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범죄와의 전쟁' 김성균..2대8의 존재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2.09 18:34 / 조회 : 13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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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2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본 사람이라면 조폭 두목 하정우의 곁에 떡하니 버티고 선 오른팔을 쉬 잊지 못할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시절의 어느 페이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걸음 쳐져 있다가도 형님 말 한 마디면 아무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바로 배우 김성균(32)이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처음 영화에 출연한 김성균은 촬영을 앞두고 제작진이 전국을 훑어가며 실시한 오디션에서 건진 기대주.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왔나' 싶을 정도지만, 그는 "존재감은 다 머리스타일에서 나왔다"며 수줍게 웃었다. 영화에선 대선배 최민식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따귀를 때리지만, 실제로는 주먹 한 번 제대로 휘두른 적 없다는 이 경상도 남자. 그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영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원래는 슬림한 편인데 살을 좀 찌웠다. 지금은 원래 상태로 돌아와서 64∼65kg 정도 됐는데, 당시에는 10kg 정도 더 나갔다. 영화를 다 찍으니까 자연스럽게 빠지더라.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 존재감이 상당하다.


▶존재감은 머리스타일에서 다 나오지 않았나 한다.(웃음) 머리모양은 감독님 아이디어였다. 진짜 80년대 건달처럼 짧은 머리를 할까 하다가 그래도 2인자인데 당시 트렌드였던 장발이 낳지 않겠냐 했던 거다. 그러고 아버지 사진을 봤더니 똑같은 머리를 하고 계시더라. 실제로 머리카락을 길렀고 초반에는 좀 붙여서 촬영하다 후반에는 제 머리로 그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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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 관리하기가 쉽지는 않았겠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메이크업 팀이 제 옆에 붙어있다시피 했다.(웃음) 머리가 착 붙어있으면 안되니까 나름 세심하게 만든 헤어스타일이었다.

-대선배 최민식의 따귀를 막 때린다. 어땠나.

▶처음엔 머리채 잡는 것만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아버지를 때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선배님 고생 안 하시게 과감하게 한번에 끝내자 마음은 그렇게 먹는데, 몸이 안 간다. 두 번 정도 터치를 못 했더니 선배님이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시면서 진짜 세게 때려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을 하시더라. 아직도 그 때 손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그것도 좀 자연스러워지던가.

▶점점 찰지게 하려고….(웃음) 최민식 선배님께서 자세히 조언해 주셨다. 때리는 리듬도 규칙적이면 재미가 없다고, 잘 때리는 사람은 나름 리듬을 찾는다고. 나중에는 좀 나아졌지만 늘 조마조마 했다. 한 번에 오케이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 뿐이었다.

-가장 오래 함께 등장하는 하정우와는 어땠나.

▶쓴소리 좋은 소리 다 해주시는 형이었다.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는 형 같은. 특히 경상도 남자는 나이가 형이라도 형 같은 느낌이 없으면 괜히 맞먹게 되는데, 정말 형 같더라.

-캐스팅은 어떻게 된 건가.

▶오디션을 통해서 봤다. 고향이 대구지만 삼천포에서 극단 생활을 오래 했고 그간은 딱히 소속된 곳 없이 무대에 섰던 터다. 처음에는 '뭐 큰 역할 뽑겠어' 하는 생각으로 갔다. 그래서 오디션을 더 편하게 봤다. 그러고 나서 조연급 역할을 놓고 다시 보자고 연락이 왔는데, 그때부터는 '이게 뭐지' 하면서 두근두근 하는 거다. 오디션 날까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만발의 준비를 하기보다는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어째서 뽑혔다고 하던가.

▶감독님이 일단은 더러운 피부와 듬성듬성한 머리, 늙어 보이는 노안 때문에 뽑았다고….(웃음) 거칠게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좋으셨단다. 나중에는 '잘 했으니까 됐지' 하시긴 했다. 나름 제게 콤플렉스였던 부분인데 그게 매력이라고 해 주시니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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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정말 건달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 분도 계셨는데, 건달이라고 딱히 뭐가 있겠나. 다 사람인데. 연기를 할 때 욕심대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 이런 식의 연기를 자제했다. 상황에 맞게 딱 그만큼만 하려고 했다. 감독님도 그걸 넘어가는 걸 싫어하시고 저 역시 안하려 했고. 내 장면이 아닌데 뭔가를 하기보다는 그냥 병풍처럼 가만히 있었다.

-평소 싸움은 좀 했나?

▶싸움은 안 했다. 안 싸우고 이기는 게 이기는 거 아닌가요?(웃음) 싸우지는 않는데 말만 무시무시하게 한다.

-쟁쟁한 배우들과 연기하는 기분은 어땠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떤 꿈이 있는데 내가 거기 들어가서 또 한바탕 꿈을 꾸는 기분이랄까. 최민식 선배에 하정우 형은 물론이고 저기에 보면 마동석 조진웅 형이 '성균아' 그러고 있고. 하루하루가 꿈 같더라.

분위기는 군 생활을 하는 것 같긴 했다.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데서 다들 '형님' 이러고 있으니까. 정우 형이 조직원으로 나오는 사람들 모아서 부산에서 회식한 적이 있었는데 배우인 줄 몰랐으면 식당 분들도 '뭐 하는 사람들이냐' 그러셨을 거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겠다.

▶아내가 연극하던 시절 동료 배우였다. 지금은 아들 하나에 둘째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와이프가 정말 좋아한다. 통쾌하다고. 아직은 잘 된 건 아니지만 반지하 살던 우리한테 영화 보고 연락 오고 그러니까 세상에 대해 통쾌하다고. 앞으로 또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범죄와의 전쟁'이 특히 각별하겠다.

▶캐스팅된 것도 정말 드라마틱했다. 그 시기, 결혼하고 아들이 태어나고 하면서 내가 연극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했던 때였다. 나 좋자고 한 것만으로 주변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면서 피해를 줄 만큼 줬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아들, 와이프를 위해 살아야겠다 하던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캐스팅이 됐다. 아들 태명이 '복덩이'였는데, 정말 복을 받았나.

-어떤 배우이기를 바라나.

▶최민식 선배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묵묵하게 작업하시는 선배님들이 다 너무 좋다. 앞으로도 요란스럽지 않게, 곁눈질하지 않고 묵묵히 내 할 일을 꾸준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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