지현 기자 / 입력 : 2014.0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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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사진제공= 큐브DC


"다사다난했죠."

가수 비(32·정지훈)가 지난 1년을 표현한 한 마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3년, 한 해를 되돌아본 그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연예병사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 했지만 끊이지 않는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비는 끊이지 않는 구설수에도 적극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그도 사람인데 왜 불거진 논란에 속만 끓이고 있었을까.

최근 스타뉴스와 서울 강남구 청담CGV 프라이빗시네마에서 만난 비는 대중을 굳게 믿고 있었다.

"지난 시간동안 대중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아닌 일이 기정사실화 되고, 진짜 사실은 아닌 일로 감춰지더라고요. 그런데 대중은 곧 부모님이예요. 제가 억울해 할 이유가 없어요. 저를 먹고 살게 해줬고 날 낳아준 존재예요. 비를 만들어 줬잖아요. 그렇다면 부모님인 대중이 자식을 질타하고 때릴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때릴 땐 맞고 사랑 받을 땐 사랑 받아야죠. 부모님이 뭐라고 말할 때는 가만히 있는 게 맞아요. 제가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가만히 있잖아요(웃음). 추후에 좋은 성적을 받아 보답해야죠."


정말 욕도 많이 먹었다. 비는 새 해를 맞이하며 "더 이상의 구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 같지 않더라"며 씁쓸함도 내비쳤다.

3년 9개월의 공백, 이젠 다시 날아오를 때다. 본업인 가수 컴백을 앞둔 비는 오로지 음악에 몰두했다. 힘든 상황, 손수 매만진 음반이라 더욱 뜻 깊을 법하다. 2일 컴백하는 소감은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데뷔 때보다 더 열심히요. 잠 안자고 했죠. 요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모니터도 하고요. 결국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목표예요. '나다운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멋지고 화려한 무대가 아니더라고요. '진짜 열심히 했던 나'였어요. 초기의 나로 돌아가자고 생각했어요. 4~5개월 밤샘 작업을 하고 최근까지도 작업에 작업을 거듭했어요. 굉장히 많이 긴장됩니다."

여섯 번째 정규음반 '레인 이펙트(RAIN EFFECT)'는 12트랙이 담겼다. 비가 전곡을 작사했다. 작곡은 배진렬과 공동 작업이다. 처음으로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비는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레인 이펙트'라는 앨범 이름이 거창하기도 하지만 작은 의미예요. '나비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지구 반대편에서 한 나비의 날개 짓이 반대편에서 태풍이 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앨범도 돈 들인 티가 나지 않나요?(웃음) '스타' 비가 아니라 비의 '진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제 뮤지션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곡도 쓰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했어요. 요즘 표절 논란도 많잖아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표절을 체크하는 기계도 샀어요. 비트만 유사해도 표절 시비가 나니까 일부러 체크를 했죠. 그 정도로 열정과 성의를 다해서 만든 음반이에요."

신보는 다양성에 무게를 뒀다. 라틴, 일렉트로닉과 팝, 스윙, 오케스트라 협연, 민요와 창, 밴드 음악 등 장르를 넓혔다. 비는 "내 노래와 유사한 복제품을 만들기 싫어서 정말 별 짓 다 했다"며 "그래도 어디를 가면 나름대로 한국 아티스트라고 불리는데 창피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앨범이 될 것"이라며 "'비가 이런 노래도 할 줄 알았나?'란 생각도 들 것이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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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사진제공= 큐브DC


타이틀곡은 두 곡. '30섹시(30 SEXY)'와 '라 송(La Song)'이다.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인 '30섹시'는 말 그대로 서른 살의 섹시, 연륜이 묻어나는 섹시한 매력을 담았다. 비는 "요즘 어린 친구들 중에서 섹시한 가수들이 많더라"며 "30대 원숙미, 농염함을 전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웃음 지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힘으로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남의 힘 빌리지 않고, 전투적으로 비주얼을 만들어 봤어요. 아이돌과는 분명한 차별화가 필요했고, 그렇다고 차별화를 뒀는데 촌스러우면 안될 것 같았죠. 감히 판도를 뒤집는다고 할 순 없지만 '새로운 걸 들고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했어요."

