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상반기 이 노래·음반 안들어봤으면 손해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6.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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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는 역시 버스커버스커와 빅뱅, 원더걸스, 씨스타, 아이유, 소녀시대 태티서 , 티아라, 지나, 백지영, 그리고 '해품달' OST와 형돈이와 대준이, 용감한 녀석들의 6개월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 음악에 물렸다면 다음 노래들은 어떨까. 버스커버스커보다 더 편안하고 더 묵직했으며, 아이유보다 더 청량하고 감미로웠으며, 린의 '시간을 거슬러'나 빅뱅의 'Monster'보다 훨씬 진지했던 노래들. 그래서 아는 팬들은 아는 대로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그 휘황한 노래들 20선.


One Punch = 흐리다 맑음(1집 Punch Drunk Love)

원 펀치의 노래를 들으면서 비틀스를 떠올린 것은 오독일까, 오해일까. 보컬의 비음도 그렇고, 복고풍의 건반음도 그렇고, 중간의 멤버(박성도 서영호) 떼창 분위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골몰하지 않고 해석안해도 되는 천연덕스러운 생활대사가 과연 비틀스스럽다. 오랫동안 이들의 정규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보물 같은 팝 종합선물세트.

게이트 플라워즈 = 물어(1집 Gate Flowers The First Album Times)


요즘 혹시 나긋나긋한 일상에서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게이트 플라워즈가 정답이다. 옐로우 몬스터즈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칵스보다 더 거칠고 투박하다. 90년대 후반 조선펑크를 온몸으로 알린 록밴드 크라잉넛과 거의 동급이다. 개짓는 소리를 그대로 흉내낼 정도의 수컷들의 야성스러움. 야들야들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예쁜 요즘 시대에 이들의 거친 목소리가 흥겹고 섹시하다.

고찬용 = 기차(2집 Look Back)

데이브 그루신의 퓨전재즈를 떠올리게 하는 세련된 전주. 역시 낯선사람들의 고찬용이다. 하지만 고찬용의 진가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일상 대화에 가까운 고찬용의 내러티브는 데뷔 초기 산울림의 김창완이나 김창훈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꾸미지않는 음색과 재즈의 스캣(Ella in Berlin!) 같은 독특한 창법마저 일맥 통하는 면이 있다.

긱스 = 아침에(EP 아침에)

이번에 힙합듀오 긱스가 선택한 것은 '일상'과 '편안함',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나 셔플리듬의 기타 반주를 통한 '친숙함'이었다. 하지만 흥겹게 왁자지껄한 멜로디를 타면서도(때로는 블루지한 느낌마저!) '아침에' '침대에', '걸쩍지근해' '미적지근해'처럼 교묘히 각운을 맞추는 힙합스타일과 리듬감은 여전하다. 선공개된 '그냥 가요'도 놓칠 수 없는 넘버. 확실히 긱스는 재능있는 뮤지션들이다.

김조한 = 다시 사랑하자(싱글 다시 사랑하자)

R&B 하면 김조한이었는데 이 노래 김조한 것 맞아? 킥드럼이 시종 노래 전반을 굵직하게 강타하는 가운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김조한의 과하지 않은 창법, 업템포의 멜로디가 저절로 어깨를 흔들게 만든다. 게다가 팬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지만, 김조한이 랩까지 한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촉촉하며 어딘가 익숙한(빅뱅의 탑 솔로 파트같은) 고참 가수의 '섬씽 뉴' 한 판.

디셈버 = She's Gone(EP She's gone)

곡 전반에 스민 슬픈 분위기, 그러면서도 리듬을 타는 뽕끼 비슷한 것이 처량하면서도 반갑다. 작곡가 조영수의 전형적 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또한 윤혁의 랩파트는 이들의 새로운 시도라 할 만하고, DK의 가창은 이미 흠잡을 데가 없다.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 너'나 'I'm missing you' 등 노래 내용도 그렇고 비 오는 날 들으니 더 반갑다.

모색 = Unresting Silence(1집 Progression)

지난해 결성한 이들의 1집 1번 트랙. 척 맨지오니 캄보인 줄로만 알았다. 나긋한 플루겔혼(신영하)으로 시작하는 처음부터, 척 맨지오니는 물론 1950년대초 스탄 겟츠, 아트 페퍼 등을 위시한 '웨스턴 코스트 재즈'를 떠올리게 한다. 중간의 피아노와 드럼의 하모니 역시 빌 에반스, 바비 티몬스, 듀크 조단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뮤지컬 보컬곡 같은 2번, 3번 트랙까지 듣다보면 1번 트랙은 스탠더드 재즈를 내세운 일종의 '삐끼'였음이 확연하다. 한국에서 흔치않은 재즈의 길, 그것도 평범한 재즈카페용 연주의 길을 벗어나려한 이들에게 존경과 박수와 성원을.

몽구스 = 그대여(EP Girlfriend)

명랑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소년(혹은 청소년)이 큰 방황을 겪다 다시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걸어갈 때 배경음악으로 나올 법한 노래. 기타가 없어서 그런지 드럼 파트가 시종 당당하게 곡을 압도한다. 다만 가사는 '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의 마음을 노래했으니 오해는 말자. 애간장 타는 이 남자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여성보컬 김진아의 피처링은 그래서 산뜻하고 적절하며 '고맙다'.

