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중음악상 8년..록&밴드 우세속 아이돌 '약진'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02.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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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라는 게 꼭 '매출'과 '인기' 순은 아니잖아요?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가리온에 3관왕(올해의 음반, 최우수 랩힙합 음반, 최우수 랩힙합 노래)을 안기며 막을 내렸다.


이 상은 한 해의 대중음악계를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기자, 음악전문라디오PD, 학계, 시민단체 등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음악' 중심의 시상식. 따라서 애초부터 음원이나 앨범 판매 순위, 가수들의 대중적 인기도는 '잣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작품'의 완성도만을 따지는 국내 유일한 음악상이다. 많은 부문상 중에서도 한국대중음악상이 '올해의 음반상'에 가장 큰 방점을 찍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갈수록 디지털싱글과 2,3곡이 담긴 싱글, 미니앨범이 수없이 신곡 코너를 '치고 빠지는' 행태 속에서 많은 곡들이 빽빽이 담긴 앨범에 우선을 둔다는 뜻. 단순하게 말하면 보컬-멜로디-연주-사운드-느낌-메시지 등 한 노래에서 따질 수 있는 것은 다 따져, 그들의 유기적 집합체로서 음반의 질적 '총량'을 잰다고나 할까.


그럼 지난 2004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올해로 벌써 8회 행사를 치른 한국대중음악상은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스타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어 준' 가수보다는, 그래서 대중적 환호와 커다란 음원-음반수익을 얻은 가수보다는, 스스로 곡을 쓰고 탐닉한 싱어송라이터와 '창작' 그룹·밴드가 절대 우위를 보였다는 점. 이건 어쩌면 '음악'을 중심으로 내건 시상식의 당연한 책무다.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을 이끈 이기용(스왈로우. 4회)과 패닉-카니발-긱스 출신의 이적(5회)은 평론가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대표 송라이터들이다. 이밖에 더더밴드(1회. 혼성그룹), 마이앤트메리(2회. 남성그룹), 두번째달(3회. 혼성그룹), 언니네이발관(6회. 남성그룹), 서울전자음악단(7회. 남성그룹), 가리온(8회. 힙합듀오)도 '음반상'을 안길 만한 밴드&그룹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장르는 굳이 분류하자면,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록'이라 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영리한 많은 음반제작자들이 '댄스'와 '아이돌'로 '돈 되는' 조합 만드는 일에 푹 빠진 와중에도, 심지어 힙합까지 '21세기의 클래식'이라며 상업적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속에서도, 이들은 풍성한 음악적 상찬과 저마다의 색깔을 총동원한 록 음악에 승부를 걸어온 것이다.

힙합 1세대로 힙합만을 고집해온 힙합듀오 가리온을 제외하면 이들은 밴드가 주도한 록, 그것도 인디 성향이 강한 록에서 뻗어 나와 뉴에이지&월드뮤직(두번째달)과 모던록(언니네이발관, 더더밴드, 마이앤트메리, 스왈로우), 사이키델릭록(서울전자음악단)으로 가지를 친 밴드들이다. 이적의 '나무로 만든 노래' 역시 이상민과 정재일이라는 '천재급' 연주자들이 뒷받침한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이다.

제1회 올해의 음반상 수상작인 더더밴드의 4집 'The The Band'의 경우 수록곡 '뚜뚜뚜' 'Tomorrow' '그대 날 잊어줘' 등은 매력적인 여성보컬 한희정을 내세워 대중적 모던록 색채가 강하지만, 'Alice' '슬픔' 등은 역시 인디록적인 이들의 성향이 도드라진다. 어쨌든 2003년 나온 이들의 4집이 '명반'이라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큰 이의가 없다.

제2회 주인공 마이앤트메리의 3집 'Just Pop'의 경우 타이틀곡 '공항 가는 길'에서는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록적 감수성이 두드러지지만, '기억의 기억' '싫증'은 누가 들어도 모던록 색채가 강하다. 대중적으로 히트한 '골든글로브' 그리고 스윙 리듬까지 받아들인 '럭키 데이'는 흥겹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러한 풍성한 '상찬'의 느낌이야말로 '올해의 음반'에서 찾을 수 있는 최대 덕목이다.