라틴 팝 장르인 '라 송'은 지인의 조언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비는 "어떤 이에게 '30섹시'를 들려줬는데 '네 노래들과 너무 똑같다'고 말하더라"며 "'네가 아닌 게 듣고 싶다'고 해서 '라 송'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만들고도 버리는 곡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더블 타이틀곡을 하게 됐다"며 "이제 월드컵도 다가오니, 사람들이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겨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는 이날 여러 취재진에게 '30섹시'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하나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을 공수해 오는 데 힘들었다"며 "룸펜스랑 같이 작업했고 하이웨스트 슈트와 10cm 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남자도 힐을 신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힐을 합치면 키가 195cm 정도 되는데, 그런 사람이 춤을 추면서 보여지는 절제된 섹시미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조금은 동성애자와 같은 느낌과 스타일이다'라는 얘기에 비는 "일부러 그렇게 했다"며 "패션 쪽으로 봤을 때, 요즘 추세를 무시 못 하기 때문에 남자다운 느낌은 (패션이 아닌) 음악과 춤으로 입혔다"고 답했다.

독특한 콘셉트는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여자친구인 배우 김태희가 일조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나도 안 해줘요. 일은 서로 손대지 않아요. 제가 음악을 들려주거나 그런 것도 없어요. (미리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중에 '빵'하고 터뜨리는 걸 좋아해요(웃음). 지금은 서로 너무 바빠서 자주는 못 만나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전화로나마 잘 챙기고 있죠."

어쨌든 비는 논란 속에서도 정면 승부를 택했다. 본래 직업인 가수로, 음악으로 논란을 뚫을 각오다.

"빨리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조사를 받았던 경찰, 검찰, 국방부 등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고요. 가려진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언론에게 집중 포화를 맞았으니 물론 억울했지만,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니 풀어지더라고요.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마음은 닳고 닳았지만, 어른이 됐다고 생각해요."

군 규율 위반, 포상 휴가 등 숱한 논란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당연히 논란들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워요. 그렇지만 제가 행실을 그렇게 잘못한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믿었어요. 파렴치한 일을 한 적은 없잖아요. 따지고 보면 모자만 안 쓴 거거든요. 휴가도 명령을 받아서 나간 거고요. 특급 전사를 두 번 했어요. 총을 잘 쏴서 휴가를 나간 게 59일쯤 될 거예요. 솔직히 복귀하는 마당에 이런 얘기보다는 좋은 무대와 작품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시 시작해야죠."

해명이 늦은 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논란을 묵묵히 지켜봤던 비의 '묵은 체증'을 누가 알 수 있으랴. 비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무기를 총동원, 제대로 복귀하자고 다짐 또 다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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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사진제공= 큐브DC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비는 정말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마음 같아서는 새 앨범 전곡을 다 보여주고 싶다"며 아쉬움까지 드러냈다. 빈 틈 없이 완벽한 준비를 마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런데 목표는 오히려 소박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감지덕지에요.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댄스 가수로 나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죠. 이번에는 중간만 하고 싶어요. 내 노래를 많은 분들이 따라 부르는 정도요. 그리고 앞으로는 큰 규모의 월드 투어보다는 잦은 횟수로, 질을 높여서 작은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러면 언젠가 정말 거창한 월드 투어가 되겠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시간은 훌쩍 흘렀다. 마지막으로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바로 두려움의 상대이기도, 부모님 같기도 한 대중에게 건넬 비의 목소리다.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정말 받아들일 줄 아는 비, 더욱 겸손해진 비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는 동생 같이, 친구 같이 느끼셨으면 해요. 마음 비웠어요. 비 다운 걸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1등은 목표가 아니에요. '역시 비 답다'는 말이 듣고 싶네요."

이지현 기자 starjij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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