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전지현이 스트레칭 코치..부럽지?"(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7.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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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처음엔 실망할 뻔 했다. 김윤석이 '도둑들'(감독 최동훈)에서 마카오박을 연기했을 때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다. 100점을 받아도 분명하지만 늘 100점을 받는 김윤석이기에 그 이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와이어줄을 매고 하늘을 날라 다니며 액션연기를 펼칠 줄이야. 그의 말대로 망토도 없고, 최첨단 장비도 없이, 등산용 줄 하나 매고 훨훨 날라 다녔다. 40대 중반 남자배우가 그런 엄청난 액션연기를 선보일 줄이야. 김윤석 표현대로 이제는 연기파가 아니가 액션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한국과 홍콩의 도둑 10명이 힘을 모으는 영화. 김윤석은 도둑질을 설계하고 모으는 역할을 맡았다. 말하자면 '오션스 일레븐'의 조지 클루니 같은 역이다. 조지 클루니 만큼 잘생기진 않았는지 모르지만 조지 클루니 만큼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김윤석은 '도둑들'에서 배우들의 중심에 섰다. 한 영화를, 동료들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터뷰에서도 자기 이야기보단 동료들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도둑들'은 '타짜'나 '범죄와의 전쟁' 등 최동훈 감독 영화치곤 쪼는 맛이 덜하다. 그 대신 화려하고 여유가 느껴지던데.


▶최동훈 감독이 가장 큰 변화를 이룬 게 아닌가 싶다. 원래 칼 같이 신을 정리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신에 대한 늬앙스가 살아나면서 여유가 두터워졌다. 카메라 워킹도 그렇고.

-'도둑들'은 기획부터 최동훈 감독과 같이 진행했는데.

▶'황해' VIP 시사회가 끝나고 최동훈 감독이랑 따로 술을 먹었다. 최동훈 감독이 내가 '황해'에서 중국말 쓰는 걸 보더니 다음 영화에 중국어를 많이 쓰는 걸 준비한다고 하더라. 홍콩에 다녀왔는데 구룡반도 옛 건물을 보면서 여기서 범죄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리고 이번엔 김상호 유해진을 빼고 다른 색깔의 영화를 하겠다고 하더라. 배우와 감독이 서로 이처럼 신뢰를 주는 게 드물지 않나. 그 뒤 이정재랑 전지현이 합류하고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그냥 일사천리가 됐다.

-처음엔 스테레오 타입이라 실망할 뻔 했는데. 후반부에 날라 다니는 걸 보고 감탄했다.

▶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서 어차피 난 해설자라고 생각했다. 나까지 설치면 초반에 9명의 도둑들이 캐릭터가 살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도 중국어는 제대로 하고 싶었다. 국내 관객들이야 자막을 보겠지만 이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되면 현지인들에게 제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들 고생 많이 했다.

-줄에 매달려 옆 건물로 돌아가는 장면 빼곤 전부 스스로 와이어 액션을 했다던데.

▶무술팀이 나와 '추격자'와 '황해'를 같이 한 친구들이다. 서로 제일 잘 안다. 그 친구들이 내가 한국에서 액션으론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며 대역을 쓰지 말자고 하더라. 액션은 표정이고 호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들과 그게 잘 맞았다. 그래도 한 달 동안 와이어에 매달리는데 어휴. 아침에 올라가면 밤에 내려왔다. 다른 배우들은 내가 그렇게 한 줄도 몰랐다. 의리 있는 이정재가 찾아와서 끝까지 기다려줘서 고맙게도 한 잔 했다.

-벽에서 집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고생했을 것 같은데.

▶나도 나지만 촬영팀이 고생 많았다. 카메라를 매달아서 나와 똑같은 속도로 떨어지게 여러 번 찍었으니깐.

-이번엔 키스신도 찍었는데. '전우치'에서 임수정과 찍긴 했지만 감정 섞인 키스신은 처음이었는데. 물론 와이어 매고 카메라도 밑에서 잡아서 멜로라고 하기엔...

