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이성민 "왜 하필 날 썼냐고 물었죠"(인터뷰)

MBC '더킹 투하츠'의 위엄 넘치는 국왕..팔색조 배우 이성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4.06 08:48 / 조회 : 54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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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MBC 수목 미니시리즈 '더킹 투하츠'(극본 홍자람·연출 이재규, 이하 '더킹')에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바로 자애롭고도 매력 넘치는 국왕 이재강 역의 이성민이다. 눈발이 날렸던 4월의 어느날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이성민(44)을 만났다. 수줍은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자니 새삼 배우의 변신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됐다.


몇 달 전만 해도 '브레인'의 얄미운 고재학 과장으로 파마머리를 흩날렸던 그다. 그러나 '더킹'에선 자애롭고도 위엄이 넘치는, 게다가 잘생긴(!) 대한민국 국왕 자체였다. "솔직히, 수술하고 나오신 거 아닌지 한참 살펴봤다"는 기자의 고백에 이성민은 소리 내 웃었다.

"분장팀이 고생했죠. 저도 힘들더라고요, 동생으로 이승기가 나온다는데 아니 감독님이 왜 나를 캐스팅했나. 형이 아니라 아버지를 해도 되는데."

이성민은 '브레인'을 마친 직후 파마머리 그대로 대본 리딩을 갔다가 잔뜩 긴장을 했단다. 이승기 형에다 역할도 왕인데다, 이순재 윤여정 근엄한 대선배를 비롯해 쟁쟁한 배우가 그득했다. "윤제문이 친구로 나온다니 조금 위안이 됐다", "'왕 쟤는 왜 캐스팅했나'할까봐 고민 많았다"는 너스레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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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사실 캐스팅을 두고 의구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긴 했지만 '파스타'의 설사장, '내 마음이 들리니'의 승철 아버지, '글로리아'의 밤무대 순정남 등 주로 정감 가는 서민적인 캐릭터를 찰지게 그려냈던 그다. 지체 높은 국왕, 그것도 이승기의 형을 맡았다는 데 고개를 갸웃거린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은 거기까지였다.

이성민은 첫 회부터 보란 듯이 국왕 캐릭터를 해냈다. 반응도 뜨겁다. "바깥양반이 그렇게 잘생긴 줄 몰랐다"는 주위 증언이 아내 귀에 들어갈 정도. "아내가 좋아했겠다" 했더니 "그냥 평소에도 좀 신경 좀 쓰라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틈날 때마다 매만지고, 번쩍이는 정복이며 양복에 늘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국왕 캐릭터는 "근래 들어서야 양복 입고 장례식장에 가게 된" 이성민에게 꽤 불편한 옷이기도 했다. 그러나 연기하는 재미는 남달랐다.

"감독님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저를 왜 썼냐'고. 재밌을 것 같다고, 그냥 그러시더라고요. 속으로 '아니 이 이 양반이.'(웃음) 잘생기고 멋진 배우가 많잖아요. 나를 쓴 이유가 뭔가 있을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했어요. 그 결론이 '나는 평범한 모습도 있다'는 거였어요. 왕에게도 평범한 모습도 있구나 하는."

이성민은 "굉장히 권위적인 왕이었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통령도 했고(마이 프린세스) 조선시대 문신도 하고(대왕세종) 사회지도층 캐릭터와 인연이 깊지만 자신에게는 늘 "서민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단다.

"한번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려한 집무실에 있으니까 '이거 괜찮네' '그래서 사람들이 왕 역할 하려고 하나.' 제가 특정한 직업군이라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왕도 사람이고, 대통령도 사람이잖아요. 연기도 그렇게 했어요. 엄마와 이야기하고 동생과 이야기 할 때는 일반적이었으면 좋겠는데 또 미묘한 차이를 둬야 되겠더라고요. 일반적인 왕 캐릭터는 많이 봤지만 이런 캐릭터는 못 만나봤다 싶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위엄 넘치는 국왕 이성민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유독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 박혔던 건 동생 이승기를 바라보는 자애로운 형 이성민의 모습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듬뿍 묻어나는 미소에 보는 이들도 흐뭇해질 정도였으니까. 실제 이승기와의 호흡도 친형제처럼 정겹고 따뜻했다.

"승기는 첫 만남인데도 익숙하더라고요. 워낙 '1박2일'이고 방송에서 자주 보다보니까 늘 본 사람인 것 같고. '파스타' 할 때 선균이나 '브레인' 할 때 하균이보다도 더 친숙했어요.(이선균 신하균은 그와 같은 소속사다!) 그런데 본인도 워낙에 살갑게 하니까, 또 연기에서도 가슴을 열고 연기를 하니까 좋았어요. 잘하더라고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또 센스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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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이성민을 브라운관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던 건 2007년 '대왕세종'부터다. 성군 세종대왕에 사사건건 반기를 드는 최만리는 배우로서도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모두가 아는 정의를 향해 그럴듯한 반박을 이어가야 했고, 그의 흡인력 있는 연기에 윤선주 작가조차 "그 배우가 누구냐"며 궁금해 했다. 그렇게 변화와 변화를 이어가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볐고, 2012년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더킹' 촬영장에서의 한 순간을 떠올렸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승철아빠 집에 세 들어 살던 윤여정을 이번에는 어머니로 만나 연기하는 장면이었다. 옛 생각이 나 계속 NG가 났단다.

"배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너무 힘든 일이고 고달프고요. 그런데 그때 들더라고요. 배우가 좋은 직업이구나. '배우는 이런 인생 저런 인생 살아보니 좋다'는 이야기,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극과 극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상대 배우를 만나니 그 생각이 번쩍 드네요. 참 재미있네요 연기가. 이순재 선생님은 매번 저보다 직급이 낮으셔서 이렇게 송구할 데가…."

이성민에게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물었다. 누가 좋은 형님 아니었달까봐, 또 이승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변화무쌍하게 캐릭터를 오가는 그의 변화 비결을 엿들을 수 있었다.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살피는 거죠. 여백을 두고, 저 배우랑 만났을 때 변화할 수 있는 지점을 남겨두는 것. '브레인'의 고재학도 신하균을 안 만났다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더킹'도 기본적인 줄기는 있지만 이승기를 만나 어떻게 될지 여백을 남겨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승기라는 배우도 그걸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그것도 젊은 친구가. 자기 걸 딱 가져와서 그거만 하는 게 아니니까 서로 피드백이 이뤄진 것 같아요. 만나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쉼없이 변화하는 이성민이 도전하고픈 또 하나의 캐릭터가 있다면? 쉽사리 답을 내지 못하던 그가 딱 하나를 꼽았다.

"시켜주신다면 시트콤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아주 찌질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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