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내 인생, 되돌리고픈 과거는 없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5.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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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욱 / 사진=구혜정 기자


배우 이진욱(32)이 '나비효과'가 아닌 '나인효과'의 중심에 섰다.

tvN 드라마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주인공 박선우로 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낸 이후 "이진욱이 이렇게 잘 생겼었나", "이진욱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라는 새삼스러운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망하고 부끄럽다"라고 말문을 연 이진욱은 "초반엔 반응이 뜨겁지 않았지만 보는 분들은 좋아해 주시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후반부에 확 늘어간 것 같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제야 연기를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평해 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미소를 머금었다.

드라마는 20년 전 과거로 30분 만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향을 매개로 벌어지는 사건들가 박선우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뇌종양으로 인한 시한부 인생이었지만 시간을 돌려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가하면, 시간을 돌릴 때마다 사람이 몇 번 씩 죽고 사는 추측불가의 전개 속에 이진욱의 명연기가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그만큼 연기하기도 까다로운 캐릭터와 작품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처음엔 대본의 매력에 너무 빠져서 부담은 생각지 못했다. 오히려 찍는 도중에 이거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관심이 많은 부분이었고 타임슬립으로 풀어가는 요소들이 기발했다. 물리적으로 찍기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관심 있던 주제를 가지고 사건의 아귀를 맞춰가면서 쓴 대본이었다. 받자마자 작가가 천재라고 생각을 했다. 진행을 했고 믿음이 있었기에 고민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이니만큼 결말이 다가올수록 궁금증이 커졌다.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분분한 해석을 낳은 만큼 여러 가지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열린 결말이었다. 이진욱은 "나쁘지 않았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라며 결말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결말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가 바뀌는데, 그 때마다 여러 가지 시간대가 생겼다. 각각의 시간대의 삶이 다르니 어떤 삶이 진짜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을 다시 살게 되지만 최진철은 끝까지 악인으로 남고 좋은 사람은 계속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 그게 사실 드라마의 주제라고 볼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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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욱 / 사진=구혜정 기자


이진욱은 "되풀이되는 생애에도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수많은 삶 속에서도 늘 내 진실한 친구가 되 준 영훈에게 감사한다는 대사가 있다. 그 메시지가 드라마의 주제"라고 말하며 "과거가 결말인지 현재가 결말일지. 각자가 생각하는 것이 모두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시점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웃음 지었다.

박선우로 살아온 시간만큼 드라마에 대해 깊이 이해한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선우에게 진정한 끝을 정의하기 어렵지만, 드라마는 시작과 끝이 있었다. 죽어가는 형 정우(전노민 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이를 먹은 선우의 모습은 처음과 끝을 같이하는 최종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았다.

"네팔 설산에 조난당한 형 앞에 나타나는 장면을 초반에 촬영 하긴 했는데 그게 마지막 장면이 되는지는 몰랐다. 나이가 들게 분장을 했던 것은 맞다. 그게 몇 살의 선우인지 굳이 정확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시청자들의 우리 드라마가 여느 타임슬립 작품과 다른 논리적인 부분에 환호를 하시는데, 사실 논리적으로 될 수 없다. 한 이론을 바닥에 깔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주로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하면 한도 끝도 없다. 집중하면 혼란만 가져올 것. 그냥 이야기 자체로 즐겨달라."

이진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19부 엔딩 장면을 꼽았다. 또 예상하기 힘들만큼 여러 반전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나인'의 최고 반전으로 사랑하는 주민영(조윤희 분)이 조카가 됐던 에피소드였다고 밝혔다.

"19부 엔딩은 선우가 죽어가면서 주제를 담은 메시지를 남기는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주민영이 갑자기 박민영으로 바뀌어 조카가 대목과 선우가 죽었는데 과거의 선우 영혼이 약봉지를 찾아서 내종양이 발병 안 하게 한 장면은 최고의 반전이었다. 결국 선우가 살아서 새해 첫 뉴스를 진행하는 장면이 짜릿했다."

특히 차창 키스, 오열 키스, 놀이터 키스 화제의 키스신들을 낳은 만큼 조윤희와 호흡도 눈길을 끌었던 부분. 타임슬립 연작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주인공이었던 지현우와 유인나가 실제 커플이 돼 이번에도 두 주인공의 연인 발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조윤희씨와 호흡은 정말 잘 맞았다. 또 워낙 열심히 하는 배우라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과도 호흡을 잘 맞췄다. 사실 모든 여배우는 매력이 있다. 제작발표회에 앞서 그런 이슈가 있으니까 유달리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바람대로 (실제 커플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면 실제로 연인이 생기면 공개연애의 생각도 있는지 묻자 이진욱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공개연애의 장점은 사실 없다. 전에도 제가 공개 했다기 보단 알려졌던 상황이었던 것이고, 스스로 공개할 생각은 없다. 공개연애라는 것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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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욱 / 사진=구혜정 기자


'나인'을 통해 작품에 진심을 담는 법을 배웠다는 이진욱. 그는 "정말 행복한 작품이었고 촬영현장이 즐거웠고, 모든 것이 고맙다"고 거듭 이야기 했다. 이에 시즌2가 나올 경우 함께 할 마음도 있느냐고 물으니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시즌2는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돌고 도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재미를 추구한다면 다양한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다. 시즌2가 만들어질지 여부야 저는 모르지만 만약 그런 상황과 여건이 된다면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 같다."

'나인'이라는 드라마의 특성상 시즌2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대신 그는 '나인'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시간이 지나서 또 보면 다른 감동을 줄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같이 울고 웃고 해 주셔서 감사하다. 같이 슬퍼해 주시고 고민해 주시고. 고맙다고 얘기해 주시고. 너무 감사드린다. 저 역시 공감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인'에 임했기에 더 그렇다. 혹시라도 드라마를 보셨는데 별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분들은 다시 한 번 보셨으면, 또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한 번 꺼내 보셨으면 좋겠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나인' 등 최근 다양한 색깔의 연기로 호평을 이끈 이진욱을 이후 어떤 작품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아직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던가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하는 생각은 없다. 이제 연기를 알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할 것이다. 빨리 다음 작품 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인터뷰를 마치며 만약 실제로 시간을 되돌리는 향초가 있다면 이진욱도 되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시간이 있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없다. 사실 우리 드라마가 '그런 게 부질없다'는 내용이고 그걸 이룬다고 현재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 그렇지 않다고 해도 되돌리고 싶은 과거는 없었다. 순간순간 아쉬운 때는 있었지만 막상 바꾸고 싶은 것은 없다. 드라마를 하기 전에도, 마친 후에도. 지나온 제 인생에서 되돌리고 싶은 부분은 아직 없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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