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몸매에서 이런 강단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4.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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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공효진 김민희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공효진, 김민희 그리고 배두나. 호리호리한 몸매로 타고난 맵시를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2012년 스크린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가녀린 몸에 대체 무슨 힘이 있을까 싶지만, 최근의 영화에서 드러난 그녀들의 힘, 그녀들의 강단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공효진의 행보는 눈부실 정도다. '파스타'로, '최고의 사랑'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그려보이며 브라운관의 '공블리'로 사랑받던 그녀는 지난 2월 개봉한 새 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에서 '겨털녀'로 분했다. 쉽지 않은 선택임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재미있겠다"며 기꺼이 나섰다. 그리고 수북한 그녀의 '겨털'에 170만이 폭소했다. 공효진이 시나리오를 집어들기 전, 여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해 수년간 제작에 난항을 겪었던 '러브픽션'은 공효진 덕에 뒤늦게 빛을 봤다. 결국 그녀의 강단 덕이었다.


김민희는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에서 여주인공 차경선 역을 맡았다. 비극적인 진짜 삶을 부서질 것 같은 껍질 아래 숨기고 살았던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았다. 속옷 차림으로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절규하는 김민희의 모습은 '배우 김민희'를 다시 보게 했다. 관객들도 호응했다. 악덕 사채업자 때문에 피폐해진 그녀의 삶은 각박한 현실과도 공명했다. 영화는 2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김민희 개인의 최고 흥행 기록을 썼다.

이번엔 배두나가 나섰다. 오는 5월 3일 개봉을 앞둔 '코리아'(감독 문현성)에서 그녀는 실존 북한 탁구 대표선수 리분희로 분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주역이다. 여자대표팀의 맏언니가 된 배두나는 절제된 모습, 차분한 북한 억양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긴장감있는 탁구 장면도 실감나게 소화해냈다. 감정을 꾹꾹 눌러담았다 끝내 터뜨리고 마는 그녀의 모습에 '역시 배두나'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중이다.

1979년생 배두나와 80년생 공효진, 1982년생 김민희는 나이도 비슷하고 데뷔 시기도 비슷한 모델 출신 여배우 라인의 주축이다. 꾸준히 활동해 온 개성파 배우이자 또래 여성들이 선망하는 패셔니스타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때 패션잡지가 배우 데뷔의 등용문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10대 및 20대 초반 취향의 여러 잡지가 인기를 모으면서 여러 신인 모델들을 발굴했다. 배두나, 공효진, 김민희 모두가 가느다란 몸매와 개성 넘치는 마스크, 오묘한 분위기를 내세워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미묘한 몸짓, 표정의 차이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델의 장점이 배우로 활동할 때도 고스란히 살았다. '돈의 맛'으로 올해 칸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게 된 김효진, 지난해 '풍산개'로 주목받으며 브라운관에서도 활약 중인 김민선 등도 같은 경로를 밟은 경우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부러질 것 같은 몸 속에 굳은 심지를 키워온 그녀들이 한국 영화계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그녀들이 숨겨왔던 강단을 발휘한 올해, 오랜 친분을 유지하며 늘 서로를 응원해 온 그녀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새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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