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니저 꿈꾸는 지망생들 사연 들어보니②

[★리포트]판타지오 매니저사관학교 수업현장을 가다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3.03.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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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판타지오>


"매니저가 되려는 이유? 한 번 들어보세요."

연예인 매니저. 연예인의 사생활부터 방송, 영화 활동일정까지 관리해주는 직업. 연예인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매니저다.


최근 연예인들이 매니저와 함께 매체에 노출면서 일부 매니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매니저들은 대중들에게 호감을 받으며 스타 못지않은 인사가 됐다.

하지만 이런 매니저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창 방송, 영화, 가요 등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의 매니저라면 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것이 매니저의 현실. 고된 일상의 반복인 매니저, 그럼에도 매니저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있다.

기자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국내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의 연습실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지난 4일 개관한 '매니저 사관학교' 1기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매니저 사관학교'는 매니지먼트의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연기&스피치 훈련, 영화제작과정, 언론매체 출연과정, 홍보 마케팅 그리고 다양한 실습 과목 등 약 20여 개 과목으로 이뤄졌다.


기자가 직접 참관한 수업은 '연기&스피치' 수업. 이날 수업 내용은 스피치 시간으로 교육생들이 직전 시간에 이어 자신이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매니저가 되려는 이유를 말하는 시간이었다.

수업은 약 1시간 40분 진행됐다. 손슬기(23, 대구), 김규람(23. 서울), 박지희(22, 광주)씨가 이날 수업의 주인공들. 먼저 세 사람이 매니저가 되려고 한 이유는 '평소 연예계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지만 '매니저를 해야겠다'는 뜻을 세우기까지 과정에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숨어 있었다.

손슬기씨의 사연은 20대 초반 연애사에서 시작됐다. 그는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의 강요와 이기적인 생각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하기 싫은데, 왜 저에게 강요를 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가 관심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매니저'라고 생각했다고. '매니저 사관학교'에 지원한 후 "하정우씨가 꿈에 나왔어요"라는 말로 매니저를 하겠다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유를 밝혔다. 감성이 풍부한 덕분에 연예인과 감성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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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판타지오>


김규람씨는 "저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학교 시절 남자 같은 외모에 나이트클럽에서 여성들에게 만남을 주선 받았다는 황당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교육생들은 박장대소 했고, 반전 매력을 가진 김규람씨에게 집중했다.

김규람씨는 대학교 시절 약 1년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졌던 것. 그는 "대학교 생활은 내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라 힘들었다. 하지만 매 학기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며 "방황하던 시기에 연예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배우와 공감하고, 그가 가는 길을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게 제 마음"이라고 전했다.

박지희씨는 학창시절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았던 미모의 예비 매니저. 그는 "부모님에게 '연예인 해볼까요?'라고 말했지만 거센 반발에 안 됐다"며 "매니저를 한다고 하니까 반대는 안 하시던데 이상하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지희씨는 여느 교육생들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길이 뚜렷하고 선명하다. 박지희씨는 방송연예와 관련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학과 역시 광고홍보학과. 이에 "매니저가 하는 일이 많지만 홍보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요. 내 배우를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배우의 앞날도 달라지니까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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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판타지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후 이날 수업을 진행한 판타지오의 매니지먼트 교육본부 구기환 실장은 "이 수업의 요지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방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훗날 여러분들이 내 배우에게 말을 할 때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할 것인지, 내 배우를 누군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훈련하는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구 실장은 "이런 과정은 교육생들이 매니저가 되려고 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어떤 매니저가 될 것인지를 되짚어 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을 마치기 직전 "지금은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말했지만, 다음 시간에는 3분의 제한 시간을 주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3분 안에 줄여야 하는 이유는 다들 알겠죠?"라고 과제를 냈다. 이는 짧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매니저 사관학교'의 박준규(29, 서울)씨를 수업 직후 짧은 만남을 가졌다. 수업 시간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기자의 눈에 띄었기 때문. 박준규씨는 "예전에 대학로 연극무대에도 선 경험이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매니저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나도 연기를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물론 매니저는 없었다. 만약 그 때 누군가 제 곁에서 조언과 지도를 해줬다면 지금 어느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가 되려는 이유는 연기를 하려는 후배들을 돕고 싶은 생각에서 하게 됐다. 알고 돕는 것과 모르고 돕는 것은 분명 다르다"며 "그래서 '매니저 사관학교'를 통해 전문 매니저로 거듭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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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판타지오>


기자가 만난 '매니저 사관학교' 교육생들은 저마다 포부를 가지고 매니저가 되려고 했다. 매니저가 되려는 사연도 각양각색이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취업 목적이 이유인 교육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연예인을 보기 좋게, 연예인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해 대중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교두보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교육생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매니저 사관학교' 1기라는 유대관계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가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매니저 사관학교' 교육생들은 "우리도 빨리 현장에서 매니저로 뛰고 싶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명의 예비 매니저들을 기자가 언제 현장에서 다시 만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다부진 각오는 어느 스타의 매니저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했다. 9명의 교육생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가 될 우리, 우리는 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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