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징계로 꼬리자르기? 문제는 비가 아니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1.0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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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계사년 벽두부터 현역군인 비(본명 정지훈)가 고생이다. 미녀스타 김태희와 교제사실이 드러난 것이야 그렇다 치고 복무규율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비에 문제를 삼은 건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외출 중 모자를 쓰지 않았다는 탈모 논란이며, 두 번째는 공무외출 중 김태희와 사적으로 만났다는 점이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야 알겠지만 탈모야 시쳇말로 재수 없으면 걸리는 일이다.


부대장에 따라 영창을 갈 수도, 아니면 한번 혼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복무규율 위반이라고 하지만 겨울에 '깔깔이'(방한 내피)를 입고 휴가를 나와도 엄밀히 따지면 규율 위반이다.

문제는 두 번째다. 공무로 매주 일요일 외출을 나와 연인과 데이트를 한다는 건 일반사병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다. 공식 외박이나 휴가, 외출을 나와 연인과 데이트를 한다면 사생활이라 보호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공무로 나와 데이트를 즐긴다는 건, 그것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갖는다는 건, 일요일마다 초코파이 받으러 종교행사로 부대 밖으로 나가는 게 유일한 낙인 육군 장병들에겐 통탄할 노릇이다.

국방부는 비의 복무규율 위반과 관련해 소속 부대인 국방부 근무지원대대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다른 장병들과 형평성에 맞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공정한 조치처럼 보인다.


국방부는 연예병사(홍보지원대원)의 군 복무기강 해이와 관련, 특별관리지침도 마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얼핏 타당한 조치처럼 보인다.

사병을 징계해 꼬리를 자르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기자는 국방홍보원에서 연예사병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두 차례 고정출연했었다. 2005년 이민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일주일에 한 번씩 출연했었다. 2010년에는 이준기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출연했었다.

연예사병 생활과 고충을 조금은 더 들여다 볼 기회가 있던 셈이다.

2005년에는 연예사병 중에 홍경민이 전역을 했고, 윤계상과 홍경인 박광현이 막 홍보지원단으로 배치를 받았다. 말년 병장답게 홍경민은 여유로웠고, 막 배치를 받은 윤계상 등은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당시는 연예사병이 일선부대에서 6개월 가량 복무를 한 뒤에야 연예사병에 지원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일선부대에서 이등병 6개월을 고스란히 보내야 연예사병으로 올 수 있었다. 일반사병의 고락을 느끼기 충분한 시간이다.

연예사병 일과는 쉽지 않다. 각종 행사에 아침저녁으로 참여하고, 영내에서는 경계근무를 서고, 휴일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휴일마다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 다니기도 한다. 간부들의 사적인 일에도 제법 동원 당한다. 간부들의 친지 결혼식 사회나 축가는 기본이다. 윤계상은 예하 부대 시절 군간부 친척이 하는 고깃집 오픈에도 불려갔다.

물론 모든 간부가 그런 건 아니다. 이민우 같은 경우 예하 부대 시절 당시 부대장이 연예인이라고 특별대우를 하지 말라고 한 건 물론이고 연예인이라고 가십거리를 묻지도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덕분에 이민우는 이등병 이민우로 무사히 6개월을 보낼 수 있었다.

국군방송에 다시 출연하게 된 5년 사이 연예사병 처지는 별로 바뀐 게 없었다. 아니 더 혹독해졌다. 무엇보다 연예사병을 이용한 일이 너무 많아졌다. 국군방송 라디오, 방송 등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영화와 뮤지컬 등에 출연해야 하며, 각종 행사는 몇 배나 늘었다.

연예사병을 이용한 일이 많아지다보니 자대에서 6개월을 보내고 뽑는 일보단 신병훈련 과정에 이미 내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군방홍보지원단 정원은 그리 많지 않다. 20명 내외다. 그 중에는 기술직도 많다. 연예인 정원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연예사병을 군악대로 보낸 뒤 각종 행사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예 입대가 예정된 연예인을 활용한 계획도 짜놓는 일도 있다.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야 국방부 소관이다. 그럼에도 간부들의 의식과 부대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선 결국 연예사병을 실컷 부리고 휴가나 외박으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 연예사병 휴가일수가 일반사병보다 많은 이유다.

비가 공무로 외출을 나온 건 음원 녹음, 무대 연습 등이 필요해서다. 부대에선 이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일과 시간이 아닌 저녁이나 휴일에 나가는 것도 평일 일과 시간에 일은 일대로 시키고 무대에 필요한 건 그 외 시간에 충당하라는 뜻이다. 비 뿐 아니라 가수 출신 연예사병 대부분에 해당한다.

군에서 해야 할 일을 연예사병이라고 민간에 떠넘긴 것이다. 연예사병이 연습을 위해 외출이나 외박을 할 때 간부가 동행하지도 않았다. 간부가 따라붙지 않는 외박이나 외출에, 사병이 군기가 문제가 된다면 사병만의 잘못일까?

국방부는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으로 홍보지원대원이 출타할 때 간부를 대동하고 연습은 오후 10시 이전에 마치고 복귀하며, 홍보지원대원을 관리하는 국방홍보원장이 월 단위로 직접 부대장인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에게 활동 내역을 보고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간부가 대동하지 않았으며, 활동 내역도 구체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일로 연예사병은 처지는 더 암울해지며, 일은 더욱 고되게 됐다. 시스템이 바뀐 건 없고, 사병만 죽어나가게 생겼단 뜻이다.

상병 정지훈이 공무 중 데이트를 즐긴 건 징계를 받을 일이다. 그렇다고 사병만 징계 내리고 나머지 문제는 덮고 지나가는 건 더욱 큰 문제다.

연평 해전 당시 연예사병으로 복무 중이던 이진욱의 홍대 데이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 적이 있다. 홍보지원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 즈음에 모 연예사병이 집안 일로 휴가를 내고 행사를 뛴 사실이 밝혀져 난리가 나기도 했다.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고 쉬쉬하고 지나갔다. 그 때도 시스템은 바꾸지 않고 연예사병만 잡았다.

문제는 비가 아니라 간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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