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해품달' 5인5색..모든 게 사랑이었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3.16 13:18 / 조회 : 3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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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의 훤 역 김수현, 양명 역 정일우, 보경 역 김민서, 민화 역 남보라, 연우 역 한가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 MBC>


MBC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이 15일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 42.2%, 평균 시청률은 32.9%를 기록했다. 퓨전판타지 사극이라 했지만 뒤집어보면 지독한 사랑의 이야기였다.

특히 훤(김수현 분)과 연우(한가인 분), 양명(정일우 분)과 보경(김민서 분), 민화(남보라 분)는 주술과 죽음, 정치적 음모가 뒤섞인 복잡한 사랑이야기를 완성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들의 눈물도, 집착도, 죽음도, 모든 게 사랑이었다.

◆훤..왕도 사랑 앞에 목 놓아 울었다

첫 눈에 반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사다리에 올라선 자신을 바라보던 아름다운 소녀. 지켜보니 똑똑하고 현명하기까지 했다. 그녀를 위해 처음으로 권력이란 걸 제대로 움직여봤고, 그녀는 기특하게도 세자빈에 발탁됐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몸이 아파 사가에 간 그녀가 죽었단다. 그 이후 마음을 닫았다. 8년간 중전에겐 눈길도 제대로 안줬다. 그런데 어느 날 만난 무녀가 그녀를 똑같이 닮았다. 기우는 마음을 어렵게 다잡았으나 그 무녀가 그녀였단다. 살아 돌아왔단다. 과거 그녀를 죽인 이들을 벌하기 위해 누이동생까지 관노로 내쳤다. 중전은 자결했다. 오랜 외로움과 희생 끝에 드디어 만난 운명의 상대. 행복은 이제부터다.

왕은 사랑 앞에 목 놓아 울었다. 몸이 아픈 그녀가 집으로 쫓겨 갈 때, 그녀가 죽었을 때, 그녀와 닮은 무녀가 자신 때문에 희생될 때, 그 무녀가 그녀였음을 알았을 때, 중전이 자결했을 때…. 훤은 이전의 사극에 등장한 어떤 왕과도 달랐다. 감정에 솔직했고, 무엇보다 사랑을 위해 울 줄 알았다. 왕의 눈물은 진한 로맨스에 극적인 파고를 더했다. '수훤앓이'의 주인공 김수현은 나이답지 않은 위엄을 발산하며 '해를 품은 달'의 수혜를 온전히 입었다. 그대, 미혹되었다. 그런데 떨칠 수가 없도다.

◆연우..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운명

그녀는 완벽한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현명했다. 세자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또한 대범한 여인이었다. 궁중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이 세자임을 알고도 위험한 연서를 주고받았다. 탈락하면 비참한 신세가 된다는 걸 알고도 세자빈 간택에 임했다. 그리고 당당히 세자빈에 간택됐다. 그건 운명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러나 주술로 죽음을 오간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 그럼에도 본래 지녔던 아름다움과 현명함, 대범함은 그대로였다. 운명은 그런 그녀를 첫사랑 왕과 이어줬다. 스스로 옛 죽음을 파헤쳤으며, 결국 8년 만에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그 역시 운명이었다.

진수완 작가가 원작을 드라마화 하며 입체성을 덜어낸 인물이 있다면 바로 연우였다. 세자빈으로 간택됐다 죽은 자가 돼버린 기억을 오롯이 담고서 아프게 왕을 바라봤던 원작의 연우는 드라마에선 기억을 잃어 물정 모르는 철부지처럼 보였으니까. 가만히 있는데 훤과 양명이 자석처럼 그녀에게 다가왔고, 거꾸로 말하면 무녀로서 왕을 미혹하면서 자신을 짝사랑하는 양명군에 대한 어장관리하는 신공을 보였다. 기억을 되찾고서야 그녀에게 반전이 왔다. 당차게 운명을 개척했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극 안팎에서 액받이무녀 노릇을 톡톡히 했던 한가인 또한 반전의 집중력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녀, 예쁘더라.

