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강예원과 사귀라고? 바람잡이 많다"(인터뷰)

'해운대' 이후 2년만에 '퀵'으로 돌아온 배우 이민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6.27 10:59
  • 글자크기조절
image
2009년 '해운대' 1000만 이후 2년. 이민기가 새로운 블록버스터로 돌아온다. '해운대' 사단이 다시 뭉친 액션 블록버스터 '퀵'(감독 조범구·제작 JK필름)이다. '해운대'의 믿음직한 인명구조대원 형식으로 사랑받았던 이민기는 속도광 퀵서비스맨 기수로 분했다. 동시에 이민기는 여름 극장가를 정조준한 100억 대작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 됐다. "솔직히 잘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 그의 얼굴에서는 긴장보다 기대가 묻어났다.

기수는 폭탄이 장착된 자신의 헬멧을 쓴 아이돌 가수 아롬과 함께 초유의 폭탄 테러에 휘말리는 인물. 아롬 역 강예원과 '해운대'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이민기는 강예원을 뒤에 태우고 시속 200km까지 바이크를 당겼다. 한때 연상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연하남의 대표 얼굴이었던 그에게서 어느새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 강예원과 만나보라는 장난 어린 채근에 이민기는 "그런 바람잡이가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100억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부담은 없나.

▶시나리오 받고 촬영하고 끝날 때까지도 부담이 전혀 없다가 제작 발표회를 하면서 부담을 받으니까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사람들도 이걸 100억대 영화로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예고를 보니 내가 진짜 블록버스터를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걱정은 아닌 것 같고 긴장은 된다. 이거 잘 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든다.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하고 강예원, 김인권이 함께 나온다.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해운대' 팀이 고스란히 뭉쳤다.


▶역시나 영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좋은 사람들이랑 해야 하는구나 싶다. 더군다나 '퀵'처럼 힘든 영화를 좋은 사람과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사고 없이 무난하게 끝냈구나 싶고. 결국은 좋은 사람인 거다.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겠구나 싶다.

-워낙 사이좋은 팀이 만나 단합이 좋았겠다.

▶술 먹고 단합할 일은 별로 없었다. 매일 운전을 해야 했으니까. 맥주 한 잔이라면 아무 이상 없겠지만 혹시나 사소한 실수라도 벌어지면 그게 핑계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신뢰가 중요한데 내 뒤에 타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겠나. 혼자라면 괜찮았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image
ⓒ임성균 기자 tjdrbs23@
-특히 강예원과는 두번째 러브라인인데 주위에서 실제 사귀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지 않나.

▶바람잡이가 꽤 많다. 심지어 '퀵'에 함께 한 고창석 형이 '이슈 삼아 열애설이라도 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막 했다. 어떤 분들은 '연애도 잘 하기 힘든데 인연 됐을 때 만나보라'며 그냥 사귀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그럴 단계가 지났다. 이게 멜로도 아니고 폭탄이 터지고 니가 죽네 내가 죽네 하는 사이에 참 쉽지 않다. '해운대'에서도 두드려맞고 하다가 한번 잘 해보려고 했더니 죽고 해서 겨를이 없었다. 아, 그런데도 인권이 형은 아직 미련을 못 버렸다.

-오토바이를 즐기는 속도광 퀵서비스맨 역할이다. 촬영하면서 실제로 시속 200km까지 밟았다던데. 꽤나 강심장이다.

▶최대 속도 150인 오토바이로 150을 다 밟으면 불안하겠지만, 이건 200까지 가는 데 긴 시간이 안 걸리니까. 강심장이랄 건 없고, 워낙 뭔가를 하다보면 더 자극적인 데 끌리지 않나. 시속 80km 쯤 밟았다가 100 정도 가고 나면 조금 더 더 더를 원할 거다. 여름엔 시원해서 좀 더 당겼던 것 같다. '아유 더워'하면서 부웅 하고 가면 강예원씨가 한숨을 쉬곤 했다.(웃음)

평소에 겁이 있긴 한데 종류가 좀 다르다. 놀이기구도 안전장비가 확실하기만 하면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데 번지점프 같은 건 살면서 굳이 안 해봐도 된다고 생각한다. 귀신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 집에 가서 샤워하기 무섭고 그렇다. 거미도 무서워한다. 있으면 난리 난다.

-'해운대' 이후 2년에 관객을 만난다.

▶1년은 '퀵' 촬영을 했고, 다른 1년 사이에는 '해운대' 하자마자 음악 공연도 하고, 이명세 감독님 영화랑 송해성 감독님 영화를 못 하게 되고 하면서 시간이 가 버렸다. 그래도 그냥 가는 시간은 없다고, 좋은 에너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 뒤에 '퀵'을 만나 힘이 생겼을 수도 있고.

-오랜만에 맛보는 휴식이었을텐데 어떻게 보냈나.