▶김혜수와 첫 키스신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임수정과는 악을 불어넣는 장면이었으니깐. 김혜수는 정말 선수다. 대단하다. '타짜'에서 정마담이 이번엔 화려함을 버리고 순정을 택하지 않나.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를 제일 좋아했는데 김혜수가 이번에 롱코트를 입고 등장하는데 이소라 같더라. 물 속 장면도 나야 그냥 헤엄치면 되지만 김혜수는 수갑을 차고 매달려있지 않나. 아, 그 장면 대역 아니다. 나도 분장하고 헤엄쳤다.(웃음) 그 뒤에 수영장에 누워있는 김혜수는 정말 아름답지 않나.

-배우들이 워낙 초호화 캐스팅이라 다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현장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던데.

▶배우들이 다들 영화를 찍을 때는 걱정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그럴 때 정공법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다들 배우니깐 오히려 그런 걱정이 없다. 특히 이번엔 초반에 한 달 동안 홍콩에서 촬영을 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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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전지현이 이번 영화에서 제대로 인상적이었는데.

▶전지현의 포텐셜이 10년만에 터졌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 현장에서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열심이었다. 김혜수가 특히 아껴주기도 했고, 둘이 친해서 서로 막 만지면서 장난치더라. 워낙 운동선수니깐 내 스트레칭 코치 역할을 했다. 이렇게도 해줬고 저렇게도 해줬고. 이거 아니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꾹꾹 눌러주고 그랬다. 전지현이 내 델타 지역 빼고 다 만졌다. 부럽지? 푸하하.

-김수현은 '완득이' 유아인과 또 달랐을텐데.

▶많이 다르다. 순수함이 있는 애늙은이 같더라. 노래방에 가서도 90년대 노래만 부른다. 그 때가 '해를 품은 달' 전이었는데 그래도 촬영장에 김수현 팬들이 몰리더라. 나중에 '네가 선배들이 이야기 하면 제일 크게 웃고 그랬잖아'라고 했더니 "그 때는 제가 막내니깐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일 크게 웃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속 깊은 막내가 몇이나 되겠나.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단역으로 출발해서 '타짜'와 '전우치'를 거쳐 마침내 '도둑들'에서 주인공을 맡았는데.

▶최동훈 감독이 4편의 작품을 하는 동안 나는 8편의 작품을 했다. 최동훈 감독이 발전하는 동안 나도 영화 메카니즘을 알아가면서 성장을 했다. 연극으로 쌓은 내공을 영화로 풀 수 있게 됐다. 그 덕이 아닐까. 이번 영화에서 나는 '카사블랑카'를 떠올렸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도 그랬다더라.

-임달화하고는 어땠나. 홍콩느와르 팬들에겐 전설적인 존재 아닌가.

▶예술이다. 정말 늙으면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양반이 내 영화를 못 봤고,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를 몰랐다. 영화 초반에 홍콩에서 한국배우들과 홍콩배우들이 다 만나는 장면이 있지 않나. 홍콩에서 3일째인가 찍었는데 한국배우들과 홍콩배우들의 기싸움이 대단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임달화가 제작사 대표에게 '저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다고 하더라. 그 뒤론 서로가 연기할 때마다 칭찬하고 박수치고 너무 좋았다. 나중에 마카오로 이동해서 촬영할 때 임달화가 '추격자'와 '황해'를 보고 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완득이' DVD를 선물로 줬다.

-오달수, 이정재도 상당했는데.

▶오달수는 정말 어떤 역할을 시켜도 어울린다. '스파르타쿠스'에 출연해서 로마 군복을 입혀놔도 어울릴 것이다. 사람들이 그래도 다 납득할 것이다. 임달화 형님이 오달수 코미디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아꼈다. 이정재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인데 이 영화로 더욱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생겼고 젠틀한 역부터 양아치까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를 찍고 있고 그 다음 작품으로 장준환 감독의 '화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화이'는 상업적이라기보단 작가주의에 더욱 가까울 것 같기도 하고. 작품들마다 강약을 잘 조절하는 것 같다.

▶어떤 패턴이 느껴지지 않나. '추격자'를 하고 '거북이 달린다'를 하고 '전우치' 다음엔 '황해', 그리고 '완득이'에 '도둑들', 그리고 '화이'. 감사할 뿐이다. 운이 좋아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깐. '남쪽으로 튀어'는 이제 섬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화이' 같은 경우는 끝도 없는 어둠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두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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