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기씨, 당신은 모든 어린이들의 아버지입니다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1.06.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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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잘 가라, 아들아.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어두운 조명이 한 중년 남자를 비춘다. 조명 아래 목 놓아 울고 있다. 흐느낌은 주체할 수 없는 오열로 변한다. 혹자는 남자는 태어나 3번을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부모상을 당했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리도 서럽게 울까싶다. 서러움은 절규가 된다. 절규는 아픔을 그대로 담았다. 배우 이광기(42) 이야기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이광기의 눈물로 흠뻑 졌었다. 조창인 소설 '가시고기' 원작 연극 '가시고기'(제작 뉴데이픽처스) 무대에서 이광기는 울고 또 울었다.

'가시고기'는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을 앓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광기는 지난 2009년 11월 8일 아들 석규 군을 마음에 묻었다. 고(故) 석규 군은 신종플루로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이광기는 당시 고 석규 군의 보험금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부해 전국민에 감동을 안겼고, 이후에도 아이티 어린이 돕기 자선경매 등 나눔을 실천했다.


이광기가 무대 위에서 절규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그 말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너무나 간절했다.

이광기의 진심에 관객 모두 눈물을 훌쩍였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가시고기'가 막을 내리고 허동우 뉴데이픽처스 대표는 "이광기씨가 매 무대마나 자신의 모든 혼을 쏟아내고 있다. 나 역시 너무 감동했다"고 극찬했다.

허 대표의 극찬은 이날 공연을 본 모두의 평가를 대변한 것이었을 터. 모두가 이광기의 눈물에 공감했고, 함께 울었고 또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물 받았다. 객석 전체에서 울려 퍼진 눈물의 합창이 그 방증이다.

P.S. 이광기씨, 당신은 천사 석규를 가슴에 묻고 당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남은 우리가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예쁜 석규는 제 아들이 아니고 '원래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였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평화로워지네요"라고.

'가시고기' 출연을 결정하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본을 처음 받고 많이 주저했습니다. 원작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선뜻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 이 작품이 내게 왔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러다 문득, 저도 아프지만 저보다 더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통해 그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힘이되고 위로가 되고 싶어요. '가시고기'를 통해 많은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가시고기' 무대에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의 아버지라는 기적을요…"

'가시고기' 마지막 대사처럼, 석규는 영원히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있는 거란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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