스탠딩에그 = Keep Going(싱글 Keep Going), Run Away(2집 Like)

2년차 스탠딩에그가 벌써 완숙해지기까지 했다. 적당히 후크도 있어 노래가 끝나면 몇소절이 입에 그대로 붙는다. 싱글로 나온 'Keep Going'은 일종의 소품인데, 부담없이 듣기에 그만이다. 역시 요즘 대세는 어쿠스틱 기타다. 지난 4월 나온 2집 'Like'는 인디뮤직차트를 올킬한 것도 모자라 수록곡을 차트 상위권에 줄세우기 했던 바로 그 음반이다. Run away. 그렇다. 이렇게 오랜만에 비 오는 날에는 '백팩을 메고' '티켓을 갖고' 어디로든 떠나는 게 옳다.

신치림 = 모르는 번호(1집 Episode 01 旅行)

윤종신 조정치 하림, 무림의 고수들이 모여 강호에 정규앨범을 내놓으며 일격을 가했다. 많은 제자들에게 일파의 비전의 기술을 전수한 저녁, 그 피곤한 와중에서도 고수 3명이 모여 자유로운 잼을 벌인 형국이다. 분위기로만 보면 70년대 후반 이정선 이주호 한영애 김영미의 4인조 해바라기나, 전인권 나동민 이주원 강인원의 따로또같이의 재림이다. 늦은 템포의 색소폰 연주에서는 아티스트 3명의 삶의 관조와 여유마저 느껴진다.

어반자카파 = Beautiful Day, Something Special(이상 EP Beautiful Day)

스탠딩에그와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기교파 여성보컬 조현아가 있어 더 친숙하고 달콤하다. 인디레이블의 명가 플럭서스뮤직 아티스트답게 쿨하고 모던하며, 팝인 듯하면서도 록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스탠딩에그 돌풍이 불기 2주 전 나온 이들의 이번 미니앨범도 그 위세가 진짜 대단했다. 인디차트의 빅뱅이었고 버스커버스커였다.

어쿠스틱 콜라보 = 바람이 부네요(EP Love Letter)

어쿠스틱 기타(김승재)에 청아한 여성보컬(안다은)의 매력까지 더했다. 여기에 처음부터 '보사노바'다. 청량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봄바람처럼 불어온 그대라고? 맞다. 사람이란, 특히 중년이란, 그 풋풋하고 아련한 옛 첫사랑의 힘으로 삶을 버티는 존재인 것이다.

에피톤 프로젝트 = 이제 여기에서, 새벽녘(이상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올 해 솔로앨범을 낸 이이언의 못 때도 그랬지만 차세정의 원맨 프로젝트인 에피톤 프로젝트도 '음'과 '서정'을 쥐락펴락하는 모양새가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성시경이 단박에 떠오를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까지 갖췄으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만용이다. '이제 여기에서'에서 물씬 느껴지는 이국적 풍취, '새벽녘'에서 절실하게 다가오는 독백의 처연함. 치유의 음악, 힐링 뮤직이 있다면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번 2집이다.

원티드 = 너에게로 간다(3집 VINTAGE )

완숙미라는 단어는 바로 5년만에 나온 원티드(김재석 하동균 전상환)의 정규 3집에 대해 쓸 수 있는 말이다. 마침 앨범 제목도 '빈티지'다. 보컬은 가히 명품급이고 '하루에도 몇번을' '멈춰있던 걸음을'로 시작하는 두 후렴구의 후크도 중독적이다. sg워너비, 포맨, 엠투엠, 먼데이키즈, 디셈버 등 멸종 직전의 남성 보컬그룹의 명맥은 이제 원티디로 이어졌다.

윤종신 박정현 = 도착( 디싱 2012 월간 윤종신 5월호)

윤종신은 매월 디싱을 발표하는 위대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는 여성보컬과 함께 했다(7월호는 015B와 함께!). 그중에서도 박정현과 듀엣으로 부른 '도착'이 가장 윤종신스럽고 박정현스럽다. 박정현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음색과 창법인데 이번 곡에서 그 진가를 더욱 드높이고 있다. 더욱 아련해지고 아스라해졌다. 노래 말미, 조용히 사라지는 고풍스러운 아코디언의 반주 덕일까. 궁전에 홀로 남은 금발의 공주가 뮤지컬 풍으로 노래를 부른다면 바로 이 노래일 것이다.

클래지 = Love&Hate(1집 INFANT)

이미 일렉트로니카의 전설이 된 클래지콰이, 그중에서 리더 클래지가 솔로 1집으로 돌아왔다. 곡 시작하고 정확히 7초 후, 클래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나면 클래지콰이 골수 팬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건 세련미 폴폴 넘치는 2012년의 일렉트로니카 팝이다'. 축축한 안개에 젖은 뉴욕 도심, 20년 전 '프렌즈'의 친구들이 몰려앉아 수다를 떨던 '센트럴 퍼크' 카페에 지금도 흘러나올 것 같은 노래. 귀를 기울여라. 클래지다.

타루 = Summer Day(EP Blah Blah)

아이유가 확 뜨기 전 '마쉬멜로우'를 불렀을 때 타루 같은 어리디어린 소녀 분위기는 더 강했다. 요즘 '제2의 아이유'라는 주니엘보다 더 아이유다웠던 그 시절의 아이유. 지금은 '홍대 여신' 타루가 있다. 체바퀴에 갇힌 다람쥐처럼, 일상 구석구석이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타루가 들려주는 위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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