◆양명..허락받지 못한 짝사랑

연우는 처음부터 그의 사랑이었다. 훤과 연우가 운명처럼 만나기 전부터 양명은 연우를 알았고 그녀를 가슴에 품었다. 앙큼한 연우는 그 마음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그를 향해 마음 한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하필이면 벗도, 아버지도, 왕위도 가져간 동생 훤이 그녀의 짝. 죽은 줄 알았던 연우와 꼭 닮은 무녀 월이라도 자신의 사람이 되길, 그녀가 연우가 아니길 얼마나 소망했던가. 그러나 그의 짝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목숨조차 훤과 연우를 위해 내줬다. 저세상에서나마 마음껏 연우를 좋아하겠다는 마지막 넉살에 그의 벗도 울고 말았다. 허락받지 못한 짝사랑은 그렇게 아프게 끝났다.

원작과 소설에서 가장 크게 비중이 달라진 이가 있다면 바로 정일우가 맡은 양명군일 것이다. 양명은 동생 이도에게 왕의 자리를 내줬던 세종대왕의 형 양녕대군을 연상시킨다. 소설에서 얼핏 얼핏 등장했던 왕의 형은 드라마에 이르러 비중이 크게 늘고 감정선 또한 깊어졌다. 월을 살리려고 직접 나서는가 하면, 월이 머물던 활인서로 달려가 소매를 걷어붙이기도 했다. 정일우는 영리하게도 장난기어린 꽃미남이란 자신의 이미지에 내면의 상처를 덧입혔다. 진수완 작가는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그에게 몰아주며 노력에 화답했다.

◆보경..누구도 미워하지 않은 악녀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져 그의 아내가 됐으나,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낸 독수공방의 8년. 그녀가 지키고 섰던 중궁전은 춥고 외로웠다. 더욱이 죽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던 왕은 닮은 무녀에게 온통 마음을 뺐겼다. 무녀를 죽이려고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딸도 버릴 수 있는 아버지는 반역자가 됐다. 제가 죽인 것도 아닌 세자빈 때문에 여린 그녀가 미칠 듯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녀의 선택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뒤뜰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채 감기지 않은 눈을 감겨준 것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남편 훤이었다는 것은 그녀에게 마지막 위안이었을 터다.

진수완 작가는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앉은 대가로 중궁전에 엉덩이 붙이고 앉기조차 불편해 했던 들러리 왕비에게 세도가 딸로서의 강단과 여인의 질투심을 입혔다. "누가 뭐래도 내가 이 나라의 국모"라고 왕에게 호통을 치고, "연심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월의 제거를 도모하고, 스스로 제물이 돼 흑주술까지 시도했지만 누구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건 지독한 외사랑의 결과였으니까. 보경은 오랜만에 자신에게 웃어준 왕을 보고 그토록 환한 미소로 화답했던 여인이었다. "'해품달'은 내게 서러움"이라고 밝힌 김민서는 "불쌍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았다"며 "그저 열심히 사랑하려고 애썼다"고 털어놨다.

◆민화..다시 태어나도 다시 지을 죄

어린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염을 왜 자신이 가져선 안되는지. 할머니는 도와주겠다 했다. 정치적 음모야 알 턱이 없었고, 그녀에겐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 대가로 친구 연우가 죽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염만 그녀 곁에 있게 된다면. 문득문득 죄의식이 엄습했지만 또 괜찮았다. 그도 그녀를 사랑한다 했으니. 바라던 아이까지 생겼으니 그것으로 됐다. 왕은 물었다. 왜 그랬냐고. 그녀는 "다시 태어나도 그러겠다" 답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염의 외면엔 결국 그녀도 무너졌다.

민화는 '해를 품은 달'에서 맹목적인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아이처럼 천진하지만 그렇기에 무섭도록 사랑에만 집착했다. 연우의 죽음이 밝혀지며 가장 큰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에도 임팩트가 더 컸던 이유다. 진수완 작가는 내내 '사랑밖에 난 몰라' 온몸으로 외친 민화가 결국 남편에게 돌아가는 부분을 추가하며 그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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