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 "이제훈, 좋아하기 때문에 미웠다" (인터뷰)①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6.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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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퀴어(Queer)'는 사전적 의미로 '기묘한, 괴상한'과 '동성애자'를 뜻한다. 독특한 패션과 거침없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게이감독 김조광수 감독에게 '퀴어'라는 단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조선 명탐정'과 '의뢰인' 등 히트작을 제작한 청년필름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이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내놓았다. '소년, 소년의 만나다'에서 10대 게이의 로맨스를, '친구사이?'에서 20대 게이의 에피소드를 그렸던 김조광수 감독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에서 30대 게이의 위장결혼을 그렸다.


첫 장편 공개를 앞둔 설렘을 한껏 가지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4일에 VIP 시사회를 열었는데 영화를 본 동성애자 관객들과 이성애자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달랐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이 와서 '헉'하고 놀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동성애자들이 디테일한 에피소드, 단어나 의미를 훨씬 많이 읽어주기 때문에 영화를 재미있어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동성애자 관객들은 울기도 많이 울더라. 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울어서 미안했다. 티나가 죽고 나서부터는 결혼식 장면까지 계속 울더라. 나도 저런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투영이 되니까 행복한 장면에서도 우는 것 같다.

-영화에서 티나(박정표 분)가 키우는 개 이름이 광수다. 왜 개 이름을 광수로 지었나?

▶이건 조금이나마 있는 내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다. 티나의 첫 사랑 이름의 광수였고, 그래서 개한테 첫사랑 이름을 붙여줬다는 드러나지 않는 나름의 설정이 있다.

-시사회 중에 배우들 중에서 누가 가장 좋은지는 비밀이라고 블로그에 남겼더라.

▶지금도 비밀이다(웃음). 배우들이 알면 섭섭해 할 것 같다. VIP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에서 정애연이 "감독님은 나만 안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하더라. 자기에게만 '이년, 저년' 안한다고 서운했다고 했다. 내가 "알았어. 이년아!"했더니 좋아하더라.

-영화에서 둘이 뜨거운 밤을 보내려다가 둘 다 바텀(게이 중 관계시 여자성향)이어서 황당해하는 장면이 있다. 그 후에 같이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이 있는데 과연 누가 탑(게이 중 관계시 남자성향)이었을까?

▶사실은 그걸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다. 시간상 아쉽게 촬영을 하지는 못했다. 둘이 정사를 나눈 후의 상황인데 석이에게 민수가 "탑은 할만 해?"이렇게 물어보는 그런 장면. "다음엔 네가 해봐"라고 하려는데 민수를 자고 있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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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소만)부터 '두결한장'까지 다 감독의 경험담이라는데.

▶'소소만'의 민수, '친구사이'의 민수는 나랑 똑같은 인물이다. 이번 영화는 내가 위장결혼을 해본 건 아니지만 그 에피소드들은 내 경험담이 많이 들어갔다.

영화에서 민수 엄마가 "(성전환)수술은 언제 할거니?"하고 묻는 장면도 우리 어머니가 나를 인정하고 나서 했던 말이다. 본인이 인정하시면 바로 수술해 버릴까봐 한참을 고민하고서 내게 물으시는데 내가 막 웃으면서 "무슨 수술이요?"라고 하니까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트랜스젠더와 게이를 혼동하신 거였다. 진작 알았으면 알려드렸을 텐데.

-전 영화부터 '두결한장'까지 여섯 명의 민수와 석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민수는 지금의 민수(김동윤 분), 석이는 이제훈이 연기했던 '친구사이'의 석이가 애착이 간다. '친구사이'의 석이 캐릭터. 배우가 아니라(웃음). 배우라고 하면 용진이가 왜 이제훈만 예뻐하느냐고 서운해 한다.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이제훈 관련 뒤끝발언도 했었는데.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해 이제훈과 카메오 출연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 아직도 밉다. 좋아하기 때문에 미운 거다. 내가 정말 이제훈을 배우로 좋아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으면 밉지도 않았을 거다. 그래서 오히려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금방 풀릴 수도 있다. 이제훈에게 고맙기도 하다. '친구사이'에서 제훈이가 했던 연기는 내가 봐도 20대 초반 게이의 풋풋함 설렘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제훈이가 잘되길 바란다. 더 잘되고 해야 미워할 수도 있는 거다. 잘 안됐는데 미워하면 내가 진짜 나쁜 놈이지. 잘되고 있으니까 미워할 수도 있는 거다. 지금도 제훈이가 더 잘되길 바란다. 이제훈은 똑똑하고 얄미울 정도로 연기를 잘해서 분명 더 잘될 것이다.

-40대 민수와 석이의 얘기를 차기작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얘기가 될까?

▶로맨스는 아니다. 석이는 자기의 재산을 민수에게 남기고 죽은 20대 남자 게이고 그 남자를 사랑한 이성애자 여자가 있고, 석이를 사랑한 40대 남자가 있다. 영화는 석이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다. 죽은 석이를 짝사랑했던 여자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그 다음 영화도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흡혈요괴가 나오는 조선시대 꽃미남 버디무비가 될 것 같다. 왕의 밀명을 받아서 떠나는 암행어사와 우연히 만난 흡혈요괴가 다른 흡혈요괴를 쫓는 이야기다. 퀴어를 품고 있는데 겉으로는 퀴어로 안 보이는 꽃미남 버디무비가 됐으면 좋겠다.

캐스팅이 관건이다. 예를 들면 김수현, 송중기?(웃음). 이런 배우들이 해줘야 하는데 해줄지는 모르겠다. 퀴어적 설정은 있지만 농밀하게 묘사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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