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영 작가 "'루비반지', 막장드라마 NO"(인터뷰)

KBS 2TV 일일연속극 '루비반지' 황순영 작가 인터뷰

김성희 기자 / 입력 : 2013.11.01 08:00 / 조회 : 2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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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영 작가/사진=스타뉴스


"'루비반지'는 막장 아닌 설정이에요"


지난 8월19일 첫 방송한 KBS 2TV '루비반지'(극본 황순영 연출 전산 제작 예인E&M)가 방송 2개월 만에 일일극 강자로 우뚝 섰다. '루비반지'는 방송 두 달 만인 지난 24일 시청률 15.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KBS 2TV 오후 8시 방송 시간대를 제대로 살려냈다.

'루비반지'의 인기 상승에는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는 황순영 작가의 저력이 있었다. 황순영 작가는 지난 1992년 KBS 극본공모에 당선, KBS 2TV '사랑이 꽃피는 교실', KBS 2TV '귀여운여자' ,'스타트', '요정컴미', '헬로! 발바리', '순옥이' 등을 집필했다.

그의 대표작에서 볼 수 있듯 황 작가는 그동안 서민들의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순옥이' 이후 7년만에 드라마 집필에 나선 황순영 작가를 직접 만나 '루비반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황 작가는 극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루비반지'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루비반지', 원제는 '비밀의 덫'


작품에서 주요 키워드인 '루비'를 빼놓을 수 없다. 루비는 붉은 빛깔을 가진 매혹적인 보석. 주인공 이름에도 루비가 들어가고 정루비(이소연 분)가 경민(김석훈 분)에게 프러포즈를 받을 때 받는 반지도 루비반지다. 가장 먼저 '루비반지'의 의미가 궁금했다.

"원제는'비밀의 덫'이에요. 각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비밀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걸 다루면서 감춰진 비밀들을 밝혀낸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런데 일일극 제목으로는 좀 무겁다는 의견도 있었고 루비가 영원한 사랑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변경하게 됐습니다."

'루비반지'는 첫 시작도 독특했다. 보통 드라마는 아역, 혹은 결말이 정해진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루비반지'는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 시청자들에게 선악에 대해 말한다. 이 여자가 누구인지,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원래 오프닝은 그게 아니었어요. 첫 방송을 며칠 앞두고 전산PD님이 제안한 아이디어에요. 저 역시 그 아이디어를 듣고 괜찮다 싶었어요. 이미 대본은 많이 나온 상황이었지만 오프닝 부분을 새로 수정했어요. 극 중간에도 이 장면들을 넣으면서 극에 대한 이해를 더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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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반지' 현장/사진=예인 E&M


'루비반지', 막장NO..자매의 설정일 뿐

황순영 작가는 '루비반지' 시놉시스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막장' 논란에 대해 드라마의 설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다뤘던 작가였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순영 작가는 '루비반지'를 통해 긴장감 가득한 작품에 대한 묘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루비반지'가 막장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와 자매의 설정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렇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하고 시작해요.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얘기해요. 페이스오프가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설정입니다."

황순영 작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막장드라마라고 일컫는 것에 대해 타당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근거와 타당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입장을 밝혔다.

"무조건 악녀가 화를 내고 상대를 몰락시키기 위해 두드려 부시고 화내는 것 자체가 이미 타당성을 잃었어요. 그리고 방송 전부터 작품을 막장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시청자는 작품을 보기 전부터 선입견을 갖게 되요. 사실 드라마를 쓰는 것에 대해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충분히 그려주면 막장은 아니에요."

극에서 자매 외에도 안타까운 캐릭터가 있다. 바로 경민. 경민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지금의 아내가 진짜 정루비라고 믿는 인물이다. 경민은 언제쯤 이 끔찍한 진실에 가까워지게 될까.

"당장은 아니지만 경민이도 루비의 정체를 조금씩 알아채요. 루비반지의 경우 프러포즈 당시 경민이가 루나에게 건넬 때 한 약속의 증표니까요. 그때 한 말들은 오로지 두 사람만 알 수 있잖아요. 루나는 이걸 모르고 있어요."

극중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인수(박광현 분)다. 나인수는 정루나의 얼굴을 한 정루비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이 끌리고 있다. 나인수의 아픈 사랑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인수 캐릭터는 한 사람이 이성에게 외모, 마음 중 어느 게 우선일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탄생했어요. 인수는 루나를 보고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의 악행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루나의 얼굴을 한 루비 곁에 있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끌리게 되요. 그러면서 진정성을 갖고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요."

진짜 루비는 동생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게 될까. 지난 23일 방송분에서 진짜 루비가 자신의 얼굴을 한 루나의 대본을 바꿔치기 했을 때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루비가 진실을 알게 된 만큼 이를 뒤 집을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다.

"현재도 복수가 진행 중이에요. 진짜 루비는 경민이 여전히 내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민 역시 진실을 모른 채 아내의 여동생에게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사실 진짜 루나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겠죠. 결말은 3방향 정도 만들어놨고 정해진 건 없어요. 드라마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 같아요. 드라마는 쓰다보면 글 속에 인물들의 감정이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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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임정은/사진=최부석 기자


"이소연·임정은, 연기 잘해..결말은 아직 미정"

'루비반지'에는 임정은, 이소연 두 여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황순영 작가는 두 배우를 향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점수라며 60점을 부여했다.

"임정은이 초반에 악역연기를 잘해줬어요. 이소연도 물론 잘해줬고 지금도 그러해요. 제가 60점이라고 언급한 건 제 생각에 그게 가장 높은 점수에요. 나머지 40점은 PD, 스태프, 관계자들이 작품을 만들어가기 때문이에요."

황순영 작가는 출연 배우들과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서 다른 매력을 이끌어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7년만의 복귀한 방송가,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정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작가이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즘은 정보다 이익에 엮이니까 아쉽네요. 정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가끔은 너무 정이 들어서 정 떼기가 힘들 때도 있었네요."

황순영 작가는 내년 1월 종영하는 '루비반지'의 결말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그는 작품으로 인해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시청자가 즐거우면 본인도 행복하다는 소박한 뜻을 전했다. 매일 오후 7시50분, 애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루비반지'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결말은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그렇지만 인간의 욕심이 과하면 화가 된다는 게 주된 틀이에요. 욕망과 야망 사이에서 고민하다 사전을 찾아봤어요. 욕망은 내 개인적인 욕심을 이루고자 하는 바를 뜻하고 야망은 이와 또 달라요. 사실 드라마의 경우 대본은 제가 쓰지만 설계도이고 배우와 연출, 제작사의 합심도 필요해요."

김성희 기자 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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