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근성' 실종, '야구 인기' 거꾸로 돌린 대표팀

[기자수첩]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3.03.06 13:46 / 조회 : 3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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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5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WBC 대표팀의 출정식이 열렸다. 요란했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출정식을 찾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KBO는 이번 대표팀에 전세기, 1인 1실의 특급호텔, 100달러의 용돈 등 역대 최대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게 그들은 세계 제패를 외치며 떠났다. 하지만 결과는 1라운드 탈락. '타이중 참사'였다.

한국이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득실차에서 대만과 네덜란드에 밀리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초엔 10구단까지 출범했다. 국내 스포츠에서 야구의 인기는 단연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2006년 1회 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2회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세계가 한국 야구를 다시 봤다. 하지만 이번 2013 WBC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인기와 실력을 역행했다.

역시 가장 큰 아쉬움은 2일 열렸던 네덜란드전의 패배다. 당초 한국은 네덜란드를 그저 그런 '복병' 수준의 팀으로만 생각했다. 상대에 대한 어떤 긴장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대표팀의 마음은 이미 2라운드가 열리는 도쿄돔으로 향해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월 "쿠바와 맞붙는 2라운드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가도 너무나 앞서 갔던 것이다.

결국 이런 안일한 생각이 네덜란드전 참패로 이어졌다. 에이스 윤석민을 내보냈고, 소속팀에서 한 자리씩 하는 타자들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감독은 그냥 '대표선수'라는 그들을 믿었고, 선수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한 점 한 점, 공 하나하나가 중요한 상황에서 어떤 치밀한 작전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한국은 2회 1점, 5회 2점을 내주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부 타자는 서두르기 시작했고 결국 10안타를 허용한 채 0-5로 영봉패했다. 한국 타선이 네덜란드 투수진으로부터 뽑아낸 안타는 단 4개였다.

네덜란드전 패배로 당초 생각했던 모든 시나리오가 엉켜버렸다. '약체' 호주를 상대로 대표팀의 맏형 이승엽이 분전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네덜란드전의 5실점을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홈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대만을 상대로 8이닝 동안 절묘하게 6점 이상을 뽑아내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결국 대만전 내내 한국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거나 투지를 불사르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번 대회서 가장 끈질긴 모습을 보인 이용규의 투지가 빛났다. 그는 3회 몸에 맞는 볼 때 상대 투수를 강하게 노려보며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4회 2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 김태균의 뜬공을 대만 중견수 린저쉬엔이 한 손으로 잡아 무시하듯이 글러브를 내릴 때에는 어떤 오만함이 보이기도 했다.

이제 9일부터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대장정에 돌입한다. 일부에서는 프로야구가 높은 인기를 얻더니 선수들 실력은 '하향평준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선수들은 '스타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WBC 참사를 교훈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이 정신력을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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