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 결방 '무한도전'이 말해주는 것..MBC의 비극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6.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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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마다 센다. '무한도전'이 이번엔 몇 주째 결방인건가, 이젠 기계적으로 더하기 1을 한다. 7주 결방했던 최장기 기록을 넘었다고 호들갑을 떨 때가 3월 중순.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무한도전' 결방이 18주째를 맞았다. 결과만을 남겨두고 있던 하하 대 홍철의 승부, 그에 대한 궁금증이 문제가 아니다. 유쾌하고도 능청스럽게 시청자와 호흡했던 그 특별한 예능 프로그램을 넉 달 간 보지 못했다. 금단현상도 새삼스럽다.

동시에 MBC의 노조 파업도 무려 100일을 넘겼다. 이젠 넉 달을 꽉 채웠다. 그 사이 MBC방송은 땜빵과 땜질 투성이가 됐다. 뉴스가 줄어들고, '해를 품은 달'이 종영 직전 결방하고, '무신'이 한 주 쉬고, '우리 결혼했어요'가 중단되고, 'PD수첩'을 볼 수가 없지만, 어쨌든 방송은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다. 외주 제작 프로그램이 부쩍 늘고, 시청률이 하락했지만 어쨌든 MBC가 멈추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TV 채널에만 집중하는 시청자들은 MBC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과의 충돌로 다쳐 뉴스를 진행할 수 없다는 어느 목요일의 '뉴스데스크' 톱뉴스에 다만 의아했을 수도 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1년에 한 번이나 볼까말까한 MBC 사장이 대체 뉘시기에 이 법석인가. 권재홍 배현진, '뉴스데스크'의 두 앵커도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고, 다가오는 올림픽에선 김성주의 축구 중계도 볼 수 있다 잖는가.

그러나 MBC의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러니와 비극 투성이다. 20억 법인카드, J씨 특혜의혹 등 연이은 문제제기에도 당사자와 감독기관, 대주주는 별다른 반응이며 대책이 없고, MBC는 툭하면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파업대체인력을 뽑고 노조에 징계와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주가 컴백해 올림픽 필승을 다짐한 지난 1일엔 가만히 있었다면 마땅히 런던 올림픽에서 승전보를 전했을 아나운서들이 사측의 대기 발령을 받았다. 물론 TV 채널에만 집중하면 보이지 않는 일들이다.

고집스레 18주째 본방을 내보내지 않고 있는 '무한도전'만이 MBC가 결코 괜찮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땜질도 땜빵도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말짱하게 돌아오길 눈 부릅뜨고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MBC가 괜찮지 않았던 게 18주만 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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