▶지나고 나면 기억나는 게 없다. 강아지 밥 주고, 친구들이랑 술 먹고 해장하러 다니고, 매운 거 먹으러 다니다 위염 걸려서 고생하고… 그런 잔챙이 추억들이 많이 남았다. 세월 지나고 이야기하면 '허허허 그랬지' 하게 될 거다.

이명세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야 이놈아, 배우는 쉬는 법도 알아야 돼'. 그 말이 와닿았던 게 나는 쉬는 법을 모르더라. 시간나면 '언제 술 먹냐' 하면서 막 술 먹고… 내가 휴식이라고 할 만한 휴식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 읽고 등산가고 하는 게 그냥 쉬면서 하는 일상이 돼 버리면 지나고 나서 '내가 뭐했지' 이렇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뭔가 업적을 남겨야, 영화 찍고 DVD가 하나 꽂혀야 내가 뭔가를 한 것 같게 돼 버렸다.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루가 지나가면 왜 이렇게 찜찜하지 싶다.

image
ⓒ임성균 기자 tjdrbs23@
-그러니까 연애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늘 '올해는 할 거예요'라고 했었는데 한 해가 지나 '그럼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다보니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아마 휙 갈 거고, 그냥 팔자가 있으니 누군가 운명적으로 만나겠지 한다. 데뷔 초반부터 형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많이 만나보고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라'는 거였는데 이미 늦은 것 같다.

-'해운대', '퀵'을 거치면서 누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연하남이 어느 순간엔가 남자가 돼 돌아온 느낌이다.

▶제 생각엔 남성미는 아닌 것 같고, '해운대'에선 의리 있고 희생하는 면을 좋아해주신 게 아닐까. '퀵'은 또 어떻게 비춰질지 또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

제가 보기엔 멋진 놈은 아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영웅적인 해결사가 아니라 자기 살자고 발버둥치다보면 소 뒷걸음치다 쥐도 잡고 한다. 그게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갈지 가벼움으로 다가갈지 보고싶다. 역시 주인공은 좀 멋있어야 되는지, 인간적이어도 마음을 열어 주실지 궁금한 대목이다.

-잘나가는 백마탄 왕자 캐릭터랑은 연이 안 되는 것 같다.

▶'퀵'은 걔 보면 불쌍하다. 지지리 복도 없고. 항상 잘 나가는 캐릭터랑은 연이 없더라. '달자의 봄' 정도나 그랬을까.

-흥행도 그렇지만 '해운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건 이민기에게도 과제다.

▶사람들이 비슷한 거 한다고 울궈먹는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역이든 배우들은 다 고민하지 않나. 이번에도 또 사투리를 쓰는데 제 딴에는 '해운대'랑은 다르게 디테일하게 고민을 했다. '해운대'에서 누가 들어도 해운대 토박이 사투리를 구사하고 싶었다면, 이번엔 서울에 몇 년 살면서 굳이 서울말 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 느낌을 내고 싶었다. 서울에 상주하시는 경상도 분들은 좀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웃음)

image
ⓒ임성균 기자 tjdrbs23@
-얼굴은 하나도 안 변했다. 그러고보면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나이를 안 먹는 것 같다.

▶처음 단막극으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는 아이 아버지 역이었다. 스물한살인가 두 살에 한 '태릉선수촌'에선 28살 역할이었다. 그 때 웃겼던 게 '태릉선수촌 홍민기 역의 이민기'라고 기사가 나오면서 괄호 열고 '28세' 이렇게 쓴 거다. 잘못 나왔다 했더니 이윤정 PD님이 '민기 군대 안 갔다왔어?'하면서 놀랐다. 이젠 제 나이로 보이나. 이제는 나이를 먹어야지 싶다. 나이를 먹어야 다른 역할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고.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나이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퀵'은 딱 지금의 이민기가 할 수 있는 작품 같다.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걸 하다가 30대가 되면 나도 30대에 할 수 있는 걸 하고, 40대가 되면 또 아버지 역할도 하고 싶다. 사실 멋모르고 했던 데뷔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아버지라는 정서에는 공감이 깊이 안 된다. 지금 생각하니 섬찟하다.

'퀵'은 지금 내가 딱 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 나이 대의 어떤 면, 어떤 정서가 반영됐을 거다. 다만 액션 영화이고 정서적인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 거지. 더 어렸을 적의 제가 했다면 좀 불쌍하게 그려졌을까? 만약 지금의 제가 '바람피기 좋은 날'의 역할을 한다면 그 때처럼 하지 못할 것 같다. 나이를 먹어 돌아보면 '퀵'이 아마 그런 작품이 될 거다.

-관객은 얼마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욕심난다. 500만명은 들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아이 낳을 때마다 행운이 따른다는 인권이 형이 셋째 낳았으니까 100만 얹고 내가 2년만에 하니까 조금 더 얹고….(웃음)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