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거탑' 최종훈 "'대뇌 전두엽'? 저도 몰라요"(인터뷰)

tvN '롤러코스터2' 군디컬 드라마 '푸른 거탑' 말년 병장 역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11.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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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훈 ⓒ사진=임성균 기자


"말년에 유격이라니~말년에 유격이라니~!"

내무반 구석에 박혀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작업이라도 할라치면 보이지 않는다. 귀찮아 씻지를 않아 행색은 꾀죄죄하고, 의상은 늘 활동복에 '깔깔이'(방상내피) 차림이다. 행보관(행정보급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주적(主敵)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라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을 '말년'의 추억.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병장을 뜻하는 '말년 병장'은 갓 입대한 이등병에게는 '꿈'이자 전역하고 사회에 진출한 이들에게는 쉽게 오지 않는 '왕고'의 기억이다.


tvN '롤러코스터2'의 '푸른 거탑'은 군대를 배경으로 '말년 병장' 최종훈을 비롯한 김재우, 김민찬, 백봉기, 정진욱, 이용주 등 분대원들이 그리는 좌충우돌 군대이야기를 그려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억지나 과장 없이 군필자들이라면 겪었을 법한 실감나는 스토리가 '푸른 거탑'의 매력이다. 정극 같은 대사, 중요한 순간 깔리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배경음악은 이 드라마에 '군디컬'(군대+메디컬)드라마는 별명을 붙여줬다.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최종훈(33). 그는 개그맨 정준하의 매니저로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최코디'로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오랜 연기자의 꿈을 실현코자 매니저 일을 관두고 처음으로 도전한 작품이 바로 '푸른 거탑'. 오직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눈에 안 띄는 단역'에서 어엿한 '말년 병장'역에 올라섰다. "말년에 ~라니". "통증이 대뇌 전두엽까지", "이런 젠장, 이런 젠장"은 보기만 해도 최종훈 목소리가 오디오 지원이 될 정도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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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루 실제 군부대서 촬영.."마음만은 미니시리즈"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최종훈은 '푸른 거탑' 속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조용하면서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하지만 눈빛만은 극중 '말년 병장'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하, 인기요? 감사드리죠. 연기자를 마음먹고 처음 도전한 작품에서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게 돼서 기쁩니다."

'푸른 거탑'은 매주 금요일 경기도 모처의 실제 군부대에서 촬영이 진행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장병들 일과시간에 촬영한다. 실제 방송에는 14~15분 분량으로 나가지만 촬영에 임하는 배우들의 마음만은 '미니시리즈'급이다.

"촬영시간이 빠듯하고 장소가 실제 군부대다 보니 여건이 좋지만은 않아요. 그래도 연기자들이나 스태프 모두 최선을 다해서 찍기 때문에 완성도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대본 자체가 하루에 다 찍기 힘든 분량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들 연기도 물이 올랐지만 상황에 맞게 연기하는 '캐치 능력'은 어느 배우들에도 뒤지지 않거든요. 감독님(민진기PD)도 '우리 배우들은 어떤 대본을 주더라고 다 할 것'이라고 믿음이 강하세요. 배우들 자체도 미니시리즈를 찍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찍고 있어요."

'리얼한' 병장 연기로 호평 받고 있지만 최종훈은 사실 의경 출신이다. 군대 내무반 경험은 훈련소 4주가 전부다.

"실제로는 인천에서 의무 경찰로 복무했어요. 근데 뭐 어차피 내무 생활은 똑같잖아요.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전 사단훈련소에서 4주 군사훈련 받고 또 4주는 경찰학교에서 교육 받았어요. 육군이 당시 기초군사훈련이 6주였는데 저희는 그걸 4주에 압축해서 받았어요. 그 4주 동안 사격, 유격 기억을 바탕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푸른 거탑' 멤버 중 막내 이용주를 제외하고는 전부 '군필'들이다. 김재우, 김호창, 백봉기는 강원도 전방에서 복무했고 정진욱은 해군 출신이다. 이용주는 군면제. 극중 이용주가 어리바리 이등병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그래서 실감을 더한다.

