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韓애니메이터 "포트폴리오부터 보내라"

'마다가스카3'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송정진·김정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5.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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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송정진 김정현 (왼쪽부터) ⓒ사진제공=퍼스트룩


올 여름 시원할 웃음을 줄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3'가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유럽에서 서커스에 도전하는 동물들의 막강한 몸개그,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드림웍스의 화려한 애니메이션에 생명을 주는 한국인들이 있다. 드림웍스의 테크니컬 디렉터 김정현씨와 라이팅을 맡고 있는 송정진씨다.


'슈렉 포에버' '드래곤 길들이기' '메가 마인드' '마다가스카2'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 속 수많은 캐릭터들이 그들의 손을 거쳐 갔다. 세계 최고의 스튜디오에서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 김정현씨와 송정진씨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테크니컬 디렉터와 라이팅, 일반인이 듣기에는 생소하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테크니컬 디렉터는 아티스트와 엔지니어가 같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부서다. (김정현)


사람들에게 드림웍스에 다닌다고 하면 '거기서 뭘 그리셨어요?'하고 물어보시는데 우리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웃음). 영화 속 캐릭터들이 텍스쳐를 입혀서 모션까지 다 한 상태로 파일이 오면 프로그램으로 조명을 달아주는 역할이다. 실사 영화는 태양 아래서 찍으면 야외촬영, 실내에서 조명 놓고 찍으면 실내 촬영인데 3D애니메이션은 일일이 작업을 해줘야 한다. 어떨 때는 한 장면에 천개 이상 조명을 넣을 때도 있다. 인물과 배경이 똑같은 환경으로 보이게 조명을 달아주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송정진)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 '어벤져스'의 컨셉 아트를 담당한 스티브 정 등 최근 할리우드 영화 크레딧에서 한국인들의 이름이 자주 보인다. 애니메이션 흐름이 3D로 변하면서 한국인들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진출이 수월해졌나?

▶내가 처음 드림웍스에 들어왔을 때 회사에 한국인이 한명도 없었다. 지금은 2000명이 넘는 직원 중에 한국인이 30~40여 명으로 많아졌다. 내가 처음 대학원을 나왔을 때는 이런 걸 가르치는 대학원이 미국에도 거의 없었다. 지금은 좋은 학교들이 많아서 유학생들도 모이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잘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산업이 나이가 들면서 마켓이 커지다 보니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송정진)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목소리 따로, 캐릭터 모양 만드는 사람 따로, 움직이는 사람 따로 세분화가 되어있다. 그러면서 그 중에서 몇 가지 역할을 맡기가 쉬워진 것이다. 진입할 수 있는 틈새가 더 생긴 것 같다. (김정현)

-TV 애니메이션 '심슨' 오프닝 중에 작화 작업을 노동착취처럼 표현한 걸 본 적이 있다. 요즘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금은 바로 그 부분을 컴퓨터로 한다. 애니메이터가 움직임을 주면 컴퓨터가 계산해서 그려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인력적인 비용이 절감되는 대신 컴퓨터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작업이 쉬워지면서 창의적인 부분에 더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2D는 스토리를 바꾸기가 힘들다. 이만큼 작업 했는데 스토리를 바꾸려면 다 버리고 다시 그려야 한다. 3D는 대강 스토리를 쭉 만들어보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전체 작업 분위기가 좀 더 창의적인 것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뀐 것 같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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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퍼스트룩


-'마가가스카3'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총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마다가스카2;를 제작하면서 3편 얘기가 나왔다. 실제 작업을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서 시작했다. 그때 이미 스토리와 아이디어는 다 나와 있었다. 완전히 작업이 끝난 건 올해 4월 말?

-'마다가스카3'에서 전편과 달라진 점은?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영화에 맞춰서 요구하는 비주얼을 맞추기 위해 준비를 한다. 지중해의 해가 너무 좋은 여름날 그림자를 보면 그림자 모서리가 다른 색으로 번진다. 배경이 유럽이다 보니 그걸 표현하기 위해 R&D 파트에서 연구를 해서 툴을 만들어줬다. 라이팅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기술이 들어 간 것이다. (송정진)

이제 사람들이 '3편? 또 만들었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객들이 '동물들이 나와서 몸개그 하고 그러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좀 더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1편과 2편에서는 사실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3편에서는 좀 더 물리적인 제약에서도 벗어나고 상상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었다. 제약에서 벗어나서 스토리를 전개하고 새로운 시도를 좀 더 자신 있게 한 것 같다. 약간의 위험 부담은 있지만 결과는 화려하게 잘 나왔다. (김정현)

-'마다가스카' 캐릭터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줄리앙을 가장 좋아한다. 정말 웃기다. 똘끼도 심하고 인도사람 말투인 영어도 정말 재미있다. (송정진)

멜먼이라는 기린이 있는데 어수룩하고 소심하고 뭘 해도 어설픈데다 그게 티가 잘난다. 뭔가 잘못하면 항상 달린다. 달리는 것도 어색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진실되고 속정이 깊은 캐릭터다. 재미있는 건 목소리 연기한 배우가 드라마 '프렌즈'의 데이빗 쉼머인데 그 사람이 드라마에서 딱 그런 역할이었다. (김정현)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구인가?

▶나 같은 캐릭터는 영화에 나올 수 없다. 재미가 없어서(웃음). 굳이 찾자면 가장 존재감 없는 모리스. 존재감 없고 조용히 항상 뭔가 하고 있는 캐릭터다. 3편에서 줄리안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다들 '어떡하지? 죽은 거 아냐?'하는데 모리스만 좋아한다. 너무 힘들었던 거다. 그 동안 말 안했던 것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걸로 나타난다. 존재감 없고 조용한 게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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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퍼스트룩


-한국에도 많은 애니메이션 학도들이 있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사람들도 할리우드에 진출 할 수 있는가?

▶유럽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영어 한마디도 못해도 일단 포트폴리오를 보낸다. 전화를 해서 영어를 잘 못하면 그 나라 사람이 인터뷰를 한다. 실력이 충분하면 언어나 외국 유학경험은 큰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동양 사람들은 다 가방끈이 길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그들은 그냥 무작정 포트폴리오를 보낸다. 그럼 실제로 채용이 되기도 한다. 말은 와서 살다보면 느는 것이다. 언어에 너무 주눅 들어서 시도도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 (송정진)

-지금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차후 한국에서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

▶지금은 막상 와도 뭔가 할 만한 포지션도 없고 작품도 없는 것 같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커나가려면 자본도 필요하고 인력, 스토리, 기술도 있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런 것들이 다 갖춰져 있다. 한국 게임이 세계적으로 잘 되면서 자본도 쌓이고 있고 게임 회사 기술들이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류 열풍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으니 시장도 확보 되어 있다. 게임 산업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런 흐름이 생겨나면 초기에 와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고 싶다. (김정현)

-'마당을 나온 암탉'과 같이 흥행에 성공하는 한국 애니메이션들도 등장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 회사 동료 중에 어린 아이가 있는 캐나다 교포가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 DVD를 빌려주고 동화책도 함께 사다줬다. 그 다음주에 회사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엄마가 동화책을 먼저 보고 결론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고민된다고 하더라. 한국에서는 희생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데 현지인들은 그 부분을 당황스러워 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도 물론 좋지만 문화적인 공감대 형성이 좀 안 되는 것 같다. 또 할리우드 같은 경우에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3,4년 후 개봉날짜까지 계획이 잡혀있는데 한국에서는 이 감독이 앞으로 10년 안에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나. 그게 참 아쉽다. (송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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