음반의 총량만을 놓고 보면 올해 주인공 '가리온2'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앨범은 이미 힙합 전문사이트 힙합플레이야가 앞서 집계한 '2010 판매차트'에서 대중성이 더 강한 슈프림팀의 'Supremier'(3위), 더블K의 'Ink Music'(4위)을 제치고 CD 부문 1위에 올랐다. 지금은 국내 힙합음악의 필청음반으로 꼽히는 정규 1집 'Garion'(2004년)을 시작으로 힙합 외길을 걸어온 MC메타와 나찰의 음악적 관록과 무게감이 이번 17곡에 고스란히 쌓인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의 '대중성'은 '올해의 노래'가 이끌어왔다. 음악적 완성도를 마지노선으로 대중적 인기를 최대한 고려한 '노래'가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제7회 시상식에서 소녀시대의 '지'가 주인공이 된 게 대표적 경우. 이밖에 러브홀릭의 '러브홀릭'(1회)을 비롯해 '친구여'(2회), '사랑했나봐'(3회), '슈퍼스타'(4회), '다행이다'(5회), '싸구려커피'(6회), '고백'(8회) 모두 음원차트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둔 노래들이다.

올해 상을 받은 뜨거운 감자의 '고백'의 경우 대표 음원사이트인 멜론 '2010 톱100'에서 당당히 16위를 차지했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는 2005년 SG워너비의 '죄와 벌', 버즈의 '겁쟁이'에 이어 '무려' 3위에 올랐다. 100위권에는 못 들었지만 조PD와 인순이의 '친구여', 장기하의 '싸구려커피'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건 확실하다. 물론 소녀시대의 '지'는 지난 2009년 음원차트 넘버 1위곡이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빅뱅 등 2008년 말 불기 시작해 2009년부터 거세게 몰아닥친 아이돌그룹 열풍도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을 비껴가진 않았다. 2008년 제5회 시상식 때 처음으로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상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키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남자가수 부문에 빅뱅의 태양, 그룹 부문에 f(x)가 선정됐다.

자타공인 음악실력으로 중무장한 아이돌그룹이 꼭 '네티즌'상만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2009년엔 태양이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HOT)과 노래상(나만 바라봐)을 가져갔고, 2010년엔 소녀시대가 올해의 노래상(지), 그리고 올해에는 미쓰에이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상(배드 걸 굿 걸), 2NE1이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To Anyone)을 차지했다.

<2004년 제1회>

▶올해의 앨범=더더 'The Band'

▶올해의 노래=러브홀릭 '러브홀릭'

▶올해의 가수=휘성 'It's Real'(남) 이상은(여) 빅마마(그룹)

▶올해의 신인=정재일

<2005년 제2회>

▶올해의 앨범=마이앤트메리 'just pop'

▶올해의 노래=조pd 인순이 '친구여'

▶올해의 가수=이승철(남) 이소라(여) 클래지콰이 'instant pig'(그룹)

▶올해의 신인=m.o.t

<2006년 제3회>

▶올해의 앨범=두번째달 '두번째달'

▶올해의 노래=윤도현 '사랑했나봐'

▶올해의 가수= 조규찬(남자), 이상은(여자), W(그룹)

▶올해의 신인= 두번째달, 소규모아카시아밴드 공동수상

<2007년 제4회>

▶올해의 앨범= 스왈로우 ‘Aresco’

▶올해의 노래= 이한철 ‘슈퍼스타’

▶올해의 가수= 이지형(남자), 박선주(여자), 노브레인(그룹)

▶올해의 신인= 스윗소로우

<2008년 제5회>

▶올해의 음반=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올해의 노래=이적 '다행이다'

▶올해의 음악인=이승열

▶올해의 신인상=윤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빅뱅, 넬,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윤선, 윤하, 노브레인, 에픽하이

<2009년 제6회>

▶올해의 음반=언니네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올해의 노래=장기하 '싸구려커피'

▶올해의 음악인=토이

▶올해의 신인=로로스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장기하(남), 윤하(여), 원더걸스(그룹)

<2010년 제7회>

▶올해의 음반=서울전자음악단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올해의 노래=소녀시대 '지'

▶올해의 음악인=서울전자음악단

▶올해의 신인=국카스텐, 아폴로18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정엽(남), 백지영(여), 소녀시대(그룹)

<2011년 제8회>

▶올해의 음반=가리온 '가리온2'

▶올해의 노래=뜨거운 감자 '고백'

▶올해의 음악인=갤럭시 익스프레스

▶올해의 신인=게이트 플라워즈 '예비역'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태양(남), 김윤아(여), f(x)(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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