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태도논란? 모두가 쿨할 순 없잖아요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9.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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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 4일 방송된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


지난 4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로 인터넷이 잠시 시끄러웠다.

이른바 '태도논란'인데 "연애돌" "다 끝난다" 같은 말에 울컥한 카라 구하라가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지 않냐"며 놓여있던 음료수 병을 던진 탓이다.(방송을 보면 툭 친 음료수병이 테이블을 미끄러져 간다. 규현을 향해 던진 게 아니다!)


구하라는 화가 난다며 그만 눈물까지 흘렸다. 카라 막내 강지영은 이어지는 애교 요구에 난감해하다가 또 뚝뚝 눈물을 흘렸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여린 아가씨들의 눈물에 아저씨 MC, 총각 MC들도 그만 당황, 급 사과에 나섰다. 그러곤 '우하하하' 당사자도 지켜보던 이들도 웃으며 넘어간 일이었는데, 방송을 타고 나니 웃지 못 할 일이 됐다.

눈물 해프닝이 태도 논란으로 번지고 일이 커지자 출연자, MC, 작가가 SNS를 통해 줄 해명에 나섰다.

한승연은 지난 5일 "먼저 어제 저희가 게스트로 참여한 '라디오스타'로 인해 불편하셨을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프로답지 못한 태도를 보여드린 점 깊이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승연은 "하루 종일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제야 글 올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윤종신은 "그녀들은 눈물이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으리라 생각되고요. 우린 항상 그랬듯이 짓궂었고, 굳이 욕을 먹자면 짓궂은 저희들이 아닐까 합니다"라며 "모두가 질문에 재치 있게 웃으면서 받아치진 못해요. 힘들게 겪었을 일들일 텐데. 제일 나댄 제 잘못입니다. 죄송"이라고 썼다.

다음날엔 '라디오 스타' 김태희 작가가 한 마디 했다. 김 작가 "카라는 다른 걸그룹에 비해 월등하게 예의 바르고 착하고 예능도 잘해내는 호감 아이돌"이라며 "'라스' 녹화도 감정적인 면이 잠시 있었지만, 바로 웃으며 다 풀고 즐겁게 최선을 다한 그녀들에게 고마울 따름! 욕하지 마요! 착하고 예쁜 애들이에요"라고 강조했다.

'라디오스타'는 출연진과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이 공히 인정하는 독한 프로그램이다. 좋은 얘기만 해서 게스트를 띄워주는 법이 없다. 약점은 꼭 물고 넘어진다. 살살 약을 올리다 치고 빠지며 때로는 돌직구 강펀치도 날린다. 각기 제 역할이 분명한 막강 MC군단 속에서 먹잇감이 돼 마구 농락당하는 게스트를 보는 게 '라디오스타'의 가장 큰 재미다. MC들의 솜씨가 어찌나 능수능란한지, 서운했던 게스트들도 금세 마음이 풀어져 함께 '또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헤어지고 만다.

문제는 게스트가 그에 익숙지 않을 때 발생한다. TV 토크쇼 카메라 앞에 선 모든 이들이 재치있게 쿨하게 모든 이야기에 응수할 수는 없다. 아직은 어리고 돌직구 공격이 익숙지 않고 표현이 미숙하다면 더더욱 적응이 어려운 법.

어디 TV카메라 앞에서 만이랴. '구가의 서'에 출연했던 수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난감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고나서는 그만 갑자기 눈물을 흘려 지켜보던 이들을 당황시킨 적이 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에 물어보니 "정말로 잘 모르겠다" 한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고.

스무살 풋사랑이 온통 언론에 알려지고 각종 오해가 더해지며 적잖은 맘고생을 해온 뒤에 '연애돌'이라고 불리는 그 마음이 어떨 것이며, 난감한 상황에서 쿨한 척, 재치있는 척 맞받아치기 전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고 만 것을 어찌하랴. 그리고 그 나이 여인들의 풀잎 같은 마음을 어찌 다 짐작할 것인가. 다만 독한 예능 속 솔직한 반응이 그만 소위 '삑사리'가 났을 뿐인데.

100% 쿨할 수 없었던 이날의 '라디오스타' 게스트처럼 시청자들 역시 모두가 쿨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쿨하지 못한 사람들이 쿨한 예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너그러움은 아닐까.

여담.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괜히 뜬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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