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해품달2' 만들면? 환생해 훤 괴롭힐것"(인터뷰)

'해를 품은 달' 비운의 중전 보경 역 김민서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3.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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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발랄하게 물결치는 갈색 단발머리를 한 김민서가 환하게 웃었다. MBC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의 가련한 중전 보경과는 딴판이었다. 환한 미소에선 봄향기가 물씬 풍겼다.


"시놉시스부터 보경이는 연우(한가인 분)의 안티였어요. 질투의 화신, 욕망의 화신으로 묘사됐고요. 원작에서는 훤(김수현 분)을 사랑하지도 않잖아요. 훤을 사랑하는 인물로 바뀌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나오죠."

그토록 해바라기하던 왕으로부터 8년째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8년 동안 독수공방하던 중전 보경은 갖은 악녀 행각에도 시청자들의 연민을 제대로 받았다. 지난 15일 마지막회에서는 끝내 스스로 한 많은 목숨을 끊었다. 김민서의 분석은 꼼꼼했다.

"순수하고 순진하고 어린아이같은 사랑, 돌진하는 사랑을 했던 것 같아요. 제 자리에서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봐주는. 보경이는 중전이지만 감정을 핸들링하는 데 있어서는 성숙하지 못했던 아이였던 거죠."


분노에 차 흑주술을 쓰려고도 했다. 대신들을 움직여 연우를 쫓아내려고도 했다. 그럴수록 보경은 불쌍해졌지만, 김민서는 불쌍하게 보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누군가한테 '연민가는 사람으로 보여야지' 하고 애쓴다고 불쌍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게 돌아오지 않으면, 노력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게 불쌍해 보이지 않나요. 아무리 악녀라고 해도 사람 좋아서 그런다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었어요. 실제로 또 이해해 주셨고요. 좋은 짓이든 나쁜 지신이든 열심히 하자고 했어요. 사랑받기 위해서, 열심히 사랑하자고."

그 사이 김민서는 그냥 보경이 되어 시나리오를 보고 또 연기에 나섰다. 보경이 입장에서 '해를 품은 달'을 보니 모든 상황이 어찌나 마음에 안 드는지 불만만 쌓였더란다. 내내 울고 화를 내고 버림받고 내쳐져야 했던 보경 때문에 속도 많이 상했다.

"연우는 왜 돌아왔으며, 얘는 왜 살려둔 것이며, 왜 하필 얘가 액받이 무녀를 했으며. 하나부터 끝까지 다 불만이었어요. 중간에 합방이 될 뻔하다가 실패하고 '연심을 이용하는 거다'라면서 계략을 짜잖아요. 저도 모르게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더라고요. '그래 합방 안하나 보자' 이러면서요."

연우의 환청을 들으며 미쳐가는 연기 등 감정이 극한까지 가는 장면들을 위해서는 조금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반 미친 상태가 되는 장면을 위해서는 찍기 전 날 잠자리에 들며 상상으로 직접 연우를 죽였다. 귀신 하나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상상도 했다. 친구들에게 불시에 '니가 죽였지?'라고 속삭여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공포심에 부들부들 떨던 연기가 호평받았던덴 이런 숨은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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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내내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아파했던 보경에게 김민서는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외사랑을 하던 아들 비담에게 했던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여리디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푸르디푸른 꿈을 꾸는구나.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굳이 죽을 것까지는 없었지 않나. 다 내려놓고 살았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텐데 싶어서요. 저 세상에서라도 그 마음이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1999년 걸그룹으로 먼저 데뷔했다 대학에 가고 나서야 2008년 드라마 '사랑해'로 연기에 발을 들인 뒤 4년. 김민서는 이전에도 '성균관 스캔들', '동안미녀' 등에 출연했지만 '해를 품은 달' 같은 화제작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덕분에 요즘은 높아진 인지도를 종종 실감한다. 식당에 갔다가 계란말이 서비스도 받았단다.

"평소 분장이나 화장을 안하고 다니면 사실 잘 못알아보시지 않나. 이번에는 분장도 안했는데 '혹시 중전 아니냐'고들 그러세요. 합방신 있을 땐 합방이 그래서 성사된거냐, 안된거냐 엄청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번엔 또 중전이 죽는지 안죽는지 또 엄청 물어보셨어요. 입을 꾹 닫고 지냈죠.(웃음)."

김민서에게 '해를 품은 달'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세간의 화제와 국민드라마에 등극한 드라마의 인기보다도 그녀에겐 보경의 한이 깊이 사무쳤던 모양이다.

"서러워요. '해품달' 하는 순간, 해와 달이라는 단어 자체가 서러워요. 해는 가질 수 없어서 서럽고, 달은 되지 못해서 서럽고. 해가 달을 품었다고 하니 그것도 서럽고. '해를 품은 달2'를 만들면요? 보경이가 귀신으로 나오는 속편은 말고요, 환생해서 이번엔 훤을 막 괴롭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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