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교장 장광 "내 연기에 나도 섬뜩"(인터뷰)

"촬영후 스트레스로 치료받았다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감사하다"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1.10.10 17:56 / 조회 : 5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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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광 ⓒ이동훈 기자 photoguy@


근엄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위장한 교장선생, 뼛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비열함 덩어리 행정실장. 인면수심 쌍둥이 형제다. 4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제작 삼거리픽처스,판타지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학생 성폭행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지영 소설을 영화화했다.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서 쌍둥이 형제는 공분을 사고 있다. 공분은 배우 연기력의 방증이다. 1인2역 쌍둥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8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 스크린에 데뷔했다. 배우 장광이다.

그의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반응이 나온다. 온몸에 소름 돋는 연기, '낯선'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실감을 더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충격의 연속이다. 연극판에서 쌓인 내공이 스크린에서 빛을 발했다.

장광은 1978년 KBS 15기 공채 성우이며, 연극판에서는 강산이 3번 바뀔 정도로 활동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슈렉' 한국판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내는 배우 전성애. 아들은 배우 장영, 딸은 KBS 2TV '개그스타'의 '동화뉴스' 코너에 앵커로 등장하는 장윤희다. 피는 못 속이는 집안인 셈이다.

장광을 만났다. 영화와는 딴판이다. 인자한 미소의 소유자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점잖은 중년의 어르신다웠다. '배우는 배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는 첫 스크린 진출작으로 왜 이리 험난한 캐릭터를 택했을까. 마주 하자마자 "왜 출연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연기자로서 기회였다. 임팩트가 있는 배역이다. 연기자로서 욕심도 생각했다. 누군가는 캐스팅이 된다. 순수하게 영화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우를 하면서도 별별 역을 다한다. 배역의 캐릭터보다 어떻게 하면 연기자로서 맛있는, 멋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장광은 담담했다. 빙그레 웃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영화가 가파르게 흥행곡선을 그으며 사회적으로 부각됐고, 일부에선 영화를 위한 연기마저도 아동폭력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장광이 영화를 끝낸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치료를 받아 입원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하. 사실이 아니다. 나 같은 배우에게도 헛소문이 있고, 뜬소문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톱스타들의 루머는 대단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입원한 적 없이 없다. 아동 폭력? 음. 극중 아역 연기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기하는 장면은 없었다. 일단 분명했던 것은 촬영 당시 아이들 부모님들이 '오케이'를 했고, 나나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나 그런(성폭력 등의) 신을 찍을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촬영했다. 화면상으로는 직접적으로 보이지만 촬영할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 현장에서 연출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역 배우가 실제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정을 잡을 때까지 다들 대기하고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렇게 찍었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실 촬영을 하면서 아이들이 '짠'하게 느껴졌다.

-아역 배우인 김현수(김연두 역), 정인서(진유리 역)와 연기를 할 때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감정이입은 어떻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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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광 ⓒ이동훈 기자 photoguy@


▶그 아이들을 애들로 생각하고 찍는다면 갈등으로 인해 연기가 안 나온다.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정말 내가 그 교장이어야 한다. 실제 상황에서 교장이 어떤 폭력을 쓰고 했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내가 교장을 표현하지 못하면 연기를 망치는 것이다. 순간순간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이 생길 때마다 잊고 순간순간 노력했다. 심지어 나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는데, 어설프게 연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더불어 오디션에 참가했던 나머지 799명이 인정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실제 교회 장로라고 들었다. 실제 잔인한 성폭행의 장본인인 교장선생도 기독교도인데 종교적인 갈등은 없었나.

▶교회 장로가 아니라 집사다. 갈등을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갈등은 했지만 연기자로서 연기를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다. 또 하나, 연기자로서 기회인 거다. 배역에 대한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생겼다. 일부에서 감독이 안티 크리스찬(반기독교인)이냐, 장로를 비하했다 등등의 얘기가 있다. 이 영화는 실화다. 장로님이든 목사님이든 실제로 벌어진 상황이다. 이를 표현하는 것이 배우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있는 사실 그대로니까….

-교장과 행정실장, 1인2역을 연기 했다. 교장은 근엄한 척, 행정실장은 비열한 척 표정에서 디테일이 살아났다. 비법이 뭔가.

▶실제 교장선생님의 이미지는 위엄이 있고 점잖고 묵직하다. 그대로 캐릭터로 잡았다. 행정실장은 시나리오 상에서 덜 배우고 말도 막하고 조금은 폭력적이다. 캐릭터를 잡고, 딸아이가 개그 연습을 하면서 사용했던 캠코더와 46인치 모니터를 이용했다. 내가 연기 연습을 하면 딸아이가 캠코더에 찍어서 화면으로 내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하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3번 봤다. 첫 번째 볼 때는 나만 보였다. 영화 출연이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다.(웃음) 나만 보여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할 수가 없었다. 가장 피부로 느낀 건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 찍을 때는 긴장하고 준비하느라고 살도 좀 뺀다고 빼서 화면에서 괜찮아보였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 너무 살이 쪘다. 우리 딸 표현을 빌리자면 '터져나갈 것 같다'더라. 하하. 사실 그래서 더 징그럽게 보인 것 같다. 영화상으로는 차라리 괜찮았던 것 같다. 나도 내 모습이 섬뜩하더라.

-영화는 데뷔작인데 너무 세다. 우려는 없나.

▶앞으로도 계속 악역을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어지는 역할을 하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재미있는 시트콤에 출연해 개그연기를 하고 싶다. 썰렁한 개그지만 재밌고 입가에 미소가 '픽' 돌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혹, '도가니' 출연 후회는 없나?

▶없다. 정말 어떤 면에서 감사하다. 나에게 기회가 온 게 연기자로서는 감사하다. 후회는 없다.

-'도가니' 출연 이후 변화가 궁금하다.

▶길에서 사람들이 간간히 알아보고 놀란다.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아가씨가 두번이나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조심스러워하며 물어보더라. 하하. '어머 어머'하며 버스 안에서 내 사진을 찍더라. 지하철에서도 알아보시더라.

-'도가니' 열풍에 대해 한 마디 부탁한다.

▶감독님도 그런 인터뷰를 하신 것 같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도가니'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서 (인화학교) 폐교 결정이 났다. 거기에 몸 담고 있는 장애아들과 죄 없이 그곳에서 나와야하는 선생님들이 피해자가 됐다. 폐교 이후에 그들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제 2의 인화학교'가 있다고 한다.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도가니'가 영화화 됐다는 점과, 현실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영화의 힘 같다.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연기자라면 장르를 떠나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연기자의 기본이다. 영화도 기회가 닿는다면 계속 활동하고 싶다. 제일하고 싶은 건 연극이다. 연극은 고향이다. 더불어 또 다른 고향인 라디오 드라마로도 활동하고 싶다.

한편 장광은 '도가니'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며 '내가 살인범이다'로 스크린 두번째 나들이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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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광 ⓒ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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