"(이)용주가 연기로 어리바리한 게 아니라 실제로 군생활을 모르니까 촬영하면서도 '진짜 군대에서는 이렇습니까' 물어보면서 해요. 이등병 역할로 딱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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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훈 ⓒ사진=임성균 기자


'최코디'가 '연기자 최종훈'이 되기까지.."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감사"

최종훈이 '푸른 거탑'에 출연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정준하 매니저를 무작정 그만두고 그는 근 1년을 하는 일 없이 '놀았다'. 아내와 딸, 아들을 둔 가장이 무일푼으로 지내는 건 힘든 일이었다. '꿈'과 '현실'사이에서 갈등이 커져만 갔다.

"사실 이 말은 아무한테도 안했는데요. (정)준하 형이 왜 매니저 일을 그만두느냐고 물을 때 사실대로 말을 못했어요. '그냥 싫습니다' 이랬어요. 그랬더니 준하 형이 '매니저는 안 해도 된다. 그래도 연기자의 꿈은 포기하면 안되지 않냐' 이래요. 연기자든 매니저든 싫다고 했죠. 형이 되게 서운해 했어요. '못난 놈, 말리지는 않겠지만 가정도 있고 좀 더 생각해보지 그러느냐'고 하는 데 그 때는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최종훈은 원래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다. 대학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다 낙방한 경험도 있다. 생활에 쫓기다보니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언제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연기자'란 세 글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연기자의 꿈을 제 스스로 숨기고 살았어요. 내 형편에 내 능력으로 무슨 감히 연기자냐고 생각했죠. 꿈은 버리지 않았는데 애써 덮으려 했던 거죠. 근데 시간이 흐르고 자꾸 누르면서 살다보니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요. '아, 내가 뭐하려고 이 직업(매니저)을 하고 있지. 연기자가 되려는 건가, 매니저가 되려는 건가. 혼란이 왔어요."

그렇게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무렵 그의 아내가 어느 날 물었다. "당신 뭐할 거냐"고. 옆에서는 딸이 자고 있었다. 딸이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야", "아빠는 젊었을 때 꿈을 위해 뭘 했어"라고 물으면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 '대답'을 하기위해 결국 최종훈은 매니저 일을 그만뒀다.

2011년 12월에 그는 정준하 매니저 일을 관뒀다. 이후 6개월은 멍하게 지냈다. 그만두고 3개월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자신의 꿈 때문에 가족한테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기간 동안 아내가 큰 힘이 돼줬어요. 아내는 딴 걱정을 한 게 아니라 제가 다 포기할까봐 걱정하더라고요. 아내가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는 데 마음이 아팠어요. 아내는 그래도 한 번도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고 다그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연기자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해요. 아내의 그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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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훈 ⓒ사진=임성균 기자


"최종훈씨 말년 병장 한번 해볼래요?"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하지만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건 최종훈 자신이었다.

"박명수씨 매니저로 잘 알려진 정석권 실장이 '롤러코스터' 민진기PD를 소개시켜 준 적이 있어요. 정실장과 민PD가 얘기를 하다가 제 얘기가 나왔나 봐요. 그 때는 '푸른 거탑' 내무반원 6명이 확정된 상황이었죠. PD님이 저를 알긴 하는데 연기를 하는지는 몰랐다고 해요. 어느 날 정실장이 전화로 민PD에게 전화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냥 인사나 하라는 얘기인 줄 알고 전화했더니 대뜸 '일단 대본 보내줄 테니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대본 리딩에 최종훈은 바로 참여했다. 대사는 단 한줄. 신병이 들어오면 점호 시간에 내무반원들이 '이 내무반에서 가장 못 생긴 사람 손으로 찍어보라'고 얘기하고, 멋모르는 신병이 최종훈을 찍으면 '너는 내가 제대할 때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때 '행운'이 찾아왔다. 애초 '말년 병장'역을 맡기로 했던 개그맨 박성호가 스케줄 때문에 대본 리딩에 못 온 것이다. 박성호를 대신해 최종훈이 말년 병장 역을 맡아 대본 리딩을 했다. 미리 준비했던 게 이때 위력을 발휘했다.

"대본을 받았는데 대본 앞에 작가가 '오버스러울 정도로 정극 연기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적혀있었어요. '푸른 거탑' 소재가 정극처럼 안하면 진짜 무난하고 재미없는 소재거든요. 고민 고민하다 '실미도'의 설경구를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데 임원희씨가 보이는 거예요. 저거다! 싶었죠. 그리고 임원희씨가 나온 '다찌마와리' 영화를 보고 연습했어요. 대본 리딩 때 그 톤으로 하니까 PD가 뭘 보고 연습했냐고 만족해하더라고요."

