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1000만 영화의 빛과 그림자②

[★리포트]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10.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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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일곱 번째 1000만 한국영화가 됐다. '도둑들'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1000만 영화의 탄생이다.

1000만 영화가 등장할 때 마다 영화계에는 환영과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지난 2006년 '괴물'이 엄청난 기세를 모으며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을 때도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데 대한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대두됐다.


'도둑들'이 1302만 명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는 중에도 스크린 지키기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김기덕 감독은 "흥행 기록을 위해 억지로 상영관을 잡고 있는 것이야 말로 도둑들"이라며 공개적으로 '도둑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1000만 영화가 된 '광해'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여름 성수기를 이끌었던 '도둑들'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광해'의 등장은 극장가에 반가운 손님이었다. 극장가 비수기라고 일컬어지는 9월 10월, '광해'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지난 달 13일 개봉한 '광해'는 9월 한 달 동안 무려 52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9월 한국영화 총 관객인 1026만 명 중 절반 이상을 '광해'가 모은 셈이다.

'광해'의 선전 덕에 2007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이후 최초로 한국영화가 3개월 연속 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에는 톡톡히 일조한 것이다.

'광해'의 1000만 돌파는 한국영화 시장 최고 부흥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 해에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온 것은 '왕의 남자'와 '괴물'이 1000만을 넘겼어 2006년 이래로 6년 만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오히려 높아 졌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대단한 흥행에도 불구하고 '광해'가 눈총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급작스런 개봉일 변경 때문이었다. 당초 추석께 개봉할 예정이었던 '광해'는 9월 초 돌연 13일로 개봉일을 바꿨다.

추석 대작 '광해'를 피해 개봉 일을 조정했던 소규모의 한국영화들과 외화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광해'의 개봉일이 바뀐 가장 주요한 이유는 주연배우 이병헌의 할리우드 영화 촬영 일정이었다. '레드2' 촬영을 앞두고 있던 이병헌은 당초 9월 말 출국예정이었으나 촬영 일정이 변경되며 9월 8일까지 모든 홍보 일정을 마쳐야 했다. 주연배우 부재라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광해'는 13일로 개봉을 변경했고, 이렇다 할 대작이 없는 상황에서 '광해'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1000만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언급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피해갈 수 없었다. 688개 스크린에서 출발한 '광해'는 흥행 열기를 더해가며 최고 1001개까지 스크린을 차지했다. 개봉 6주차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영화관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그만큼 작은 영화들이 설자리를 잃는 것 또한 불가피했다.

1000만 관객 달성이 가까워지며 진행됐던 '광해'의 각종 무료 관람 이벤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근 CGV는 '광해' 쌍둥이 가족이나 이름에 '광' 또는 '해'가 들어가는 관객에게 동반 1인 무료티켓을 증정하는 1+1 티켓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는 과도한 1000만 만들기라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1+1 티켓 이벤트는 배급사에서 기획한 행사가 아니라 CGV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이벤트다"라며 "실제로 극장측에 자료를 받았는데 실제 이벤트 무료관람 관객 수는 일일 관객의 0.1% 정도에 그칠 정도로 미미한 숫자다"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개봉 6주차임에도 첫 주 대비 관객 하락폭이 적고 여전히 하루 1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고 있는 만큼 1000만 관객 달성을 위해 무리한 이벤트를 벌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 말처럼 '광해' 무료 관람 이벤트에 대한 질타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쌍둥이 가족이나 광 또는 해자가 이름에 들어있는 관객이 얼마나 많겠나. CJ 계열이 CJ E&M 영화에 몰아치기 홍보를 했던 게 어제 오늘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광해' 무료 이벤트에 지적이 쏟아지는 건 개봉부터 천만까지 대기업 특유의 밀어붙이기가 유달리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광해'는 영화 만듦새로 천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대기업이 조바심 낸다고 천만명이 극장을 찾진 않는다. '광해' 천만이 빛이라면 그 결과에 조바심을 잔뜩 낸 CJ E&M의 조바심은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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