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최시원과 호흡, 거의 애드리브였죠"(인터뷰①)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1.25 11:24 / 조회 :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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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은 ⓒ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오지은(31)은 몇 개의 얼굴을 지닌 연기자일까.

'수상한 삼형제'의 우유부단한 주어영과 '웃어라 동해야'의 발랄한 요리사 이봉이, '청담동 살아요'의 어설픈 허세녀 오지은. 오지은이 연기한 캐릭터는 어쩐지 주변에서 만나 볼 수 있을 듯한 친근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인지 오지은이 도도한 톱 여배우 역할로 낙점됐다는 말에 선뜻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제왕'에서 작가에게 당당히 대본 수정을 요구하고 현장을 좌지우지하는 콧대 높은 여배우 성민아로 완벽 변신해 자신안의 또 다른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

막상 "어휴, 저는 작가님한테 대본을 바꾸라느니 하는 일은 생각도 안 해봐서 놀라면서 촬영했어요"라며 눈을 크게 뜨는 오지은을 직접 만나니, 그녀가 성민아와 동일 인물이라는게 다시금 놀랍다. 오지은은 그런 깜짝 변신을 선보이기 위한 각오로 작품을 기다렸다.

"'어라? '웃어라 동해야' 봉이 맞아? 이제야 알았어'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목표중 하나였어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해 와서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던 것 같아요. 확 변신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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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은 ⓒ구혜정 기자 photonine@


데뷔 후 주말극, 일일극, 사극, 시트콤 등 쉬지 않고 작품을 해 온 오지은은 많은 경험이 곧 자신의 연기를 자유롭게 해주리라 믿었다. 드라마 시스템이나 기술적인 노하우 등을 잘 몰라서 미숙한 면이 느껴질 때가 많아지면서 경험을 많이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쯤에서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작품이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마침 성민아를 만났다.

"재밌는 게,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데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그동안은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냥 직업이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도 주로 이웃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왔고요. 근데 배우를 연기하니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배우라는 면보다는 옛 연인을 찾으려 하는 진심을 성민아의 상황에서 이해하고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 제작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들로 '선수들이 보는 드라마'로 통하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드라마 제작의 일원으로서 공감 가는 일들이 많았을 것. 특히 편성 전쟁과 배우들의 기 싸움은 드라마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진 않았다고.

"얼마 전에 친구가 드라마를 찍고 있었는데 편성이 불발돼 5개월 기다리다 결국 편성이 안 돼서 다른 작품을 보고 있다더군요. 드라마 편성 과정 자체가 정말 드라마죠. 시청자들과 만남에 도달하는데 정말 힘든 과정이이에요. 배우들의 기 싸움도 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선 극화가 된 부분이 많지만요. 근데 진짜 강현민(최시원 분) 같은 상대역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되더라고요. 하하."

작품은 전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발랄한 느낌이었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선 냉정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 분위기는 너무나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다고. 오지은은 '드라마의 제왕'의 촬영현장이 흡사 '경성의 아침'과 같았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자유로우셨어요. 기존 작가님들과 달리 배우와 전화 통화도 자주 하면서 팁도 많이 알려주셨고, '이 대사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실 정도로요. 더 많은 얘기를 했으면 더 좋은 얘기가 창출됐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님과 이렇게 많이 소통했다는 것 자체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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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은 ⓒ구혜정 기자 photonine@


현실에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극적으로 풀어냈던 드라마답게 '드라마의 제왕'의 결말도 조용히 마무리될 예정은 아니었다. 특히 성민아는 초반 앤서니(김명민 분)에 대한 실연의 상처와 여러 상황 때문에 드라마 촬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도피하는 내용이 논의되기도 했었다고.

"중간에 촬영 중에 중단을 하고 떠나는 모습도 그려낸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성민아를 좀 더 멋있게 풀어주고, 사랑스럽게 마무리 짓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자칫 무겁고 악역처럼 보일 수 있었는데 배려 덕에 잘 그려진 것 같아요. 어려운 면도 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만약 촬영중단하고 도피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더 큰 반응을 얻을 수는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모습으로 잘 마무리 해 주신 것 같아요."

성민아가 극중 톰과 강형민과 러브라인으로 이어진 것도 이 처럼 배역들 하나하나를 생각한 작가의 고민에서 나온 결말이었다. 덕분에 성민아와 강형민가 맺어지며 드라마의 훈훈한 결말에 한 몫을 더했다.

"재밌는 커플인 것 같아요. '톰과 제리' 같은 조합인데, 최시원씨랑 '이 캐릭터 가지고 가서 다른 작품에서도 해보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요. 작가님이 둘이 CF를 찍는 장면도 많이 넣어주셨는데 일부러 CF찍으라고 그러신 것 같아요.(웃음) 작가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하면서 생각의 틀을 많이 깼어요."

사실 성민아는 앤서니와 고은(정려원 분)의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를 이루는 역할이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강현민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쪽으로 바뀐 부분.

"앤서니와 고은의 러브라인이 탄력을 붙는 시점에 민아까지 풀어내기엔 시간이 촉박하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이 그런 부분을 강현민과 엮어서 유쾌하게 보여주자고 하셨죠. 사실 성민아를 제외하고 모든 캐릭터가 조금씩 코믹한 면이 있었잖아요. 근데 저도 후반부에 강현민과 러브라인을 이루면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이 자유로운 연기를 좋아하시다보니까 최시원씨도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했어요. 덕분에 저도 마음을 비우고 연기했어요. 현민과의 신은 거의 애드리브라고 할 정도죠."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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