최종훈은 '푸른 거탑' 초반 '멀티'로 출연했다. 신병 친구, 부사관 등 빈자리가 그의 몫이었다. 그러다 박성호가 스케줄 문제로 출연을 못하게 되면서 '서광'이 비쳤다.

"PD가 말년 병장 역을 제가 해야 한대요. 5회부터 말년 병장을 맡았죠. 그게 벌써 30회가 다 됐네요. 말년 병장으로 촬영을 끝내고 민PD가 '잘할 것 같다'고 격려해주는데 큰 힘이 됐어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김기호 작가는 회식 자리에서 제게 '넌 목숨을 걸고 하는 게 보이더라. 그렇게 좋은 재능을 가졌는데 왜 지금까지 망설였냐. 남자로서 자신감이 없었냐.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해라'고 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대뇌 전두엽', 저도 모르고 작가도 몰라요"

'푸른 거탑'에서 최종훈이 주목을 받은 건 특유의 화법이 한몫했다. '대뇌 전두엽'부터 '이런 젠장'까지 정색하고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인터넷에는 '대뇌 전두엽' 카페까지 생겨 이를 패러디하고 있다.

"'대뇌 전두엽'은 극중 최 병장이 꾀병의 달인이잖아요. 의무대에서 귀동냥하고는 '위장점막의 손상으로 인한 통증이 대뇌 전두엽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추추간판탈출증으로 그 통증이 척추를 지나 대뇌 전두엽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식이죠. 이거 김지호 작가가 만들어낸 말이에요. 작가님한테 대체 대뇌 전두엽이 어디냐고 물으니 '나도 몰라' 이래요. 하하. 저도 여전히 몰라요. 그냥 머리 앞이거니 해요."

'이런 젠장'이나 '말년에 ~라니'도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그에게 '속사이듯 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난 것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하라고 주문했다고.

"처음에는 한번만 했는데 나중에는 반복적으로 대사를 써주더라고요. 제가 큐피드 상에 부딪치는 장면이 있는데 '하얀 거탑'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이런 고추가 떨어지다니, 이런 큐피드 고추가 떨어져 내 머리에 맞다니'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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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훈 ⓒ사진=임성균 기자


11월 16일 마지막 촬영.."'연기자 최종훈'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

'푸른 거탑'의 성공 요인은 멤버 구성에도 있다. 비슷한 나이의 출연자들이 모여있다보니 아이디어도 샘솟고 단합도 잘 된다. 특히 김재우는 주옥같은 애드리브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종훈의 주위에 파리 꼬이는 장면도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군복만 입으면 '야, 예전에 이랬는데'하면서 대본에도 업는 아이디어를 쏙쏙 내요. 저는 의경 출신이라 할 얘기가 없을 때가 많죠. 그래도 '아, 그래그래' 하면서 맞장구를 쳐줘요. 근데 군대는 어디나 다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주는 게 아닐까 해요. '군대'라는 공감의 울타리 안에서요."

최종훈은 "그런데 여성 시청자 시청률이 더 높다"라며 "인터넷에 '곰신'이라는 군인 남자친구, 애인을 둔 카페가 있는데 그 분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신다. 게시판에 좋은 글도 보내주고 해서 방송 말미 메시지로 그 분들의 편지를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선배, 친구들과 술 마실 때 군대 얘기하면 뭔 소리인가 했는데 '푸른 거탑' 보시고 진짜 저런 일들이 있구나 공감 하신대요. 하하."

'푸른 거탑'은 지난 16일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내년 초 시작하는 '롤러코스터3'에는 '푸른 거탑' 코너가 빠진다.

"4월부터 했으니 8개월 정도 했는데 진짜 군 생활하고 제대하는 느낌이에요. 많이들 아쉬워하죠. PD님은 잠깐 쉬고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오자고 하세요. 프로그램을 마치며 서로 아쉬워 한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르겠어요."

그에게 '푸른 거탑'은 연기자로서 첫 '도전'이자 '희망'을 보게 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첫 배우 도전,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깝기도 해요. 이 좋은 내용과 깨알 같은 내용을 끊임 없이 쓸 수 있는 작가, 연출력 뛰어난 PD, 배우들,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습니다. 연기자로서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용기를 준 작품이에요. 이 용기를 바탕으로 좀 더 사랑 받는 '연기자 최종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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