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PD "송혜교, 대본충실..조인성은 색깔가미"②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4.10 13:51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규태PD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인터뷰①에 이어.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송혜교와 조인성만은 아니었다. 이들이 먹고 자고 걷는 모든 배경들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냈다.


"장소 욕심이 많아서 초반 방송 직전까지도 헌팅맨하고 직접 찾아다니며 물색 했다. 여러 장소를 리스트 업을 해놓고 스케줄에 따라서 최적의 장소를 갈 수 있게 동선을 짰다. 수하고 진성이가 오빠 수의 유골을 뿌렸던 강이 기억에 남는다. 철원에 있는 고석정인데 마침 눈이 왔었다. 기상을 체크했을 때 눈이 조금 온다는 예보를 듣고 스케줄을 잡았는데 촬영 때 정말 적당한 눈이 왔다. 또 용평에서 만개의 눈꽃 장면은 대본을 봤을 때부터 영상적인 욕심을 냈던 장면이다."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적인 대사에 어우러진 배우들의 연기도 3박자를 이뤘다. 김PD는 조인성과 송혜교에 대해 마치 자신과 노 작가처럼 '서로 다르지만, 덕분에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 호흡'이라고 평했다.

"두 배우가 달랐다. 노작가님과 내가 다르듯이 인성과 혜교가 다르다. 표현의 방식을 단순히 말하면 혜교씨는 정적인 캐릭터도, 인성씨는 동적이다. 그런 다름의 균형이 서로를 부각시켜주지 않았을까. 같은 패턴의 남녀 배우였다면 진가가 안 보였을 수 있다. 오디오적인 측면에서도 혜교씨는 낮고 인성씨는 하이톤. 혜교씨는 거의 100% 대본의 감정이나 지문 상황에 충실한 스타일인 반면 조인성은 약간의 자기식 표현이 있었다. 그런 차이가 재밌었고 균형이 잘 맞아 떨어졌다."


image
김규태PD가 가장 공들인 장면으로 꼽은 '그 겨울' 고석정 신과 눈꽃 신 <사진=방송캡처>


김PD는 다만 김범과 정은지가 연기한 진성이와 희선이 캐릭터의 비중에 대해선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초반에 두 사람의 롤이 대중적인 어필이라고 할까. 사랑받는 캐릭터인데 기대보다 부각이 못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정은지는 기존의 아이돌들이 지닌 끼라고 해야 하나, 연기에 독특한데가 있다. 본능적인 것 같다. 사투리를 쓰던 친구라 표준어 대사에 신경을 쓰느라 역량이 늦게 나왔다. 초반 보다 중후반에 감정이 더 잘 나왔다. 굉장히 날 것 같은 연기를 하더라."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 다양한 장르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줬던 김PD는 앞으로도 한 분야에 특화된 연출이 아닌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연출적인 포맷에선 계속 다른 것을 하고 싶다. 깊이 있게 하나의 장르나 주제를 파고드는 타입은 못 되는 것 같다. 그건 재미가 없다. 다양하게 하고 싶다. 신인일 때도 단막극에서 다양한 장르를 연출했고, '아이리스' 할 때도 장르적인 포맷에 맞춘 연출을 했다. 이번에는 멜로에 맞췄다. 다음엔 사극이나,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카라 5부작도 이 같은 도전의식의 연장선이다. 김PD는 멤버 5명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5편 모두 다른 장르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재밌는 작업인 것 같다. 기획자체도 평범하지 않고, 아이돌은 해외시장에서 가장 큰 힘이 있는 출연자기도 하다. 멤버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단막극 형식이라는 게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겨울'이 무게가 있었기 때문에 좀 홀가분하고 편하고 동적이고 그런 젊은 친구들이 있는 청춘로맨스도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템 적으로는 로맨스가 주축이고 장르는 판타지, 로코 등 다양하게 할 생각이다."

image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와 더불어 그는 느와르, 스릴러, 사극, 가족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도전을 꿈꾸고 있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작업해 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스릴러물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약간 다른 톤이 될 수 있는데 '추적자' 같은 드라마.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 스릴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사극.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구가의 서'처럼 전통 사극이 아닌 다른 형식의 사극을 해 보고 싶다. 또 김종학 감독님처럼 스케일 있고 무게감이 있거나, 아예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도. 가리지는 않는 것 같다. 작품 자체의 성격이 확실하고 내용이 재밌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드라마 연출자라면 누구나 영화도 한 번 쯤 해보고 싶어 할 것. 영화는 감독은 연출자의 생각이나 스타일이 훨씬 부각이 될 수 있는 분야라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보고 싶다. 드라마 감독의 역할은 한계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작가 의존도가 큰 데, 영화는 감독이 시나리오에 참여할 수 있고 색깔 자체도 연출력에 의존이 되는 형식이다. 완전한 사전제작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규태PD는 지금이 연출자로서 굉장히 행복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것은 비단 '그 겨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나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쪽 대본이 없고 A팀B팀이 없고 모두가 믿는 그런 촬영장을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포부는 앞으로 한국 드라마의 더 많은 현장이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작품을 몇 작품이나 더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드라마 영화든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식의 접근을 해 보고 싶다. 후배 연출자든 선배든, 공동작업 형식의 시스템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프리랜서로 나오면서 후배들과 함께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공동작업 등을 통해 더 활발히 교류하고 싶다. 보통 미니시리즈는 A팀B팀으로 나눠 급박하게 촬영을 하는데, 그런 형식이 아닌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어떻게 될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일주일에 두개를 만든다는 게 사실 벅찬 일이다. 방송 환경이 바뀌기 힘든 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형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계속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