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이름 석자 몰라도 '자기야'는 아실걸요?(인터뷰)

트로트 가수 박주희, 정규 4집 '오빠야' 발표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3.12.09 12:08 / 조회 : 9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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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 사진=이기범 기자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

트로트 가수 박주희(36)가 2005년 발표한 '자기야'는 첫 소절만 듣고도 바로 알 수 있는 '국민가요'다. 그러나 올해로 데뷔 12년차에 접어든 그녀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노래 좀 안다는 음악인들에게도 얼굴보다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년도인 2001년엔 가수 장윤정이 '어머나' '짠짜라' 등으로 트로트 계를 평정하면서 본인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가수, 좀처럼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노래를 자신의 천직으로 아는 사람이다. 때론 빡빡한 일정 탓에 심신이 지칠 때도 있지만, 무대에만 서면 다시 힘이 솟는다는 그녀다.

그러한 열정이 담아 탄생한 것이 최근 발표한 정규 4집 '오빠야'다. 알찬 12곡으로 수록된 이번 앨범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트로트 외에 다양한 음악들을 원 없이 채워 넣었다.

"이제까지 해온 것들의 총 집합체라 보심 될 거 같아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뭔가 정리하는 느낌도 있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도 들고, '자기야'처럼 관중들과 오랫동안 호흡할 수 있는 노래들로 고심하면서 작업했어요.(웃음)"

타이틀곡 '오빠야'는 오빠를 향한 순수하고 달콤한 사랑을 표현한 곡이다. 파워풀하고 강렬한 창법을 구사했던 '자기야' 때와 달리, 힘을 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 댄스의 여신에 걸맞게 어깨를 돌리며 애교를 부르는 듯 추는 일명 '애간장 댄스'도 이번 곡의 특징.

"세월이 흐르면서 남성분들이 좋아하는 여성상도 바뀌는 것 같아요. 전에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을 선호했다면, 이젠 위로해주고 '오빠가 최고다'라고 치켜세워주는 여성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MBC '가요베스트'에서 '오빠야'를 선보였는데 '자기야' 때보다 반응이 훨씬 빠른 것 같아요.(웃음)"

타이틀곡 '오빠야' 외에도 전곡이 타이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타이틀 선정에 가장 유력한 후로로 올랐던 3번 트랙 '데이트'는 전주에서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박주희의 스캣과 내레이션으로 세련된 트로트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4번 트랙 '사랑아'는 박주희기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박주희의 발라드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5번 트랙 '회색빛 사랑'은 올 라이브 밴드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펑키 스타일의 록 음악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음악세계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저의 모든 것을 담고 싶어서 욕심을 좀 냈죠. 앞으로도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국내 음반 시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 미쳤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죠.(웃음)"

또한 6번에 수록된 '비나리'는 1994년에 발표된 가수 심수봉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박주희는 "요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게 세련되게 작업해본 노래"라며 "예전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을 재해석하면 자부심 같은 게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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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 사진=이기범 기자


비주류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 트로트 가수로서 고민은 없었을까. 그는 "현장에 가면 트로트가 가장 인기가 많고, 반응이 좋다"며 "그런데 정작 방송에서는 대중들에게 어필이 잘 안되니까 그게 제일 아쉽고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트로트의 부흥을 위해 장윤정, 박현빈 등 이미 친숙한 트로트 가수들이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트로트 히트곡이 많아질수록 다른 트로트 가수들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처음에 (장)윤정이가 물꼬를 잘 텄고, (박)현빈이와 (홍)진경이 같은 친구들도 더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죠. 그래야 더 많은 분들이 트로트를 알아주시고, 사랑해주신다고 생각해요. 매체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 많은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박주희는 올해 다시 출발선상에 서는 기분이다. 어릴 꿈을 이루게다며 20대에 사법고시 생활을 청산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 무대에 서고 싶어 간절했다는 시절이 떠올랐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를 보내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그녀다.

"제 노래를 듣고 객석에서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자기야'를 그렇게 많이 불렀으면 이제 지겨울 법도 매번 신이 나는 거 있죠.(웃음) 윤정이가 시집가니까 한동안 주변에서 '너는 왜 안가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직 연예할 에너지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열정이 언제까지 갈까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평생 갈 것 같아요. 벌써 5집에 대한 구성도 생각하고 있어요."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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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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